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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신율의 정치 읽기] 지지율 떨어지면…조기 레임덕 스멀스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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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대전지검 천안지청을 나와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천안지청에서 검사,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연합뉴스>


한국갤럽이 지난 9월 17~19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 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40%였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38%로 가장 높다. 자유한국당은 24%로 뒤를 이었으며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지지율은 각각 7%였다.

많은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갤럽 기준 최저치며 동시에 대선 때 득표율을 밑돌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붕괴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득표한 41.08%는 투표율 77.2% 속에서의 41%다. 반면 여론조사는 전체 유권자를 전제로 한 결과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문 대통령 지지율과 대선 득표를 비교하려면 투표율 77.2%를 전제로 한 41.08%가 아닌, 전체 유권자를 가정한 상태에서 파악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 대비 31.7%를 획득했다. 이 수치를 여론조사 지지율과 비교해야 타당하다. 그런데 대선 당시 진보 진영 또 다른 후보였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획득한 6.17%의 득표를 문 대통령이 획득한 표와 합산할 경우, 전체 유권자 대비 진보 진영 후보 득표율은 36.5%가 된다. 심상정 대표를 지지한 유권자 전부가 현재 여권을 지지한다고는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의당이 현재도 이른바 범여권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론조사와 비교 기준이 되는 지지율 최대치는 36.5%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여론조사 지지율 40%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이 이탈하기 시작했다는 구체적 조짐을 보여주는 증표는 아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오히려 다른 부분이다. 여론조사만 놓고 판단하면 레임덕은 다음과 같은 조짐이 동시에 나타날 때 시작된다.

우선 여당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보다 높게 나올 때다. 두 번째, 여당 지지율이 야당 지지율보다 낮은 경우를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세 경우가 동시에 나타나면 그 정권은 레임덕에 빠진 것이 확실하다.


이런 등식을 갤럽 여론조사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일단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긍정적 평가보다 많은 것은 확실하다. 민주당 지지율이 38%로 40%인 문 대통령보다 낮은 듯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른바 범여권으로 취급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조국 사태에서도 여당과 호흡을 같이한 정의당 지지율을 민주당 지지율에 합산하면, 45%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보다 높다. 물론 이런 식의 계산법에 정의당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로 취급당하는 것을 질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국 사태 때 정의당이 보여준 태도는 범여권이라는 이름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9월 7일 심상정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꿋꿋이 개혁의 길로 나가신다면 정의당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개혁의 선두에서 험준고령을 함께 넘겠다. 다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대통령께서는 최종 결정 이전에 후보자 부인이 기소까지 된 지금의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 어떤 선택이 진정 사법개혁을 위한 길인가 깊이깊이 숙고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사실상 ‘여당 선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언급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의당이 선거법 개정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스텝이 꼬였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런 분석이 맞다면 정의당은 잘못된 판단을 했다. 선거법이 개정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다음 총선에 도입된다 해도, 자신들 지지 기반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만 선거법 개정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음을 간과했다. 그런데 조국 정국에서 사실상 여당 선언을 하며 마치 여당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식의 언급을 하면서 정의당 지지층 중 일부가 돌아설 가능성이 생겼다. 실제 갤럽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하락했다. 특히 본인들 입으로 20대의 상실감을 말했으면서도 사법개혁을 들먹이며 조국 정국에서 여당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는 것은, 정의당 지지의 한 축인 젊은 세대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런 상황은 정의당을 지지하는 계층 대부분은 여당과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라고 봐도 무방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수치는 지난 대선 때 심상정 후보가 획득한 득표율과 비슷하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민주당 지지율과 정의당 지지율을 합산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다른 여론조사를 살펴보자.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실시한 9월 3주 차 여론조사(조사 기간 16~20일, 19세 이상 유권자 3010명을 대상으로 함,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1.8%포인트)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45.2%, 부정평가는 52%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38.1%, 자유한국당은 32.5%, 바른미래당 6.2%, 정의당은 5.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범여권 지지율보다는 1.8% 높다. 그러나 대통령과 범여권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에서 거의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두 가지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아직은 여권 지지율이 야당 지지율보다는 높다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다다른다. 현 정권은 아직 레임덕에 진입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레임덕이 그리 멀지 않았다. 대통령 지지율이 범여권 정당 지지율 보다 낮거나 최소한 비슷할 뿐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기 때문이다.

레임덕을 눈앞에 둔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청와대다. 즉, 청와대가 조국 정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결단하는 것이 조기 레임덕을 막을 수 있느냐를 결정지을 것이다. 청와대가 지금 같은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 가시적인 결과물을 보여준다면, 조기 레임덕은 필연적이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로 추락할 가능성마저 있다.

사태가 이런 식으로 전개되면 제일 먼저 청와대에 등을 돌릴 이들은 바로 총선을 코앞에 둔 민주당 의원들이다. 지금까지 청와대가 여당을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거꾸로 되면 여당 의원들은 각자도생을 위한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청와대의 여당에 대한 통제력은 상당 부분 훼손된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청와대가 추진하려던 개혁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여당이 제대로 움직여줘야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당연히 청와대와 여당은 이른바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월 20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문재인정부를 뒷받침해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 우리 당과 당원들이 책임져야 할 가장 큰 역사적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대표로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말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 전략이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정치는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사는 선거 때 다른 정치 세력과 연대하는 것보다 권력의 행사 과정에서 다른 정치 세력을 배려하는 것이 선거 승리와 정권 유지 차원에서 보다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즉, 평소 권력 분점을 통해 다른 정치 세력을 묶어둬야 선거에서 승리하기가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DJ와 JP의 공동 정권, 같은 당이기는 하지만 MB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력을 인정하고 공생관계를 유지한 점 등이 대표 사례다.

그런데 지금 여권이 보여주는 모습은 핵심 지지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는 것 같다. 이런 갈라치기식 정치로는 선거에서 이기기가 힘들 수 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을 진영 논리가 아닌 상식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상식이란 과연 무엇일까? 여권 지도부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다.

매경이코노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7호 (2019.10.02~2019.10.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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