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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진 칼럼] ‘정치의 시간’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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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검찰개혁 매진’ 다짐 꺼낸 조국

장관직 사퇴와 검찰개혁은 동전의 양면

여야, 검찰개혁 법제화로 갈등 종결해야
한국일보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이 7일 국회 사랑재에서 초월회 오찬 간담회를 갖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불참했다. 이날 당 대표들은 선거제개혁 검찰개혁을 논의할 ‘정치협상회의’를 가동하기로 했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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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태로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는 것이 ‘국론 분열’은 아니라고 했다. 물론 새삼 국론을 꺼내고 분열 운운하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민주화 이후 사회 현상에 대한 관점은 늘 달랐고, 접근법과 해결법도 각양각색이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다양성의 스펙트럼도 넓어지는 것처럼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조국이 ‘국론급’인지 논쟁은 차치하고, 일개 장관의 진퇴 때문에 60일 넘게 사회가 이토록 격렬하게 갈라져 대립했던 적이 있을까.

대통령도 고민이 깊을 것이다. 조국 임명 직전까지도 임명과 지명 철회 두 버전의 메시지를 놓고 고심한 대통령이지만 임명 이후의 사회 분열상에는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2년 5개월 전 취임사에서 그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 ‘검찰개혁’이라는 한 가지 명분과 메시지만으로는 통합을 이루어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더구나 조국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으로는….

문 대통령은 한번 신뢰한 참모는 끝까지 믿고 기용한다고 한다. 대단한 인내심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검찰개혁이라는 공동 목표에 의기투합한 동지적 관계인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필연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를 놓아주는 것, 그 시기와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아니 어쩌면 문 대통령과 조 장관 사이에는 그런 암묵적 약속, 그러니까 검찰개혁을 위한 제도적 틀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자진 사퇴한다는 데 이심전심 통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 청사진을 공개한 8일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지지로 ‘고통의 나날’을 버티고 있고, ‘마지막 순간’까지 검찰개혁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 그의 장관직은 검찰개혁으로 시작해 검찰개혁으로 끝날 것이다. 끝나야 한다. 이중적ᆞ위선적 언행으로 비난받은 그지만 염치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다만 온갖 비난과 무차별 수사에도 굳이 장관직을 택한 이유, 검찰개혁만은 이루고 싶을 것이다. 그것이 최소한의 자신의 명예회복이자 대통령에 대한 보답일 테니.

대통령에게 조국은 전부일 수 없고, 전부여서도 안된다. 그의 앞에는 내년 총선, 민생ᆞ검찰개혁 입법, 경제 살리기와 예산안, 북미 협상과 한일 갈등 등 풀어야 할 국정 현안이 쌓여 있다. 모두 고도의 판단과 정치력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면 대통령은 엄중한 상황에 걸맞은 ‘결단’을 검토 대상에 올려 놓고 있어야 한다. 현재의 대립과 갈등 국면이 총선 정국이 열리는 내년까지 이어지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광장 정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조 장관 부인 구속 여부, 조 장관 조사 및 처리 방향 등에 따라 어디로 불이 옮겨붙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속히 ‘정치의 시간’이 열려 광장을 대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야가 희미하게나마 대화의 물꼬를 틔운 건 다행이나 아직 광장의 요구를 담아내기엔 미미하다. 속도를 내야 한다. 검찰 수사는 수사대로, 법무부와 검찰의 개혁 경쟁은 경쟁대로 진행하면서 광장의 분열을 극복하려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검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신속한 검찰개혁 실현과 조국의 자진 사퇴는 동전의 양면이다. 조국 사퇴는, 대통령의 언급 등을 감안할 때, 변수가 아닌 상수로 놓아도 무방해 보인다. 단, 검찰개혁이 반드시 전제된다. 검찰개혁의 법제화가 빨라질수록 대통령과 조국의 ‘결단의 시간’도 앞당겨질 것이다. 여야가 검찰 직접수사 축소 등에 공감한 만큼 신속한 논의와 결론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거기서부터 ‘정치의 시간’을 열어가야 한다. 광장에만 의탁해 정치적 실리를 도모하려는 것만큼 무책임한 행위도 없다. 정치가 광장의 요구를 품어야 한다. 언제까지 정치가 ‘윤석열의 시간’과 ‘광장의 시간’에 매달려 공방을 거듭할 텐가. 제발 헌법이 부여한 권능을 회복하기 바란다.

논설실장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