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방위비 협상대표에 첫 경제 관료 출신 ‘파격’… 美 “대폭 인상” 요구 방어 전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은보 前 금융위 부위원장 선임... 외교부 “협상 연내 타결 쉽지 않아”
한국일보

26일 새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로 임명된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미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 분담 협상을 이끌 새 대표로 경제 관료 출신인 정은보(58)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발탁됐다. 미국의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로부터 국익을 지키기 위한 회심의 카드다. 외교부는 이번 협상을 연내에 타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외교부는 정부가 이날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 대표에 정 전 부위원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행정고시 28회 재경직 수석으로 공직에 입문한 정 신임 대표는 금융위 부위원장 전에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금융위 사무처장ㆍ금융정책국장 등을 지낸 경제 관료로 정책 조율 능력이 뛰어나고 경제ㆍ금융ㆍ예산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평가된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경제 관료 출신 인사가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를 맡는 건 근 30년의 협상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991년부터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단위로 체결한 SMA의 협상은 초반 10여년간 국방부가 주도해오다(1991~2004년 적용한 1~5차 협정) 2000년 중반부터 대표 자리가 외교부로 넘어갔었다.

파격 인선 배경은 1년 만에 크게 바뀐 협상 환경이다. 현재 미국은 한국이 분담하는 방위비 규모를 대폭 늘리려 하고 있다. ‘동맹 기여’ 확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줄곧 주장해온 바다. 미국이 ‘글로벌 리뷰’를 통해 산출한 ‘한미동맹 유지비’는 올해 분담금(1조 389억원)의 6배에 달하는 연간 50억달러(약 6조원)가량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건비(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미군기지 내 시설 건설) △군수지원비(용역 및 물자 지원) 등 3가지 명목으로만 분담금 사용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현재 SMA 틀 내에서는 20억달러 내외가 상한선이다.

미국의 대안은 SMA에 ‘작전지원’ 항목을 추가하는 것이다. 그래야 미군 전략 자산(무기) 한반도 전개 비용을 한국에 떠넘길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지난해 협상에서 이를 시도했지만 SMA 취지에 어긋난다며 한국이 버티는 바람에 불발됐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재요구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정 대표 임명은 미국의 증액 압박에 타당성과 적정성, 현실성 등을 따져가며 깐깐하게 맞서라는 취지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해석이다. 올해부터 국가 예산에 1조원 이상 부담을 주게 됐다는 사실도 청와대가 감안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차관급 출신이어서 국장급인 제임스 드하트 미국 대표보다 더 체급이 높기도 하다. 정 대표는 다음 달 중 미국에서 열리는 11차 SMA 2차 회의부터 외교부와 국방부, 기재부, 방위사업청 등의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단을 이끈다.

연내 타결 전망은 비관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연말까지) 3개월 안에 협상을 타결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차 SMA의 유효 기간이 올해까지여서 원칙적으로 연내에 협상이 마무리돼야 협정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 내년 2월 말까지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노동자 임금 지급에 차질이 생긴다. 24~25일 진행된 11차 SMA 협상 1차 회의에서 양측은 ‘연내 타결’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입장 차이는 현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