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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IF] 움직임 없이 생각만으로 작동… 한 몸이 된 인간과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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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전직 안경사인 티보는 4년 전 발코니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어깨 아래가 마비됐다. 늘 휠체어 신세만 지던 그가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몸에 외골격 로봇을 착용하고 걷는 것은 물론 팔까지 움직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스위스에서는 다리를 절단한 환자가 로봇 다리 덕분에 다시 다리 감각을 되찾았다. 인간과 로봇이 말 그대로 한 몸이 되면서 장애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대로 움직이는 '입는 로봇'

프랑스 그르노블대의 알림 루이 베나비드 교수 연구진은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랜싯 뉴롤로지'에 "사지가 마비된 환자가 생각만으로 몸에 장착한 로봇 팔과 다리를 작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환자 티보는 실험을 마치고 "마치 달에 처음 착륙한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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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먼저 환자의 뇌 양쪽에 각각 32개의 전극이 달린 격자형 센서를 이식했다. 센서는 사람이 몸을 움직이려고 할 때 나오는 뇌 신호를 감지한다. 컴퓨터는 센서가 보내온 신호를 토대로 몸에 장착한 로봇을 작동하는 전기신호를 만든다. 생각대로 로봇이 움직이는 것이다.

이전에도 뇌에 전극을 심어 동작신호를 감지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 뇌에 찔러 넣은 전극 주위로 세포들이 달라붙으면서 센서 기능이 떨어졌다. 연구진은 뇌 표면에 전극을 부착해 그런 문제를 차단했다. 센서가 포착한 뇌 신호는 전선 없이 무선으로 컴퓨터에 전달됐다.

티보는 컴퓨터 모니터에 나오는 캐릭터를 생각으로 작동하는 훈련을 거친 다음, 로봇 팔다리를 장착했다. 2년에 걸친 훈련 결과 티보는 480걸음으로 145m를 걷는 데 성공했다. 로봇 다리 작동 성공률은 73%에 달했다. 양쪽 로봇 팔을 물체까지 뻗는 실험에서도 71% 성공률을 보였다.

생각으로 로봇을 작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미국 브라운대 연구진은 사지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침대 옆에 있는 로봇 팔을 움직여 음료수가 든 병을 입으로 가져오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에는 듀크대 실험에서 하반신마비 환자가 외골격 로봇 다리를 뇌신호로 작동했다. 이번 연구는 그보다 앞섰다. 영국 런던 열대의학대학원의 톰 셰익스피어 교수는 논평 논문에서 "이전 연구는 대부분 로봇 다리나 팔 하나만 움직였지만 이번에는 로봇 팔다리 4개를 모두 생각만으로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로봇의 균형감을 높여 환자가 혼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로봇은 넘어지지 않도록 줄에 연결돼 천장에 매달려 있다.

발바닥 감촉까지 전하는 로봇 다리

입는 로봇을 넘어 아예 로봇이 몸 일부가 되기도 한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의 스타니사 라스포포비치 교수 연구진은 지난 3일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로봇 의족(義足)의 감각을 뇌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로봇 손가락의 감각을 근육이나 뇌로 전달한 적은 있지만 로봇 다리의 감각을 뇌가 인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다리를 무릎 이상 절단한 환자 3명에게 로봇 의족을 이식했다. 로봇의 발바닥과 무릎에는 각각 압력과 각도를 감지하는 센서가 달렸다. 센서 신호는 다리와 발의 감각을 담당하는 경골신경으로 전달된다. 뇌는 신경이 보내온 신호를 받고 실제 다리가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환자들은 눈가리개와 귀마개를 한 상태에서도 로봇 다리의 어느 쪽이 땅에 닿는지, 무릎이 얼마나 굽혀지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나오는 의족은 전자회로로 작동하는 인공 무릎을 갖고 있어 부드럽게 작동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늘 부자연스럽다. 사람은 발에 닿는 감각을 통해 지형을 파악하는데 의족은 그런 느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로봇 다리를 장착한 환자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나타나도 문제없이 지나가고 계단도 더 빨리 올라갔다. 환자의 뇌에서 스트레스 신호도 크게 줄었다. 의족을 원래 다리처럼 느낀다는 의미다.

내 몸이 된 로봇 다리는 통증도 없앴다. 연구진은 지난달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논문에서 "감각을 전달하는 로봇 의족 덕분에 환상지(幻像肢) 통증도 거의 사라졌다"고 밝혔다. 환상지 통증은 환자가 절단된 팔다리에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현상으로 현재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재활용 로봇 개발이 활발하다. 현대차는 하반신마비 환자의 보행을 도울 착용형 로봇 다리를 개발해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박현섭 KAIST 기계공학과 연구교수는 "특히 국내에서는 뇌졸중 환자의 몸에 장착해 걷기 운동을 시켜 역으로 망가진 뇌 운동기능을 되살리는 연구가 활발하다"며 "사지 마비 환자보다 뇌졸중 환자 시장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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