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시행도 안 된 분양가 상한제가 만든 규제의 역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청약 광풍, 신축 아파트 가격 급등, 미분양 아파트 물량 소진
각종 부작용 우려에 여론 악화.. 국토부도 시행 앞두고 고심 빠져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집값 안정을 위해 꺼내든 민간택지분양가 상한제가 시장의 각종 우려에 직면했다. 공급 감소 우려에 따라 △청약 광풍, △신축 아파트 가격 급등 △미분양 아파트 물량 소진 등 시장 과열 양상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주택 가격 안정이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청약 광풍, △신축 아파트 가격 급등, △미분양 아파트 물량 소진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시장 여론은 악화되고 있고,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보이며 불확실성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민 울리는 청약 광풍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서울 주요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100대 1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 청약을 진행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아파트 재건축)'는 평균 경쟁률이 115대 1을 기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낮아 당첨만 되면 5억~6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민간택지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이 시세 차익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9·13부동산대책 시행 이후 청약에 당첨되는 무주택자 비율이 전년보다 늘었다고 하지만 사실상 '현금 부자들의 잔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사실상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를 겨냥한 정책이다. 기존에도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낮춰 집값을 낮추겠다는 취지지만 오히려 재건축을 통한 신규 아파트 공급만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을 통해 싼 가격에 공급되는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 가격을 낮추기보다 오히려 분양 이후 기존 아파트 가격을 따라 오르게 될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로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기존에 건설사나 조합이 가져가던 시세차익을 청약 당첨자가 갖게 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최근 서울 재건축 아파트들이 래미안 라클래시처럼 현금부자와 다주택자의 2세와 같은 사람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축 급등, 미분양 소진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공급 축소 우려로 시장에서는 신축 아파트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어진지 5~10년 된 서울 신축아파트들의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서울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는 3.3㎡당 1억원에 가깝게 오르며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던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들도 주인을 찾고 있다. 3기 신도시 발표로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던 인천 검단 신도시 일부 아파트의 분양권은 웃돈이 붙어서 거래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넘치던 평택, 수도권 서남부 시흥도 미분양 물량이 줄고 분양권 거래도 살아나고 있다.

임재만 교수는 "검단 등 공공택지에 조성된 신도시 물량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상관없는 아파트들로 추가 공급 물량 공급을 기다리는 편이 합리적"이라며 "최근 불안심리가 작용해 거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분양가상한제 여론 악화
분양가 상한제를 두고 시장의 반응도 악화되고 있다.

김대철 주택협회회장은 이날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장까지 상한제를 소급적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국토부의 애매한 입장에 대한 '불확실성'만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토부는 10월 중순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완료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지정대상과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행 예고만 하고 실제 시행이 늦어지면서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차라리 분양가상한제를 빨리 시행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분양가상한제 보다 '보유세 인상'이라는 정공법이 있지만 국토부 입장에서 이를 택하기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미 보유세 현실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유세를 더 올리면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며 "보유세를 올리기 위해서는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이 함께 추진되야 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