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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밀착카메라] 뼈대 앙상한 '노후 주택'…갈 곳 없어 머무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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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벽에 금이 가고 천장이 내려앉아서 뼈대가 드러난 오래된 주택들이 있습니다. 그냥 보기에도 위태로운데 그 안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초록색 돌계단이 바닥에 부서져 있습니다.

낡고 오래된 단독주택이 무너진 현장입니다.

이곳에 살던 70대 노인은 잔해에 깔려 숨졌습니다.

무너진 주택은 이 골목 사이에 있었습니다.

진입로가 좁아서 구조에도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요.

잔해에는 베개나 이불처럼 사람이 지내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철근을 보면 오랜 시간 동안 굉장히 녹슨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청은 이 건물이 지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소규모 단독주택은 지자체의 안전진단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다 보니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반복돼왔습니다.

부산에서 오래된 단독주택이 무너진 사고는 지난 7월에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빈집이라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여름 폭우에 무너진 빈집이 있던 자리입니다.

지금은 잔해는 깨끗이 치워진 상태인데요.

하지만 바로 옆에는 또 다른 빈집이 벽에 금이 간 채 서 있습니다.

골목으로 들어가니 곳곳이 금가고 무너져가는 빈집입니다.

하지만 사이사이에는 여전히 사람이 사는 집들이 있습니다.

[정광평/주민 : 이 집도 빈집이거든요. 말도 못하게 걱정이 되지. 건축을 새로 지으라 해도 지금 내 나이가 팔십이 넘었는데 능력이 없어서.]

취재 도중 한 주민이 최근 빈집 또 한 채가 무너졌다고 알려줍니다.

[김인숙/주민 : 어저께 한 9시 넘어서. 투우우 하지. 여기 우리 집인데. 정부에서 이런 건 좀 치워주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노. 그럼 우리가 위험 안 하니까.]

안전진단 대상이 되는 공동주택도 살펴봤습니다.

지은 지 40년이 돼가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입구에는 안전진단 최하등급인 E등급 알림판이 붙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복도 천장 곳곳이 부서져 철근과 나무가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전선이 뒤엉켜있고 비상구와 화재경보기도 까맣습니다.

건물 옆으로 와 봤습니다.

보시면 창에 불이 켜진 것을 봐서 사람이 살고 있는데요.

바로 밑 건물 외벽에는 시멘트 벽이 갈라져서 길게 금이 가 있고, 아래쪽에는 벽이 갈라져 아예 튀어나온 것을 시멘트를 덧칠해서 땜질해뒀습니다.

반면에 안전하다며 생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게 주인 : 옛날 건물이 단단하거든 이게. (E등급 나온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올 때 됐잖아요, 연식으로는.]

해결 방안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재건축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건물 안 사람들은 건물을 그만 사용하라는 명령을 세 차례 받았지만 갈 곳이 없다고 말합니다.

[주민 : 전세 살아요. 말만 이주한다(하라)고 그러면 어디로 가라고 살던 사람이.]

구청 역시 건물 소유주가 안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

[서울 영등포구청 : E등급이라고 해서 예산을 지원해준다거나 그런 법적 제도가 있는 건 아니에요. 소유자가 관리주체가 되시는 건데 그분들이 안전조치를 하셔야 하는 겁니다.]

인천시의 한 지자체는 E등급 진단을 받은 아파트를 수용한 뒤 체육시설을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건물 안에 여전히 한 사람이 남아있습니다.

[주민 : 우리는 시장정비사업을 해야 돼. 사유재산에 대한 내 권리가 무참히 짓밟히니까.]

이 주민과 지자체는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청 : 불필요한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보상금을 우리가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소유권을 주장하시다 보니까는…]

지난해 기준 지어진 지 30년 이상이 된 주택은 파악된 것만 전국에 300만 호가 넘습니다.

낡고 오래된 집들이 무너지는 사고는 이미 현재진행형입니다.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손 놓고 있기에는 위험이 커 보입니다.

(인턴기자 : 김승희)

윤재영 기자 , 변경태, 최무룡,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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