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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 포기자는 3년간 100% 구속됐는데… 조국 동생만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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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게이트]

- 前영장판사 "이해 못할 판단, 법원 오점 찍은 날" 공개비판

"2억 받은 사실만으로도 구속인데, 증거인멸·도피 지시까지…

혐의 인정했다고 기각? 도망할 우려 커져 되레 영장발부 사유"

디스크 수술도 거짓말… 법조계 "이런식이면 구속될 사람 없어"

웅동학원 채용 비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52)씨에 대해 9일 새벽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뒤 법조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였던 이충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법원 스스로 법원에 오점을 찍은 날"이라고 했다.

조씨는 웅동학원 교사 채용 대가로 2억원을 받고(배임수재), 허위 소송을 벌여 웅동학원에 1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등을 받고 있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조씨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배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루어졌으며 ▲배임 수재 혐의를 인정하는 점 ▲건강 상태 등을 사유로 들었다.

조선일보

서울구치소 나오는 조국 동생 - 9일 오전 조국 법무장관의 동생 조모(52)씨가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조씨는 웅동학원 허위 소송 및 교사 채용 비리 등의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은 "이미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뤄졌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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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조계에선 "영장 발부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거센 비판이 나왔다. 특히 배임 수재 혐의와 관련한 지적이 많았다. 조씨에게 교사 채용 대가로 2억원을 전달한 브로커 2명은 이미 구속됐다. 그런데 그 돈을 받은 주범(主犯) 격인 조씨를 불구속한 것은 법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4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낸 이 교수는 이날 지인들에게 보낸 A4용지 2장 분량의 글에서 명 판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2억원을 전달한 종범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는데, 2억원을 받고 금품 공여자들을 교사로 채용한 주범인 조국 동생에 대해 영장 기각을 한 것은 큰 잘못"이라며 "그 범죄 하나만으로도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봐 구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기각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사유를 억지로 짜맞춘 창피한 결정"이라고 했다.

검찰은 조씨가 구속된 브로커 한 명에게 돈을 주고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이런 경우 증거인멸 시도로 보고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사례가 많다. 검찰도 구속영장에 조씨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시했지만, 명 판사는 이 혐의에 대한 판단은 언급하지 않았다.

더욱이 조씨는 돈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형법은 돈을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을 무겁게 처벌한다. 배임수재죄는 형량이 징역 5년 이하인 중범죄다. 범죄의 중대성은 구속 사유 중 하나다. 그런데 명 판사는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 교수는 "2억원 정도를 받았다고 하면 혐의를 인정한다 해도 도주 우려가 있다고 봐 영장을 발부한다"며 "살인 혐의를 인정한다고 영장을 기각하나. 실형이 예상되면 보통 영장을 발부한다"고 했다.

조씨가 영장 심사를 포기했는데 영장을 기각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조씨는 영장 심사 하루 전인 7일 "허리디스크가 악화돼 8일 수술을 받기로 했다"며 영장 심사 연기를 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씨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부산의 한 병원에 있던 그를 구인해 서울로 데려왔고, 조씨는 영장 심사를 포기했다.

실제 영장 심사를 포기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전례는 거의 없다. 2015~2017년 서울중앙지법 통계를 보면 영장 심사를 포기한 피의자 32명은 모두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 교수는 "조국 동생은 스스로 구속을 면하기 어렵다고 봐 영장 심문을 포기했는데 그 영장을 기각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 확인 결과 조씨가 8일 수술을 받기로 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검찰은 명 판사에게도 이를 알렸지만 명 판사는 '피의자 건강 상태'를 이유로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한 변호사는 "누가 봐도 구속 연기를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인데, 이를 도주 우려로 판단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주 출신의 이 교수는 "나는 전라도 사람이고 처가도 전라도"라며 "대한민국의 통합과 법원에 대한 신뢰를 위해 이 글을 썼다"고 했다. 그는 "작년부터 4명의 중앙지법 영장 전담 판사 가운데 명 판사 이름만 기억을 한다"며 "영장을 발부하고 싶으면 '범죄 사실 상당 부분 소명이 됐다'고 하고, 기각하고 싶으면 '범죄 사실 상당 부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쓰던데 원칙과 기준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조국 동생 같이 중대한 범죄가 불구속이면 구속될 사람이 별로 없다"고 썼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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