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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엠넷 '프듀X' 조작 정황 가시화…국내 오디션史 대형 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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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들, 압수수색에 "수사 협조"…엠넷, 침묵 속 사태 주시

"제작진에 권력 집중된 탓…비즈니스 생태계 개선 필수"

연합뉴스

프듀 전 시즌으로 뻗친 조작 의혹…수사 확대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전시윤 인턴기자 =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엑스(X) 101'(이하 '프듀X') 문자투표 조작 의혹이 상당 부분 가시화하면서 국내 오디션 시장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경찰은 1일 '프듀X'를 통해 데뷔한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X1) 멤버들의 소속사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확보한 원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의 순위가 석연찮은 이유로 뒤바뀐 정황을 포착하고 이 과정에 소속사 등이 개입했는지 확인하고자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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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네 번째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 데뷔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듀X' 조작 의혹은 '프로듀스 101' 전 시즌은 물론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전반의 신뢰도 타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일반인(연습생 포함) 오디션 프로그램 원조 격인 엠넷 '슈퍼스타K'를 비롯해 많은 프로그램의 문자 투표를 관리해온 업체는 국내 단 한 곳이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인기 오디션 상당수가 엠넷에서 방송됐다.

특히 국내를 넘어 일본을 비롯한 외국까지 수출된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국민 프로듀서'라는 개념을 내세워 시청자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투표해 데뷔 조를 탄생시킨다는 콘셉트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만약 의혹이 어느 정도 사실로 밝혀지면 대중의 배신감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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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방송 조작 의혹' 프듀X 제작진 사무실 압수수색
[연합뉴스 자료사진]



방송가에서는 '국민 프로듀서'를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 제작진에게 막대한 권력이 집중된 탓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프로그램 인기로 "일단 데뷔만 하면 대박"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된 탓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먼저 "엠넷, 나아가 오디션 전체가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표 장치는 대중이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제작진이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사실상 독식 구조"라며 "중소 기획사들도 대안이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참가하게 된다. 이건 가요계 생태계가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이니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방송의 탈을 썼지만 결국은 가요계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더욱 진상규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도 "오디션에 대한 신뢰가 전체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실추한 이미지를 이른 시일 내 회복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봤다.

그는 이어 "'짜고 치는 판'이 사실이라면, 중소기획사가 들러리 선 것밖에 되지 않으니 결국 방송사 '갑질'이라고 볼 수 있다. 수사기관이 진상규명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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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X101
[엠넷 제공]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에 엠넷은 일단 별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소속사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소속사 중 한 곳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경찰이 프로그램 순위 조작 의혹 관련해서 CJ ENM과 협력사들을 일괄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안다"며 "경찰의 협조 요청에 성실하게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의혹은 마지막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 투표 결과 다수에 의해 유력 데뷔 주자로 점쳐진 연습생들이 탈락하고, 의외의 인물들이 데뷔 조에 포함되면서 제기됐다.

그러던 중 1위부터 20위까지 득표 숫자가 모두 '7494.442'라는 특정 숫자의 배수로 설명된다는 팬들의 분석이 나오면서 의혹은 더욱 큰 논란으로 확산했다.

팬들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엠넷을 고소·고발했으며, 하태경 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이 사안은 다가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치열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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