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리걸해커스서울, 블록체인 거버넌스 논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의사결정과정(거버넌스)을 법률적 관점에서 분석, 평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리걸해커스서울이 최근 개최한 씨엘플러스비(CL+B) 페스티벌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법률적 관점에서 바라본 지속가능한 블록체인 기술 거버넌스와 책임 소재를 주제로 심도 높은 토론을 진행했다. 리걸해커스서울은 전세계 130여개 지역 법률가, 정부 관계자, 엔지니어, 학자들이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첫번째 패널토론에서는 이나래 블록크래프터스 변호사가 좌장을 맡고 피터 질갈비스 유럽연합집행위원회 디지털혁신∙블록체인 책임자, 윤주호 법무법인태평양 파트너변호사, 박완기 리버티챔버스 홍콩 법정변호사, 스티븐 남 스탠포드 블록체인법률정책저널 편집장, 토니 라이 리걸닷아이오 공동창업자가 지속가능한 블록체인 거버넌스의 설계 방안을 논의했다.

블록체인 거버넌스 핵심은 ‘탈중앙화’

토론자들은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기존 거버넌스와 구분되는 특징으로 탈중앙화를 꼽았다. 박완기 리버티챔버스 홍콩 법정변호사는 “기존 거버넌스는 입법자가 법과 규칙을 정해 놓고 일반 시민들은 사회 안에서 규칙들을 지켜나가는 탑다운 형식”이라면서 “이에 비해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생태계 안에서 모든 참여자가 합의해 규칙을 정하고 준수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피터 질갈비스 유럽연합집행위원회 디지털혁신∙블록체인 책임자도 “기존의 거버넌스에서 민주적이고 탈중앙화된 방법으로 의사 결정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기술적으로 봤을 때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토니 라이 리걸닷아이오 공동창업자는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확장성에 주목했다. 그는 “사람과 기술이 함께 협업한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대단하다”면서 “다양한 매커니즘으로 합의를 도출하면서 점차 오프체인에서 온체인으로 (의사결정과정을)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정립방안에 대해서는 각 네트워크 참여자 간에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피터 질갈비스 유럽연합집행위원회 디지털혁신∙블록체인 책임자는 “탈중앙화 정도나 허가 수준에 따라 거버넌스는 달라진다”면서 “블록체인 거버넌스 설정 시 계약, 분쟁, 자산 이전 등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에서 어떤 원칙을 바탕으로 공정한 경제를 이뤄낼 것인지, 승자가 독식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줄 수 있는지 등 방법에 대해 등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주체가 국제기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오고 갔다. 박완기 리버티챔버스 홍콩 법정변호사는 “국제기구를 만들기 전에 생각해봐야할 것은 탈중앙화된 시스템의 개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누가 법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의문을 가져야 한다. 국제 조약 프레임워크를 가지는 것은 사실 중앙화된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질갈비스 책임자는 “유럽연합(EU) 등 국제적 조직에서 어떤 기술을 다루고 어떤 법이 나와야 하는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제조약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다”면서도 “기존 법적 프레임워크에 블록체인의 장점을 결합해 기술로 인한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거버넌스 참여자에 대한 교육 필요하다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성립하려면 참여자들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스티븐 남 스탠포드 블록체인법률정책저널 편집장은 “탈중앙화는 이상적 개념이자 지향해야할 개념이지만 탈중앙화된 자율조직을 만드려면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모두가 진입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만큼 결정주체인 참여자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교육의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내부 규칙을 제정하고 실행하고 책임지는 주체 등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더리움 하드포크 사건을 예로 들며 “교육을 바탕으로 참여자들의 가치관에 따라 내린 훌륭한 결정”이라고 평했다. 이더리움 하드포크 사건은 2016년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이더리움이 해킹당했을 당시 내부에서 해킹 이전으로 되돌리자는 의견과 블록체인 비가역성 보장 때문에 돌아갈 수 없다는 의견으로 나뉘었고 결국 가치관에 따라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이 분리된 사건이다.

