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사설] 가족 수사 중인데 검찰개혁안 낸 조국, 누가 신뢰하겠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장시간 조사 및 수사 장기화 제한 / ‘조국 일가 수사팀’ 압박하는 요인 / 개혁안 실행 시점 앞당겨선 안 돼

세계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검찰개혁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어제 또 검찰개혁안을 내놨다. 공교롭게도 그 시간에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3차 검찰 조사를 받았고, 조 장관 동생은 강제구인돼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강화·실질화, 직접수사 관련 고검장 보고·점검, 검사 파견 최소화를 위한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 지침’ 시행, 장시간 조사 및 수사 장기화 제한 등이 핵심이다. 대부분 검찰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하지만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사전 조율 없이 검찰개혁안을 경쟁하다시피 내놓는 것은 볼썽사납다. 서로 이해가 달라 졸속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직접수사 관련 고검장 보고·점검 제도는 ‘보고 라인의 옥상옥’ 문제를 낳아 수사 보안·밀행성이 침해될 우려가 높다. 그만큼 수사 과정에 외부 입김이 개입할 소지가 커진다.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강화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감찰을 없애겠다는 취지지만 법무부가 검찰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조사 8시간 이내 제한도 수사의 밀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개혁안 대부분이 검찰 수사를 통제하겠다는 것일 뿐 어디에도 수사 독립성 강화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검찰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일방적 개혁안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발표 내용 대부분이 당장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조사 8시간 이내 제한, 출석조사 최소화, 수사 장기화 제한 등은 이달부터 시행하겠다고 해 조국 수사팀을 압박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정 교수가 ‘황제 조사’를 받으면서 멋대로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는데 말이다. 조 장관 동생도 허리디스크 악화를 이유로 영장실질심사를 연기하려고 했다. 일반인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조 장관 가족 전체가 사법방해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올 정도다. 개혁안 실행 시점을 앞당겨선 안 되는 이유다.

검찰개혁은 엄중한 과제다. 하지만 가족이 전방위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장관이 쫓기듯 밀어붙이는 검찰개혁은 시기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부적절하다. 깨끗하지 못한 손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조 장관이 검찰을 인사권·감찰권으로 압박하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검찰개혁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선 조 장관 사퇴가 선행돼야 한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