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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日소설가 “징용 판결문부터 읽어라…국가 아닌 인간으로서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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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 인터뷰

이데일리

△히라노 게이치로 인터뷰를 다룬 아사히 신문 지면 기사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우선 모두 (징용 문제를 다룬 한국 대법원의) 판결문부터 읽어볼 필요가 있어요”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일본 유명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는 11일 게재된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혐한(嫌韓)을 부채질하는 방송과 주간지 보도를 보고 “화가 나는 동시에 상처를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히라노 작가는 “한국 문제가 되면 미디어는 무책임하게 반감을 부채질하거나 혐오감, 적의를 나타낸다”며 “판결문을 읽지 않은 출연자에게는 발언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지원한 노동자들이 너무나도 위험한 작업환경에 놓여 임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도망치고 싶다고 말하면 얻어맞는 징용자들의 삶은 비참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자는 대우받아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이라면 판결문을 읽으면 틀림없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히라노 작가와의 인터뷰는 아사히가 대법원이 ‘일제 징용 피해자에게 일본기업이 배상할 의무가 있다’라는 판정을 내린지 1여년이 된 시점에서 출구가 안 보이는 한·일 관계의 해법을 찾기 위한 기획 ‘이웃사람’의 일환으로 실린 것이다. 히라노 작가는 그 접점의 실마리로 ‘공감’을 꼽았다. 한국인, 일본인이라는 소속을 따지지 않고 먼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징용 피해자들의 입장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는 “소설은 한국인, 일본인, 남자, 여자 같은 카테고리를 주인공으로 하지 않는다”며 “징용공(징용 피해자를 지칭하는 일본어 표현)이라는 카테고리가 아닌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주목하면 공감의 여지는 훨씬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히라노 작가는 1999년 소설 ‘일식’으로 일본 최고 권위의 순문학 등용문인 아쿠타가와 상을 탄 인기작가다. 일식을 비롯해 ‘마티네의 끝에서’, ‘결괴’, ‘얼굴없는 나체들’ 등 한국어로 출판돼 인기를 끌었다. “한국의 친구들이 많고 한국에 독자들도 있다”고 말한 그는 “나와 세대가 가까운 김연수나 은희경 등의 소설은 일본의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많은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한국인은 민족적으로 이렇다는 조잡한 이야기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히라노 작가는 작년에는 ‘자이니치’(재일동포) 3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어떤 남자’를 출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인생 어느 지점에서 자이니치 친구나 지인을 만났을 것이다”라면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일 때 같은 반이었던 자이니치 친구를 생각하며 그들이 현재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부터 내 나름대로 접근이 가능하지 않을까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한 사람, 잘 알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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