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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아버지 수업 7과목 듣고 모두 A+… 대학은 왜 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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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대학생 638명이 부모 수업 수강… 대학들 55%만 사전신고제
한국일보

교육부 정부세종청사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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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A교수의 자녀 2명은 각각 2015학년도, 2016학년도 신입생으로 전북대에 입학했다. 자녀 모두 아버지와 같은 단과대에 다니면서, 아들은 아버지 수업을 총 7과목 듣고 모든 과목에서 A+를, 딸은 아버지 수업을 총 8과목 듣고 1개를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았다. 딸은 이 덕에 평균 학점 4.4라는 높은 학점을 얻었지만, 아버지가 강의한 수업을 제외하고 나면 평균 학점은 3.4점으로 뚝 떨어졌다.

최근 5년간 163개 대학 638명의 대학생이 부모가 가르치는 수업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교육부에서 제출 받은 ‘2014~2018년 교수-자녀간 학사 운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전국 184개 대학 가운데 163개(88.6%) 대학에서 교수와 자녀가 함께 재직ㆍ재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는 2,930명, 자녀는 3,093명이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부모인 교수와 같은 학과에 속해 있는 학생도 599명이나 됐다. 이 중에 376명(62.8%)은 자신의 부모가 강의하는 수업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과목만 수강한 학생이 120명, 2~7과목을 들은 학생이 222명, 8~10과목을 들은 학생이 26명이었다. 부모 수업을 11과목 이상 수강한 학생도 8명에 달했다. 부모와 다른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 2,494명 중에서도 262명(10.5%)은 부모 수업을 들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학판 숙명여고’ 사건으로 논란이 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자녀 성적 비리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자 ‘교수-자녀간 강의 수강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각 대학에 권고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강생이 자녀일 경우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사전신고제’를 도입한 학교는 전체의 55.1%, 위반 교원에 대한 제재조치 근거를 마련한 학교는 44.4%에 불과했다.

박 의원은 “교수가 시험 출제, 성적 평가 등 전권을 가진 상황에서 자녀가 부모의 수업을 수강하고 부모가 자녀의 성적을 평가하는 것은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교육부의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대학의 관련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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