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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기고]유엔 해비타트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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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박수현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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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에 설립된 유엔 해비타트는 '지속 가능한 도시와 청년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 앞장서는 유엔 산하 기구다.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본부 아래 4개 대륙별 사무소, 대륙별 사무소 관할 70여개 국가별 사무소 구조로 이뤄져 있다.

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올해 9월에 설립됐다. 세계 최초의 국가별 위원회다. 아시아·태평양을 관할하는 일본 후쿠오카의 대륙별 사무소를 거치지 않고 나이로비 본부 직할 체제로 운영된다.

2017년 청와대 근무 당시 처음 인연을 맺은 유엔 해비타트가 한눈에 들어온 것은 청년, 도시재생, 일자리 등 해비타트의 실천 목표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다.

쉽지는 않았다. 유엔 해비타트 본부를 설득하며 국가위원회 설립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최초이자 유일한 국가위원회인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설립됐다.

왜 세계는 청년 이슈에 집중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청년이 문제 해결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청년이 없으면 국가도 미래도 없다.

지속가능한 '더 나은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힘은 역량 있는 청년의 단결된 힘이다.

그러나 청년은 현재 미묘한 상황에 직면했다.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일하지만 일자리는 가장 불안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짊어진 부채로 안정된 주거는 꿈도 못 꾼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세계 실업자 3명 가운데 1명은 청년이다. 청년 노동자 4명 가운데 3명은 비공식 고용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한 직업 포털사이트에서 발표한 2018년 중소기업 평균 초임 연봉은 2567만원, 세금을 제하면 월 200만원 남짓이다. 결혼과 출산은커녕 빚을 갚기도 벅차다.

주변에서는 눈을 낮춰 중소기업에 들어가라는 말을 하는데 대기업과 격차가 너무 심하다 보니 더 좋은 기업에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공부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해온 것도 아깝다.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한다. 집도 얻고 결혼도 하고 싶은데 중소기업에 가면 앞으로 평생 삶의 질이 낮아지는 느낌이라 중소기업을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오늘날 청년은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꾸기에는 서 있는 자리조차 불안한 현실과 마주해 있다. 청년 실업 문제의 가장 큰 본질은 교육이다.

올해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이 선언한 세계 청년의 날 주제는 '교육의 전환'이었다.

현 세대 청년은 어느 세대보다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모든 산업 분야에서는 인력 부족을 한탄한다. 교육, 기술, 고용이라는 삼각관계에서 산업화 시대의 '구닥다리 교육 시스템'이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고용 시장과 부조화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희망인 청년의 내일을 담보로 어제의 교육 방식을 그대로 주입하면서 단순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더 이상 교육 목표이자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교육시스템 전환과 관련, 세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이 변화한다고 해서 미래 교육이 오늘날의 교육과 매우 다른 새로운 것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변화는 수백만개 작은 발전이 축적된 결과일 때가 많다. 미래는 언제나 과거와 현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현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방치한 채 교육의 변화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둘째 기술과 도구보다 중요한 것은 자발 학습 동기다. 유튜브가 새로운 학습 도구로 인기가 높다. 다양한 개방형 온라인 강의가 확산되면서 전문 지식과 학습 문제 해결 노하우 접근성이 높아졌다. 진정한 교육은 자아 실현을 추구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강요가 아닌 본인의 자발 동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개인의 동기는 환경을 통해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이 세 번째 강조점이다. 유엔 세계 청년의 날 기념식을 위해 방문한 케냐의 마다레 마을은 대표 슬럼가였다. 이제는 청년이 주도하는 도시 재생 운동의 상징이 됐다. 지역 청년을 위한 공공 공간으로서 생활 환경과 재능이 다양한 청년들이 서로 소통·교류하면서 역량을 한 걸음씩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 '원스톱센터' 역할이 컸다. '원스톱센터'는 유엔 해비타트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2015년 삼성물산이 건립해준 공간이다. 이곳에서 청년과 주민은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마을은 빈곤을 넘어 교육과 실천으로 혁신을 이뤄간다.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존중하는 건강한 청년이 일상적인 정주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곳이 됐다.

우리 청년들이 더 나은 미래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을 변화시키는 일은 분명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상호 연결된 청년 간 자발성을 바탕으로 한 혁신 움직임이 변화의 씨앗으로 작용해야 한다.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또한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인 청년 모두가 소외받지 않는 '모두를 위한 도시'를 다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희망찬 플랫폼·허브·튜브 역할을 성실히 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

박수현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장 unhabitat@unhabita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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