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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터키, 시리아 군사작전 개시…‘평화의 샘’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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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군이 시리아 북동부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했습니다. 시리아 영토를 보전하고 테러단체로부터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한 작전이라고 합니다. 터키는 이번 군사작전의 공격 대상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는 물론 쿠르드 민병대를 포함시켰습니다. 시리아는 이에 따라 오랜 내전과 IS 격퇴전에 이어 이제 터키의 공격으로 인한 포화에도 휩싸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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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민병대 YPG의 여성 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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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Syria)의 아랍 이름은 ‘수리아’ ( سوريا )입니다. '한국'의 아랍 이름 ‘쿠리아’
( كوريا )와도 비슷합니다. 아랍은 필기 방향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리아'와 '쿠리아'는 맨 오른쪽 첫 글자 하나만 다릅니다. 오랜 내전으로 인구집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시리아 인구는 1,700만 명 정도 됩니다. 이 가운데 100만 명 정도는 쿠르드족인데, 쿠르드족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습니다. 이라크에 파병됐던 한국군 ‘자이툰’ 부대의 주둔지역이 쿠르드 자치지역이었습니다. 당연히 시리아에 있는 쿠르드족의 소원도 자치, 더 나아가 독립입니다.

그런데 2011년 시리아에서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에 내전이 발발하고, 이 틈을 타 이라크에서 발호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까지 시리아에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시리아에서는 내전과 IS 격퇴전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쿠르드족은 미군의 지원을 받아 IS를 상대로 전투를 벌였습니다. IS를 몰아내고 그 땅에 쿠르드 자치정부를 세우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치열한 전투를 이어갔고 만 명이 넘는 쿠르드족이 숨졌습니다. 이때 크게 활약한 쿠르드 민병대가 YPG입니다. 한국 남성 한 명이 YPG에 들어가 IS와 싸운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이 남성은 여행금지국가에 들어간 사실 때문에 나중에 여권을 반납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쿠르드족의 활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가 바로 시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터키입니다. 터키 인구는 8,300만 명인데, 이 가운데 무려 1,500만 명이 쿠르드족입니다. 이 쿠르드족 가운데에는 ‘쿠르드노동자당(PKK)’라는 단체를 만들어 독립을 추구하는 세력이 있는데, 터키는 이 단체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리아 내 쿠르드 민병대 YPG가 이 PKK와 연계돼 있다는 게 터키의 시각입니다.

이 때문에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이 끝나가는 무렵 터키는 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군의 동맹군 역할을 한 쿠르드족이 터키와 맞닿은 시리아 북동부에 자치 정부를 세우게 되면 자국 내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터키는 시리아 난민이 가장 많이 머물고 있는 나라인데, 이 때문에 터키 사람들의 경제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도 터키 정부의 고민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에 안전지대를 만들어 자국 내 시리아 난민 200만 명가량을 이곳으로 이주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난민 문제도 해결하고 쿠르드족 활동도 억제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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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접경 지역으로 이동하는 터키군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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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리아 북동부에 자치 정부를 세우고 싶어하는 쿠르드족으로서는 이런 터키의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당연히 IS 격퇴전에서 함께 싸운 미국이 자신들을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여기에서 미국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터키는 세속화되긴 했지만, 이슬람 신자가 국민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의 중동 전략에 있어서도 중요한 국가입니다. 또한 지정학적으로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군사전략적 요충지입니다. IS 격퇴전의 동맹인 쿠르드족을 감싸자니 터키의 이후 행보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 터키는 부쩍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터키가 미국의 방공무기 패트리엇을 도입하려다 무산되자 대신 러시아의 S-400을 구매한 것은 미국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미국의 미래 공군 전력은 스텔스 전투기인 F-35에 크게 의존하게 되는데, 터키는 이 F-35를 공동으로 생산하는 국가입니다. 이런 터키가 러시아 방공무기 S-400을 운용하게 되면, F-35가 비행할 때 S-400의 레이더가 어느 정도 탐지할 수 있는지 관련 자료가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자료가 러시아로 들어간다면 F-35의 스텔스 기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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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도입한 러시아 방공시스템 S-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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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결국 터키의 손을 들어줍니다. 터키가 쿠르드 민병대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준 겁니다. 미 행정부는 이걸 ‘재배치’라고 표현했지만,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미국이 쿠르드족을 버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터키와 쿠르드 간 갈등을 틈타 IS가 다시 발호하는 것 아니냐, 쿠르드족이 시리아 독재정권 아사드와 연합해서 시리아 내전이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와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그때 그때 다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가 인도주의의 선을 넘을 경우 경제 파탄이 올 것이라며 경고했지만,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터키가 미국의 대규모 교역 상대이고, F-35 공동 생산국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터키의 군사작전이 시작된 뒤에는 미국이 이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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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터키는 F-35 공동생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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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터키의 군사작전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북동부에 많은 전쟁 난민이 머물고 있는 만큼 또다시 민간인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유럽이라고 해서 떳떳할 수는 없습니다. 시리아 난민이 유럽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터키가 방파제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터키는 이번 군사행동의 작전명을 '평화의 샘'으로 명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군사작전이 시리아에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기가 어렵듯, 시리아의 평화의 샘도 어딘가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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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호 기자 (parkseokh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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