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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IF] 우주가 공장으로… 'Made in Space'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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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 기업 메이드인스페이스는 내년부터 'ZBLAN'이라는 첨단 광섬유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ZBLAN은 빛 흡수와 산란 형태가 기존 광섬유와 달라 고성능 레이저나 해저 인터넷용 광통신 케이블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구에서는 불순물 제거가 어려워 워낙 고가인데 우주에서는 불순물 제거가 쉬워 경제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주 공간이 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우주정거장에서 기업들이 특수 물질을 생산하고, 인공위성이나 우주 망원경에 필요한 부품을 우주에서 직접 만드는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달에 세우는 기지도 현지 재료를 이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세중력 이용해 광섬유 불순물 없애

ZBLAN은 1970년대 처음 발견됐다. 광섬유는 모래 성분인 실리카 재질이지만 ZBLAN은 불소와 여러 중금속이 결합된 물질이다. 광섬유로서 특성은 우수하지만 제조 과정에서 밀도 차로 인해 군데군데 결정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는 중력이 거의 작용하지 않아 이런 불순물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비즈

/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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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인스페이스는 내년에 스페이스X의 화물선에 전자레인지만 한 ZBLAN 제조 장비를 실어 보낼 계획이다. 장비는 원료를 미리 장착하고 있어 우주에서 작동만 시키면 된다. 다 만들어지면 장비째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ZBLAN은 1m에 100달러씩 팔린다. 1㎏ 원료로 ZBLAN 수천m를 만들 수 있으니 전자레인지 하나에 수억원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메이드인스페이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고 있는데, ZBLAN 프로젝트만은 외부 투자로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경제성이 있다는 의미다.

의료 분야도 우주 생산에서 유망하다. NASA는 지난달 피츠버그대와 산업 생명의학 연합을 발족시켰다. 미국 기업 50여개사는 이미 국제우주정거장의 미국연구모듈에서 상용 연구를 하고 있다. 의학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이뤄지는 연구의 핵심 분야다. NASA는 향후 이를 상업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테면 혈관에 주입하는 생분해성 스텐트를 우주에서 합성하는 방식이다. 줄기세포는 중력이 없으면 더디게 분화해 그만큼 연구가 쉽다. 세포를 순간 정지시켜 놓고 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태양전지판 스스로 만드는 인공위성

메이드인스페이스는 이미 우주정거장에서 물건을 만든 경험을 갖고 있다. 회사는 2014년과 2016년에 3D(입체) 프린터를 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 3D 프린터는 액체 상태의 원료를 층층이 쌓고 굳혀 원하는 입체를 만드는 장비다. 우주인들은 지구에서 보낸 설계도대로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냈다. 볼트를 조일 렌치가 필요하면 지구에서 설계도를 전송받아 바로 만드는 식이다.

3D 프린터를 인공위성에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NASA는 오는 2022년 '아키노트원'이라는 소형 위성을 발사한다. 이 위성은 우주 공간에서 3D 프린터로 양쪽에 10m짜리 태양전지판을 찍어낼 예정이다. 로봇 팔이 장비 작동이나 부품 연결을 맡는다. 앤드루 러시 메이드인스페이스 대표는 "아키노트원은 동급의 소형 위성보다 5배나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대형 위성이 하던 데이터 처리와 전송 기능도 맡을 수 있다"고 밝혔다. NASA는 지난 7월 아키노트원에 7400만달러(약 884억원)를 투자했다.

역시 NASA가 투자한 우주 기업 테터스 언리미리티드는 태양전지나 안테나, 반사경을 지탱하는 구조물을 우주에서 직접 탄소섬유로 찍어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테더스와 손잡고 우주에 버려진 로켓 부품들로 새로운 위성 부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신휴성 박사는 "미국과 유럽 등 우주 선진국들은 달이나 화성 기지도 현지의 토양과 고분자 물질을 섞어 3D 프린터로 찍어낸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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