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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법무부 "기소 이후 사건도 공소사실 공개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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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안 마련 / "공보담당관 외 검사·언론접촉도 봉쇄" / 수사경위·범행경과 등 핵심내용 비공개 / 전 수사과정 언론촬영·녹화·중계도 금지 / 보안 강화 명목 취재활동 고강도 제한 / 알권리 침해 도구로 악용 우려 시각도

세계일보

사진=뉴시스


법무부와 검찰의 검찰개혁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우후죽순’으로 나오는 개혁안에 대해 알권리 침해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법무부 훈령안에는 대검찰청이 10일 내놓은 수사·공보업무 분리방안을 뛰어넘어 과도한 언론통제 수단으로 비쳐질 조치까지 대거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훈령안에 따르면 공소제기 전 사건은 혐의사실 및 수사상황 등을 일절 공개할 수 없으며 공소를 제기한 이후의 형사사건에 대해서도 공소사실과 수사경위 및 수사방법·범행경과 등 핵심적 내용의 공개는 원칙적으로 차단했다. 아울러 형사사건 사건관계인의 인격 및 사생활·범죄전력·주장 및 진술 또는 증언 내용, 증거 내용 등은 모두 공개가 금지된다.

다만 기소 전후 모두 사건관계인 또는 수사관계자의 명예·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예외를 적용해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예외적으로 가능한 수사공보는 지금처럼 수사담당자가 아닌 공보담당관을 지정해 수사와 공보를 분리하는 내용도 담겼다.

최근 ‘황제 소환조사’ 논란이 불거진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교수 사례처럼 소환대상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소환 일시는 물론 귀가 시점 등 소환 관련 사실관계가 모두 비공개로 이뤄지며, 사건관계인의 초상권 보호 차원에서 소환·조사·압수수색·체포·구속 등 수사과정 전체에 대한 언론의 촬영·녹화·중계방송도 허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사건관계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 언론 또는 제3자와의 면담 등 접촉도 금지해놨다. 검찰청 내에서 수사 과정에 있는 사건관계인을 촬영·녹화·중계방송한 언론기관 종사자는 브리핑 참석 또는 청사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도 담겼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자유국가에서 언론과 검사·수사관 등의 접촉을 금지하는 것도 헌법위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예외 대상을 정해놨다. 고위공직자·정당대표·공공기관장·자산규모 1조원 이상 기업대표 등의 경우는 촬영이 허용된다. 법조계 고위 인사는 “공개를 금지하는 여러 조문을 두면서도 광범위한 예외규정을 둔 것은 언론의 자유와 알권리를 의식한 조치로 보이지만 예외규정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자의적으로 이뤄질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국 법무부) 장관 개인이 연루된 상황에서 이런 훈령을 발령하는 것은 훈령내용에 문제가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피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규정안엔 언론의 취재 활동을 고강도로 제한하는 수사 보안 관련 규정도 다수 포함됐다. 우선 공보담당관이 아닌 검사 및 수사관은 담당하는 형사사건과 관련해 언론과의 개별적 접촉을 금지시켰다. 형사사건 관련 언론 취재의 모든 문의도 공보담당관으로 창구를 단일화했다. 검찰이 이날 발표한 전문공보관 제도 역시 법무부 훈령과 큰 차이가 없다. 지금까지 일선 지방검찰청은 차장검사가, 지청은 규모에 따라 지청장·차장검사·부장검사가 언론 보도에 대응하거나 공보 업무를 하던 것을 전문공보관에게 맡기는 게 골자다. 서울중앙지검은 차장급 검사가, 그 외 일선 검찰청은 인권감독관이 전문공보관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공보담당자를 통한 언론의 취재는 알맹이 없는 답변만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중앙지검 전문공보관은 수사경험이 풍부한 최우수자원을 보임해서 알권리 보장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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