박완기 변호사는 “ICO참여자 대다수는 어떤 토큰 이코노미에 참여하는지 모른다”면서 “대중들을 대상으로 백서 이해나 프로젝트 선택법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개발자가 백서에 기술 특성을 과장하거나 달성 시간을 과장하기도 한다”면서 특히 투자자와 개발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토니 라이 공동창업자는 “데이터 공유와 악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도 “교육을 통해 기계에게 완전히 거버넌스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융합되고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주호 법무법인태평양 파트너변호사는 블록체인 거버넌스의 정치적인 함의에 대한 연구에 앞서 핵심 개발자에 대한 책임 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탈중앙화란 이유로 개발자는 정체를 밝히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도망하는 소위 먹튀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향후 방향 논의도 필요하지만 실제로 만드는 사람들의 도덕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거버넌스 참여자의 역할과 책임

토론자들은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면 교육과 함께 참여자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주호 변호사는 백서를 통해 참여자들 간 일종의 계약을 형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법적 책임과 도덕적인 책임을 구분하면서 법적 책임의 소재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각 프로젝트마다 이상과 현실문제 간 합의를 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터 질갈비스 책임자는 “파트너십을 통해 함께 개발하는 사례가 많은데 협업하는 사람들이 같이 책임지는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완기 변호사는 “중앙이 없기 때문에 참여자들 역할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지만 어려운 작업”이라면서 “행위자들은 대개 책임이 겹치기도 하고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책임소재 전에 책임져야할 상황에 대한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토니 라이 공동창업자는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리더없이 자유롭게 흘러 다니는 새들의 움직임”에 비유하면서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려면 유기적이고 자유로운 프레임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화된 시스템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래에 나눠주는 형태로 책임소재가 명확하지만 탈중앙화된 시스템은 모두가 접근 가능해 역할에 대한 평가는 타인의 관찰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핵심 개발자는 신의성실의무를 이행해야 하는가

두번째 패널토론에서는 강진 해시드 파트너변호사의 진행 아래 이흥노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이정엽 의정부지방법원 부장판사 겸 블록체인법학회 회장, 조이 가르시아 지브롤터이솔라스로펌 파트너변호사, 박종백 법무법인태평양 파트너변호사, 크리스틴 페리 스케일 부사장이 참석해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의 책임 소재 중 핵심 개발자가 신의성실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신의성실의무는 신뢰와 믿음이 필요한 상황에서 성실하게 의무를 시행해야 하는 원칙이다.

이정엽 의정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개발자의 신의성실의무에 대해 “회사 조직과 네트워크를 혼동하는 것 같다”면서 “전통 조직에서 국회의원, 이사들이 신의성실 의무를 지는 것처럼 현재 단계에서는 네트워크 조직을 구축하려는 개발자들에게도 법이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발표한 권고안에 따르면 개발자도 규제대상에 포함돼 불공정한 코딩을 진행한 개발자에 대해서는 하는 향후 규제가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핵심 개발자에게 책임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조이 가르시아 지브롤터이솔라스로펌 파트너변호사는 “비트코인 의사결정은 복잡한데다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면서 “핵심개발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신의성실 의무를 부여하기 전에 개발 레이어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개발 스택은 커뮤니티 기반으로 돌아가 신의성실의무를 부담할 주체나 구체적 의무 내용 등을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비트코인 레이어 개발을 탈중앙화 운영으로 진행하고 그 위에 스마트계약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계약을 관리하는 그룹에 대한 논의도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종백 법무법인태평양 파트너변호사는 “신의성실 의무는 라이선스 공개정도와 관련되는데 비트코인은 코드가 공개되고 배포됐다”면서 “이는 사실 굉장히 의무가 적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흥노 GIST 교수는 “비트코인에서 사토시와 코드보관소 양측은 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핵심개발자들이 일부러 어떤 정보를 감추고 공유하고 경제적 이익을 공유했다면 대의권을 박탈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페리 스케일 부사장은 “핵심 개발자의 의사결정은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균형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남 스탠포드 블록체인법률정책저널 편집장도 앞선 패널토론에서 핵심개발자에게는 신의성실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핵심 개발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법적 조항이 없는데다 핵심 개발자는 채굴자, 사용자, 커뮤니티멤버 등 다른 네트워크 참여자를 자기 결정에 의해 임의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블록체인 거버넌스에서는 포크, 업데이트 등을 결정할 때도 탈중앙화된 투표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핵심 개발자의 결정이 무의미하다는 해석이다.

이번 토론을 주최한 리걸해커스서울 한국운영위원회의 이나래 변호사는 “탈중앙화 거버넌스를 수립하는 데 있어 다양한 견해를 접해 의미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비롯해 기술과 법률 간 접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논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세진 D.STREET(디스트리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