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日유명 소설가, 혐한(嫌韓) 조장 언론에 일침…“강제징용 판결문 읽어보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한 일본 유명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44)가 혐한(嫌韓)을 조장하는 일본 매체를 겨냥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소송 판결문부터 읽어보라"고 비판했다. 판결문을 읽지 않고 맥락도 모른 채 무책임하게 혐한을 부추기지 말라는 얘기다.

히라노 작가는 11일자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혐한을 조장하는 방송과 주간지 보도를 겨냥해 "화가 나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했다"며 "한국 문제에 대해 미디어가 무책임하게 반감을 부채질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문도 읽지 않은 (방송의) 출연자에게는 말하게 해선 안 된다. 모두 판결문을 읽어봐야 한다. 판결문을 읽으면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 /대산문화재단 연합뉴스


그는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옹의 인터뷰를 읽었다고 했다. 히라노 작가는 "우선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들(피해자들)의 경우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기술을 배울 것을 기대하고 모집에 응했다가 위험도가 높은 노동 환경에 놓여 임금도 받지 못했다. 도망치고 싶다고 하면 맞았다. 비참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한국과 일본을 나누지 않고 인간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한·일이 서로 공감하기 위해서는 "(한국인 혹은 일본인이라는) 뷴류를 제외하고 사람의 인생을 보고 공감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설은 한국인, 일본인, 남자, 여자 같은 카테고리를 주인공으로 하지 않는다"며 "징용공이라는 분류가 아닌 한명의 개인으로 주목한다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 자신의 친구와 독자들이 있다면서 김연수·은희경 등 한국 작가가 쓴 소설은 일본에 있는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다고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 일본인과 한국인은 많은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히라노 작가는 1999년 소설 ‘일식(日蝕)’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아 일본 내 ‘히라노 열풍’을 일으켰다. 아쿠타가와상은 ‘천재작가’라고 불리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를 기리기 위해 일본 문예춘추사가 1935년에 창설한 순수문학상이다. 나오키상과 함께 일본문학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히라노 작가는 이 밖에도 ‘공백을 채워라’ ‘투명한 미궁’ ‘마티네의 끝에서’ ‘결괴’ 등을 집필했다. 그는 지난해 ‘자이니치(재일 동포)’ 3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어떤 남자’를 출판하기도 했다.

[이다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