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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줌in제주] ②제주 올레길 인기 '뚝' 옛 명성 어떻게 되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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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뿐만 아니라 주민·자연 모두 행복한 길 돼야

각종 '걷는 길' 관리 관련한 법적 제도적 틀 마련 시급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백나용 기자 = "올레길, 가보고는 싶었지만 포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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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제주=연합뉴스) 올레꾼들이 올레길 19코스 중 제주시 함덕 서우봉을 거닐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에 사는 박정환(38)씨는 지난 7월 초 60대 장인어른과 7살 난 딸 등 가족과 함께 제주를 다녀갔다.

올레길을 한 번도 걸은 적이 없던 박씨는 제주에 온 김에 도보여행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이내 생각을 접어야 했다.

7살 난 딸이 올레길 한 코스를 4∼5시간씩 걷는다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올레길 중간중간에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면, 또 기존 코스 속에 평지 위주의 1시간짜리 가족용 코스가 생긴다면 충분히 걸어볼 만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올레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살인사건'"이라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덮을 만한 긍정적인 아이템이 나오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올 초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현황 정성조사 보고서'에는 관광객들이 올레길과 트레킹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면서도 실제로 경험하는 비율은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충분치 않은 기간 제주에 머무르다 보니 하루 일정을 모두 소모해야 하는 올레길이나 트레킹과 같은 도보여행을 자연스레 일정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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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은 높지만 만족도는 떨어진 올레길
(제주=연합뉴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올 초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현황 정성조사 보고서' 자료.



또 가족단위 관광객의 경우 부모님과 어린 자녀들에게 장시간 걸어야 하는 올레길 코스가 부담되기도 하고, 제주만이 아닌 다른 도시에도 다양한 도보여행 코스가 생겨나 별다른 차이점이나 특색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외에도 탐방객이 집중된 일부 올레길의 경우 카페와 숙박시설 등 각종 개발이 이뤄지면서 자연훼손이 심각해 본래의 정취를 잃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와 같은 관광객들의 지적은 곧바로 올레길 탐방객 수 변화에 반영돼 나타났다.

올레길 탐방객 수는 2013년 119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 117만명, 2016년 68만명, 2018년 57만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의 경우 2013년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으며, 올해에는 탐방객 수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측이 적정하다고 본 연간 탐방객 수 70∼80만명을 밑도는 수준이다.

올레길에 위기가 찾아온 것일까.

느리게 걸으며 지친 마음을 돌아보고 마음의 여유를 재충전하는 올레길에 과연 많은 관광객이 찾아야만 하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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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멍, 쉬멍, 걸으멍'
(서귀포=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일대에서 열린 2018 제주올레 걷기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큰엉해안경승지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425㎞ 26개 올레길 코스에 선뜻 마을 길을 내준 100여곳의 마을 주민과 제주올레와의 연계, 올레길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역경제도 함께 성장하길 바라는 소위 '지속가능한 관광'에 대한 기대가 작용하는 것이다.

걷는 사람과 지역 주민, 자연 등 모두가 행복한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제주올레의 방향과 원칙)를 제주올레는 영원히 짊어지고 가야 한다.

올레길은 현재의 탐방객과 잠재적 탐방객,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

적지 않은 탐방객들이 마을길을 지나는 만큼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방해받지 않아야 하고, 일정 부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면 지역주민에게 경제적 이득이 돌아가는 길이어야 한다.

또 올레길 주변 자연이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올레길에 제주 지방자치단체의 상당한 지원이 해마다 이뤄지는 만큼 올레길은 단순한 걷는 길이 아닌 제주의 대표 관광자원으로서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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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제주 올레길
(제주=연합뉴스)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에 참가한 국내외 도보여행객들이 올레20코스가 자리한 제주시 구좌읍 김녕성세기해변을 걷고 있다. 2015.10.30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구원 김현철 연구위원은 '제주 관광산업의 현황과 발전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제주올레를 계기로 제주관광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며 "단순한 걷기뿐만 아니라 체험을 포함한 복합적이고 다양한 관광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올레길 등 각종 걷는 길의 설치·관리와 관련한 법적 제도적 틀을 정비해 민관의 역할분담을 분명히 하고, 지속적이고 공식적인 지원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15년 4월 제주도의회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걷는 길 조성 및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 제정이 추진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공유재산의 관리주체, 관리방법 등에 대한 현행 법령과 조례안이 서로 상충하는 점이 있는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상임위 단계에서 심사가 보류됐고, 결국 재상정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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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안전 우리가 책임져요"
(제주=연합뉴스) 제주시 동문로터리 분수대 광장에서 '올레길 자전거 순찰대 발대식'이 열린 가운데 자전거 순찰대원들이 발대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3.6.5.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구원 신동일·최영근 연구위원은 '제주올레의 효과분석 및 발전과제' 연구를 통해 올레길의 지역경제파급효과 분석을 보완하기 위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산출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안전한 탐방환경 조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서비스 확대 등 차별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제주올레 측은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올레길을 걸어봐야겠다는 사람들은 줄었지만, 이 길을 온전히 즐기는 사람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본다"며 "총방문자 수는 줄었어도 제주올레 길 완주자는 오히려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올레는 또 "올레길을 비롯해 걷는 길의 관리 등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국회에 건의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올레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용되지 않던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마을카페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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