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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설왕설래] 메이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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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얼마 전 짧은 동영상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암 수술을 받은 영국인 아빠와 딸의 재회 장면이었다. 방광암 선고를 받은 크리스 딕슨은 6년간 암과 싸우다 결국 방광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8살 된 딸 메이지는 아빠가 수술을 받는 동안 암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매일 기도했다. 예상보다 빨리 퇴원한 크리스는 딸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메이지 몰래 집에 돌아와 딸을 맞기로 한 것이다. 학교에서 귀가한 딸은 2층 거실 소파에 누워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빠를 보았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딸은 와락 눈물을 터뜨리며 아빠 품에 안겼다. 크리스는 “이제 다른 아빠들처럼 매일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는 딸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이들 부녀처럼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평범한 일상이다. 몇 해 전 대장암으로 숨진 영국의 여성 극작가 샬럿 키틀리는 가족에게 이런 글을 남겼다. “1년 반을 더 산 덕분에 30대 중반을 넘어서게 되었어요. 나도 중년의 복부 비만, 늘어나는 허리둘레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 한번 뽑아봤으면 좋겠습니다. 내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도 보고 싶고, 남편에게 못된 마누라도 되면서 늙어보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없어요. 매일 아침 일어나 아이들을 껴안고 뽀뽀해줄 수 있다는 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우리 몸에는 매일 5000개의 암세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17초에 1개꼴로 암세포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도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은 백혈구가 그때마다 암세포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만약 단 한 번만 실패해도 우리는 암에 걸리고 만다. 그렇다면 암에 걸리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고 감사할 일인가!

영국 소녀 메이지는 “아빠가 암에서 자유로워진 몸으로 돌아왔고 평생 나와 함께 보낼 수 있게 됐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무슨 대단한 일이 생겨야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나와 내 가족이 무사하고 무탈한 것이 바로 행복이다. 8살짜리 소녀도 아는 진실을 왜 우리가 잊고 사는가? 범사에 감사할 일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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