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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발암물질 위장약’ 파동, 암 예방수칙 실천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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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탁 등 라니티딘 검출 논란에 전문가들 “위험성 지나친 걱정”

약 의존보다 금연·식습관 중요

“10대 수칙 생활화 전화위복 삼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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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탁 등 위장약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서 2급 발암추정물질이 검출되었다. 이 약을 복용한 많은 사람들이 충격 속에 암 발병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2~6주 이내 단기 복용한 경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 복용 환자에 대해서는 보다 정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까지 라니티딘 성분의 전문의약품을 복용 중이던 환자는 총 144만3064명이다. 그러나 위장약은 소염진통제를 비롯해 각종 처방 조제약에서 위장보호 효과를 위해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예를 들어 잘 낫지 않는 근골격계 통증 환자들의 경우 처방에 길게는 수년간 라니티닌 성분의 약물을 포함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번에 보건당국이 제시한 환자 숫자는 약국에서 라니티딘 성분이 든 일반의약품을 구매한 경우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라니티딘 계열의 위장약이 나온 지 오래여서 기존 복용을 끝낸 환자들과 일반의약품 구매 환자들까지 포함하면 1000만~2000만명이 피해자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발사르탄 계열 혈압약에서 이번 사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해 파문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밝혀진 암 유발 위험물질을 복용해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환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암 예방 노력을 더욱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 암 발병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암 역학과 예방의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유근영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전 국립암센터 원장)는 “암은 주요 질병 가운데 국민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중증 질환”이라며 “보건당국의 철저한 원인규명과 실태 파악, 그리고 재발 방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정부의 암 조기진단 정책이 성공해 일부 암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은 일찍 발견해 완치에 이르고 있지만 여전히 10명 중 3명은 5년 이내에 사망한다”면서 “치료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암 예방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세부 정책을 실현해야 암 정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1970~80년대부터 암 예방 정책에 집중했다. 의학과 제약·생명공학의 발달로 암 치료율은 높아졌지만 암 환자가 계속 늘어나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줄지 않고 해마다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영 대한암협회 회장(서울대 연구부총장·외과 교수)도 “암 예방수칙 실천에 보다 철저를 기해달라”고 국민에게 당부했다. 노 회장은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식생활, 운동 등 생활습관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20년 전부터 암 예방을 위한 10대 생활수칙(일명 ‘암 예방 십계명’)을 제정해 실천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10가지 수칙 중 7~8개, 아니 4~5개라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암 예방을 위한 수칙을 생활화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술이나 담배연기는 이번에 의약품에서 검출된 성분보다 몇 배, 몇십 배나 위험한 발암물질이다. 흡연은 폐암 20배, 후두암 10배, 구강암 4배 등 암의 원흉이다. 식단에서 채소와 과일의 비중을 높이면 암 발병률이 상당히 줄어든다. 이런 것들은 도외시하고 그리 크지 않은 발암 위험성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암의 3분의 1은 예방으로, 또 3분의 1은 조기진단으로, 나머지 3분의 1은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극복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늦게 발견한 나머지 3분의 1의 환자들은 힘든 암 투병 끝에 사망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비율이 높다.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들도 높은 재발의 위험 속에 놓여 있다. 200만명에 가까운 국민이 암 유병자(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경우)이다. 암 예방수칙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이유는 필요하고도 충분하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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