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김기자의 V토크] 이재영-김희진 성장에 흐뭇한 김연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일본에서 열린 여자배구 월드컵을 마치고 30일 귀국한 김연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분 좋았죠. 보시다시피 모두 성장했잖아요."

최근 몇 년간 한국 여자 배구의 장점이자 단점은 김연경(31·엑자시바시)이었다. 월드클래스 공격수이면서도 수비까지 뛰어난 김연경은 한국 대표팀 전력의 절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연경이 막히거나 풀리지 않으면 답이 없었다. 상대 팀들도 김연경에게 '서브 폭탄'을 주거나 집중마크했다. 농구만화 '슬램덩크'에서 채치수 혼자 뛰던 북산고처럼 말이다. 하지만 북산이 강해진 것처럼 이제 한국도 '김연경만 막으면 이길 수 있는 팀'은 아니다.

지난 3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부임한 뒤, 대표팀은 변화의 시간을 겪었다. 선수들은 익숙한 플레이 대신 새로운 패턴을 몸에 익혔다. 힘든 시간들도 있었지만 모두 조금씩 희생했다. 20점대에서 김연경에게만 공격을 몰아주던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2019 여자배구월드컵은 달라진 한국을 보여준 무대였다.

중앙일보

김연경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야마 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 8차전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국제배구연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에서 패했던 일본을 꺾은 것을 포함해 세르비아, 브라질 등 세계적인 팀들을 상대로 6승5패를 거뒀다. 순위는 12개국 중 6위. 2015년(5승 6패, 6윌)과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변화의 결과물이 나왔더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 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이재영(143점)과 김희진(139점)이 김연경(136점)보다 더 많은 득점을 올렸다. 러시아전처럼 아예 김연경이 뛰지 않은 경기들도 있었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월드컵을 마치고 30일 귀국한 김연경의 표정도 밝았다. 5월 네이션스리그부터 4개월의 대장정을 치른 김연경은 "어느 때보다 더 길었던 시간이었다. 변화된 모습도 보였고, 성장하는 모습도 보인 것 같아서 다행"이라며 "한국 배구의 미래가 더 밝아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내년 1월)올림픽 예선전이다. 월드컵이 준비 과정이 됐던 것 같다. 올림픽 예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월드컵 성적이 만족스럽냐는 질문에 김연경은 웃으면서도 아쉽다고 했다. 그는 "사실 욕심은 끝이 없다"며 "처음에는 이렇게 잘 할거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점점 욕심이 났다. 도미니카공화국전(1-3 패)을 이겼다면 메달까지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래도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본 것 같다"고 했다. 김연경은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어느 팀을 만나도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선수들도 믿고 있다. 그런 부분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김연경이 생각하는 월드컵 최대 수확은 무엇일까. 그는 "멤버들이 전부 들어와서 하는 건 월드컵이 처음이었다. 올림픽 대륙간 예선(8월)은 준비 기간이 짧다보니 감독님과 적응하는 시간이 짧아서 힘들었다. 이번 대회 통해 전술적 이해도가 많이 좋아졌다. 짧은 시간에 습득해서 갈 수 있겠다는 믿음이 선수들에게 생겼다"고 했다. 그는 "대표팀에 나중에 들어온 선수들은 같이 훈련하면서 좋아졌다. 특히 세터들이 감독님 스타일을 더 이해하는 느낌들 많이 받았다"며 "감독님 지시는 처음에 전술적으로 디테일한 요구가 많아 이해하기 힘들다. 많이 접하지 못한 배구이기도 하다. (이제는)중요한 순간에 전술적 이해도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25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 3-4위전 중국과 경기 도중 이야기를 나누는 김연경과 라바리니 감독. 김민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연경 자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 것도 김연경에게는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는 "둘이 잘해줘서 뿌듯하다. 모든 분들이 보시다시피 많이 성장했다. 선배로서 기분좋다. 솔직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격 좋기도 했다. '물이 올랐다'고 해야할까"라며 "올림픽 예선전에서도 이 기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팀에 가서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김연경이 이번 대회에서 많이 뛰지 않은 건 몸 상태 때문이기도 했다. 네이션스리그를 비롯해 많은 경기를 뛰면서 잔부상을 겪었다. 라바리니 감독도 "김연경을 조금 쉬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무릎, 어깨가 안 좋을 때도 있었다. 허리도 조금 아팠다"며 "감독님이 조절을 해줘서 관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회 후반부엔 주장이자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느껴 더 열심히 뛰기도 했다. 김연경은 "아예 안 뛰다보면 팀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팀을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잘 조절해서 경기에 나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전에 대해선 "아예 빠질 줄은 몰랐다. 나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그런 부분은 경기 직전에만 알려주셔서 몰랐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대회 뒤 "감독님과 면담을 했다. '같이 하게 돼서 좋았고, 주장으로서 고맙다'고 했다. 이탈리아에 계시니까 경기를 보러 오겠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쉴 틈 없이 다시 터키로 떠난다. 방송 녹화 일정을 조금 소화하고, 가족과 지낸 뒤 3일 터키로 떠난다. 9일에 바키프방크와 수퍼컵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다. 김연경은 "(쉬지 못해)조금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이것도 이겨내야 한다"며 "중요한 경기다. 메디컬 체크도 할 예정이다. (바키프방크로 옮긴 대표팀 코치)세자르가 내 얘기를 할까봐 불안한데 꼭 이기겠다"고 웃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