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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줌인]"전문가 맞나" "네일베 아나"…'답정너' 의원들의 호통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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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감기관 모욕·인신공격 질문" 반발 나와

소주성 비판 참고인에 '국회 모욕죄' 엄포

동일한 증인 놓고 "편향적" 추궁 장면까지

"몰아치기 국감 안 바꾸면 계속 일방 주장"

이데일리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가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리고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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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태환 이명철 한광범 기자] “피감기관 고위간부들에 대한 모욕이다.”(국방위원회)

“인신공격성 질문이다. 뭐 하는 짓이냐.”(기획재정위원회)

“한쪽은 보수, 다른 쪽은 진보라고 한다.”(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된 첫날(지난 2일)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피감기관·증인·참고인에 대한 의원들 질문 행태와 관련해 터져 나온 반발들이다. 고성과 말 끊기, 일방적인 몰아세우기 행태가 또 반복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국정감사 역시 정책보다는 진영논리에 기반을 둔 여야의 공방전만 되풀이되고 있다는 평가다. 본인들이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답변 상대방을 망신주거나 윽박지르는 ‘답정너’(상대방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행태에 대해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라고 비꼬는 의미의 신조어)식 모습은 보수도 진보도 매한가지라는 지적이다.

◇“국방 장관, 北대변인”vs“인격적인 모욕”

국방부를 대상으로 한 국방위 국정감사는 함박도가 북한 영토라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북한 대변인’이라는 공세를 펼치자 더불어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서면서 책상을 내리치고 삿대질까지 오가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국방위 공방은 박맹우 한국당 의원이 정 장관에게 “함박도는 북한 땅이라고 북한이랑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 게 발단이 됐다. 박 의원은 정 장관이 자신의 질문에 답변하려고 하자 “뒤에 설명시간을 드리겠다”고 말을 끊거나 “들어 보세요”라고 훈계하기도 했다.

국방부가 일찌감치 함박도는 NLL(서해북방한계선) 이북 지역으로 북한 관할이라는 입장을 밝혀온 상황에서 이같은 압박은 사실상 한국당의 주장을 다시 한 번 부각하려는 성격이 짙었다는 지적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동료 의원이지만 북한 입장을 대변한다는 말은 삼가 달라”며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건 좀 자제해달라”고 항의했다. 홍 의원이 계속해서 발언을 이어가자 국방위 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이 “동료 의원 간 토론을 못 하게 돼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기재위 국감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을 실패로 규정한 참고인 발언에 민주당이 정치편향성을 지적하면서 ‘국회 모욕죄’라는 엄포까지 나왔다.

한국당이 참고인으로 신청한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이 자리에서 “소주성은 철저하게 실패했다”며 “경제부총리가 국제기구가 재정확장을 쓰라고 권고했다고 하는데 소주성·포용성장에 관한 국제기구 보고서를 읽은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러자 “경제학 전공인줄 알았더니 아니다”며 “(더 이상) 질문할 필요가 없다”고 쏘아붙였다. 또 이 교수가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며 ‘국회의원 갑질’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자 “국회 권위를 심각하게 모욕한 언사”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여당은 참고인의 태도를 지적했지만 결국 현 정권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주성 비판이 심기를 거스른 것 아니냐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네이버·일베 합성어, 네일베 들어봤냐”

과방위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한성숙 네이버(035420) 대표를 놔두고 여야가 동일하게 “(상대편 진영에) 편향적이다”라고 추궁하는 웃지 못할 장면까지 연출됐다.

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성중 의원은 “네이버의 검색 시장 점유율 하락은 여러 편향성 문제로 국민이 믿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네이버에게 ‘뉴스 배열을 유리하게 해달라’고 하면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원욱 의원도 “혹시 ‘네이버’와 ‘일간 베스트’(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의 합성어인 ‘네일베’라는 말을 들어봤느냐”며 “네이버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카카오는 보다 진보적이라고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에 대해 “포털은 이용자들이 쓰는 도구일 뿐”이라며 “(특정) 진영에 맞춰 가는 것이 아니다”고 편향 논란을 일축했다.

다만 이런 양상은 단순히 개별 의원들 성향이 아니라 기본적인 제도 문제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수백 개 기관을 감사하다 보니 내실 있는 질의보다는 어떻게든 자신의 주장을 드러낼 수 있는 전략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정감사를 정부 실정 감시보다는 정치 공방의 장으로 바라보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국정감사를 정기국회 특정 기간에 몰아쳐서 하다 보니 할 얘기는 많은데 답변을 제대로 들을 시간이 없다”며 “피감기관은 또 엄청 많고 의원들이 보여주기 식의 주장을 펼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어 “상시 국정감사 체제로 전환해서 필요하면 언제든 상임위 차원의 국정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인 주장, 호통, 보여주기식 국정감사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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