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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동십자각] 미집행 학교용지를 대하는 다양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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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용 탐사기획팀 차장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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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신문이 보도한 학교용지 데이터는 대체 어디에서 구한 겁니까? 이 데이터는 서울교육청 데이터와 다르잖아요.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왜곡해서 보도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대체 어디서 이런 엉터리 데이터를 얻은 것이에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서울교육청의 학교용지 담당자 목소리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한 가지만 문의하겠다”면서 시작된 전화통화는 기자에게 취재원 공개를 강요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흥분을 가라앉힌 후 다시 전화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도 질문을 가장한 서울교육청의 항의 전화는 이어졌다. 본지 탐사기획팀이 세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전국의 시군구 등 지자체에 정보 공개를 요청해 확보한 ‘전국의 미집행 학교용지’ 현황은 정보공개요청 자료 수령 후 다시 전화통화를 통해 데이터를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 집계됐다. 그렇기에 오차가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의 미집행 학교용지 현황과 본지 탐사기획팀이 집계한 데이터에 차이가 있다면 짚이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서울교육청은 서울지역 내 학교용지로 지정된 부지에 대해 각 지자체에 다시 학교용지 해제 요청을 완료한 경우 이를 제외한 데이터만 ‘미집행 학교용지’로 분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는 난개발 우려 등을 이유로 학교용지 해제 요청을 받아도 학교용지에서 해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서울교육청은 자신들이 요청해 확보된 학교용지 중 이미 지자체에 해제 요청을 완료한 부지들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래서 본지 탐사기획팀이 집계한 교육청의 학교용지 해제 요청과 무관하게 도시계획 시설 중 학교용지로 지정된 후 아직도 학교 건축이 이뤄지지 않은 미집행 학교용지와는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본지 탐사기획팀이 보도한 ‘학령인구는 갈수록 주는데···학교용지 605만㎡ 방치’ 기사가 보도된 후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서울교육청이 이처럼 책임 회피를 위해 분노 표출을 위한 항의전화를 해왔다면 교육부 내에서는 ‘누군가는 반드시 한번은 짚어줘야 할 이슈’라는 반응을 보였다. 독자들은 기자에게 “집 근처 학교 부지 문제도 다뤄줄 수 없겠느냐”는 e메일까지 보내왔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학생 감소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교육청(교육지청)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부와 교육청·지자체 중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겠다는 정부 기관은 없었다. “확보 먼저 해야 한다”는 교육청의 업무태도와 “학교용지 문제는 개입할 근거가 없다”는 교육부의 분위기, “교육청이 요청해 자초한 문제는 교육청이 풀어야 한다”는 지자체의 반응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다. “학교용지 문제가 보도된 만큼 감사원의 감사가 이어진 뒤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일 것”이라는 한 지자체 고위 공무원의 농이 현실이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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