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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 시험대 오른 미국 우선주의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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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TOPSHOT - Smoke billows following Turkish bombardment on Syria's northeastern town of Ras al-Ain in the Hasakeh province along the Turkish border on October 9, 2019. - Turkey launched an assault on Kurdish forces in northern Syria with air strikes and explosions reported along the border. President Recep Tayyip Erdogan announced the start of the attack on Twitter, labelling it "Operation Peace Spring". (Photo by Delil SOULEIMAN / AFP)/2019-10-10 05:12:41/


동맹 미국에 버림받은 시리아 쿠르드족의 운명이 풍전등화 신세다. 터키군이 쿠르드족 장악 지역인 시리아 북동부 국경도시에 대한 지상작전에 돌입했다. 터키 국방부는 9일 “터키군과 민병대 시리아국가군(SNA)이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공격을 개시했다”며 “공습과 곡사포 공격으로 181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했다.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자국 내 분리주의 테러조직의 분파로 여기고 척결의지를 드러내왔다. 쿠르드족은 독립국 건설의 꿈이 또다시 물거품이 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터키군의 공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나 진배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 중인 미군의 철수를 결정하고 터키의 군사작전을 사실상 묵인한 탓이다. 쿠르드족은 미군을 도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격퇴에 앞장선 일등공신이다. 쿠르드족 전사 1만1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막대한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혈맹인 쿠르드족을 버렸다. 말 그대로 토사구팽이다. 비정한 국제정치 현실을 실감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에서 ‘동맹을 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터키를 향해 “나쁜 생각이다. 터키의 경제를 쓸어버리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인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미국이 과도한 희생을 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세계경찰 역할을 포기하고 무역·동맹관계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과 해외 주둔 미군 철수,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는 미국의 국제 위상을 추락시키고 동맹관계에 균열을 낳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뜻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외교정책에 환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이 동맹을 소외시키고 미국 우선주의가 실제로 ‘미국 홀로’를 의미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에 돈이 많이 든다. 주한미군을 빼내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한·미동맹은 예전같지 않고 파열음이 커지는 마당이다.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우리의 안보태세를 강화해야 할 때다. 자칫 쿠르드족의 오늘이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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