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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한국축구 29년 만의 평양 원정, 북한 몽니 탓 ‘깜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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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북한과 월드컵 지역예선전… 북, 응원단-취재진-중계진 비자 안 내줘
한국일보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카타르월드컵 예선을 위해 평양 원정길에 오르는 한국축구 대표팀의 손흥민이 13일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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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속 모를 축구행정에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예정된 한국과 북한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이 중계 없는 ‘깜깜이 원정’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경기를 정상개최 하겠다는 뜻을 전했던 북한 측이 최근 한국 응원단은 물론 취재진과 중계진 방북 가능 여부에 대한 답변을 경기가 임박할 때까지도 미루면서다.

파울루 벤투(50)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평양 원정길에 올랐다. 13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들은 일단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해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은 뒤 경기 하루 전인 14일 오후 평양에 도착한다. 선수단 25명과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포함한 30명의 협회 관계자까지 총 55명의 입국허가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 성인축구대표팀의 평양 원정은 지난 1990년 10월 11일 열린 남북통일 축구대회 이후 29년 만으로, 평양에서 남북간 월드컵 예선이 치러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국제대회라기엔 과정상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선수는 물론 축구협회 직원들도 기대보단 걱정을 안고 가게 됐다”고 했다.

지난 7월 남북이 2차예선에서 한 조에 편성될 때만 해도 화해 분위기 속에 원활한 경기 진행이 이뤄질 거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북한은 경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야 평양에서 경기가 열릴 거란 확답을 전했고, 비자발급이 가능한 한국선수단 인원에 대해서도 경기 나흘 전인 11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발급 가능 명단엔 한국 응원단은 물론 20명 안팎의 규모로 방북을 준비 중이던 취재진과 방송 중계진은 아예 빠졌다.

현재로선 경기가 국내에 생중계될 가능성은 낮다. 북한축구 사정을 잘 아는 국내관계자는 “북한축구협회로부터 중계권 계약과 관련한 위임장을 받은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계 대행사가 국내 방송사와 중계권 협상을 해왔으나 이달 초부터 협상이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대행사 대표는 최근 평양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는데, 중계권 협상이 막판에라도 타결된다면 경기 당일이라도 경기 영상의 위성 송출은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일보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카타르월드컵 예선을 위해 평양 원정길에 오르는 한국축구 대표팀의 이강인이 13일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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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관계자는 “FIFA에도 경기영상 완성본 하나는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도 경기영상은 제작할 수밖에 없다”며 “이 영상을 위성 송출해 국내 방송사가 스튜디오 중계를 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 9월 5일 레바논과 1차전도 생중계를 하지 않았지만, 이틀 뒤 북한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경기 전체가 공개된 바 있다.

협회는 선수들에게 대북제재 위반 여지조차 남기지 않도록 신신당부했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져나가는 물품은 그대로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특히 대표팀 선수들이 착용하는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이 모두 미국 브랜드인 나이키 제품이어서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은 물론 양말 등 개인용 물품까지 잘 간수하도록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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