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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대책 없어···兆단위 적자 한전, 수천억 대학 설립비 '독박' 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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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공대 졸속 추진 논란]

정부, 2022년 개교·에너지분야 글로벌 대학으로 키운다지만

전기료 개편 등 수익성 개선엔 손놓고 '일방통행식 공약 이행'

中企부담 큰 준조세인 전력산업기금서 대학운영 지원 추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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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적극 추진 중인 한전공대 설립을 놓고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올해 조(兆) 단위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실적 부진이 심화하는데 정부가 틀을 잡는 데만 8,000억원이 소요되는 한전공대 건립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전의 거듭된 요구에도 수익성을 개선할 전력 요금 개편에는 선을 긋고 있어 한전의 부담은 특히 크다. 전력업계나 학자 등 전문가 그룹은 “에너지산업 연구개발(R&D)에 중요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정부 주장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납득할 만한 자금조달 계획 없이 대규모 사업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13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전남 나주에 오는 2022년 설립,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학생 수는 학부 400명, 대학원 600명 등 1,000명 안팎이고 교수진은 100명 규모로 꾸려진다. 학비와 기숙사비는 무료이며 우수 교수진을 갖추기 위해 국내 과학기술특성화대학 교수의 평균 연봉 이상, 최대 4억원 수준을 보장한다.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글로벌 과학기술 특성화대로 키우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막대한 설립 비용 조달이 사업 초기부터 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전은 편제가 완성돼 대학의 면모를 갖추는 2025년까지 8,289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3년 안에 마련해야 할 금액이 3,532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정부 지원 없이 한전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할 몫이다. 개교 전까지 초기 설립비와 운영비를 오롯이 한전이 감당하도록 계획이 잡혀 있다. 한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으려면 여야 간 합의가 필요한데 이를 기다리다 보면 학교 설립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사회적 타당성 논의를 생략한 채 개교를 서두르다 보니 한전이 ‘독박’을 쓴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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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전이 이를 뒷받침할 재정 여건이 안 된다는 점이다. 한전의 중장기 재무전망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2년까지 영업적자(별도 기준)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비율은 올해 112%에서 25%포인트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원가 회수율이 90%대에 그치는 등 현행 전기요금 체계가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 정책에 따라 신재생의무공급(RPS) 비용이 늘면서 회수율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교 이후에야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활용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또한 논란을 낳고 있다. 전기사업법 시행령은 △전력안전관리 △전력산업기반조성 △전문인력의 양성 및 관리 △개발기술 사업화 지원 등 이외에 전력산업기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전문인력 양성 및 관리 조항에 ‘교육사업’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 용도로 쓰여야 할 기금이 대학 신설에 전용돼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전력산업기금은 폐기물부담금·환경개선부담금과 함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키워온 준조세 중 하나다. 특히 전력산업기금은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부담금으로 꼽힌다. 현재 중기는 창업 이후 3년까지 전력산업기금이 면제된다. 중소업계는 이를 창업 이후 7년까지로 늘려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지난해 기준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전력산업기금은 최근 감사원이 ‘부담료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산업부에 권고할 정도로 과도하게 쌓인 측면이 있다. 지방 공단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요구는 외면하면서 (한전공대 설립은) 대통령 공약이라고 (전력산업기금을) 쉽게 쓰는 것이냐”고 비판을 제기했다.

이에 한전공대 설립을 서두르기보다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 등 한전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한전은 내부적으로 전기요금에 원가 부담을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필수사용량 공제 개선 이외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에너지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6월 누진제 완화를 결정함에 따라 한전이 보는 손실만 약 3,000억원에 달한다”면서 “필수사용량 공제를 폐지한다 한들 누진제 개편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는 수준에 그칠 뿐”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조양준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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