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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터뷰]메조 소프라노 정수연 "가곡사랑한 아버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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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음악문화재단 음악감독

부친인 정승일 전 이사장 유지 이어가

뉴시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24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제11회 세일 한국가곡의 밤' 기자간담회에서 정수연 세일문화재단 예술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세일음악문화재단은 콩쿠르를 통해서 많은 신인 성악가를 배출했고, 이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성악가로 성장하여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번 세일 한국가곡의 밤은 오는 10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된다. 2019.09.24. photoc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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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세일음악문화재단은 가사(假死) 상태에 가까웠던 한국 가곡에 전기충격을 가했다. 한국 가곡의 발전과 진흥을 위해 2008년 8월 설립됐다.

한국 창작가곡을 전파하기 위해 '세일 한국가곡의 밤'을 열어왔다. '세일 한국가곡 콩쿠르'를 통해 수많은 신진 작곡가와 성악가를 배출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찬가'를 부른 소프라노 황수미 등이 거쳤다. 작년 '세일 한국가곡의 밤' 10주년을 맞아 세일한국가곡집 음반과 악보집도 발매했다.

24일 광화문에서 만난 메조소프라노인 정수연 세일음악문화재단 음악감독(세종대 겸임교수)은 "침체됐던 한국가곡이 점차 부흥되고 있어요. 물론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앞으로 한국 가곡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어요"라고 바랐다.

한국 가곡계는 지난 6월28일 큰 별을 잃었다. 세일음악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이 재단의 정신적 지주였던 고(故) 정승일 전 이사장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축을 담당한 정 전 이사장은 세일 ENS 회장과 대한설비협회 회장을 맡아 일하면서, 금탑산업훈장, 동탑산업훈장 등을 받았다.

세일음악문화재단을 설립하는 등 음악계에도 크게 기여했다. 국립합창단 이사장, 국립오페라단 후원회 부이사장, 예울음악무대 후원 회장, 솔리스트 앙상블 총무로 한국 성악계를 위해 헌신했다. 특히 한국가곡에 대한 애정이 컸다.

정 감독은 정 전 이사장의 딸이다. "아버지는 가곡에 많은 빚을 졌다고 말씀하셨어요. 경제적, 문화적으로요."

실제 정 전 이사장에게 음악은 등록금이었다. 부친의 사업이 망해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다니던 때에 정 전 이사장은 KBS합창단 단원으로 활약하며 스스로 학비를 충당했다. 이후 음악은 문화적인 충만함도 그에게 선사했다.

정 감독은 "아버지는 항상 자신의 인생에 혜택을 준 음악에 어떻게 보답을 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셨어요. 그것이 세일음악문화재단의 출발이었죠"라고 말했다.

정 전 이사장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가곡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2011년부터 건강 상태가 악화됐는데도 재단 일에 신경을 썼다. 특히 작곡 1위 황미래, 성악 남자부문 공동 1위 윤서준·안민규, 성악 여자부문 2위 김현지 등이 입상한 '제11회 세일 한국가곡 콩쿠르' 마지막 날 수상 결과가 나온 직후 눈을 감은 일화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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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24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제11회 세일 한국가곡의 밤' 기자간담회에서 정수연 세일문화재단 예술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세일음악문화재단은 콩쿠르를 통해서 많은 신인 성악가를 배출했고, 이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성악가로 성장하여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번 세일 한국가곡의 밤은 오는 10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된다. 2019.09.24. photoc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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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독은 "끝까지 기다려주신 것 같아 감사했어요. 예전부터 많이 편찮으셔서 마음의 준비는 이미 하고 있었거든요. 콩쿠르 도중 돌아가시면, 행사 진행의 변경이 생기니 두 개의 큐시트를 가지고 있었죠"라고 돌아봤다.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 마음 편하게 해주시려고···"라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정 감독은 "'아버지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고 고민하며 꾸려나가는 중이에요. (세일문화재단 이사장 대행으로 정승일 전 이사장과 절친했던 성악가) 박수길 선생님을 비롯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힘이 나죠"라고 덧붙였다.

'가곡'은 시(詩)에 곡을 붙인 형식을 가리키는 것을 넘어 그 나라 민족 정서와 예술이 짙게 밴 고유의 성악곡을 뜻한다. 한국 시를 노랫말로 삼은 한국가곡이 서양 음악의 구조와 원리를 따르고 있지만, 한과 얼이 서려 있는 이유다.

세일음악문화재단은 우리 문화의 하나인 가곡의 위해 애를 쓰면서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아왔다. 부친의 피를 이어 받는 정 감독도 성악가지만, 행정적인 일을 마다하지 않은 이유다.

"요즘은 판 벌리는 것이 일이에요. 원래 모임에서 노래를 청해도 부르지 않았어요. 프로 성악가니까 노래는 무대에서 부르는 거라고 생각했죠. 재단을 알리고, 여러 분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 중이에요."

우리나라에서 가곡을 즐겨부르는 문화는 1980년대 절정을 이뤘다. 당시 창설된 'MBC대학가곡제'는 현재의 대중가수처럼 스타성악가를 만들어냈다. 가곡이 유행가처럼 사랑받는 '가곡대중화' 붐을 일으켰다. 지상파 3사에서도 뉴스 방송 전에 가곡을 들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대중음악의 물결에 밀려, 소외받기 시작했다.

"한동안 한국 가곡에 공백기가 있었어요. '이러다 가곡이 없어지겠다'라는 우려가 나올 쯤에 재단이 만들어진 거고요. 구전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료도 없었죠. 가곡을 부르면서, 풍요롭게 보내던 때가 있었는데 그 문화가 없어지는 것은 금방이죠."

세일음악문화재단은 창작가곡 활성화를 통해 '지금 가곡’을 선보여왔다. 정 감독은 "지금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에 맞는 작곡을 한다"고 전했다. "요새 한국가곡은 세련되고, 기법도 풍성하죠. 세대가 달라졌으니, 곡도 예전보다 많이 밝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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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24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제11회 세일 한국가곡의 밤' 기자간담회에서 성악가 강혜정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세일음악문화재단은 콩쿠르를 통해서 많은 신인 성악가를 배출했고, 이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성악가로 성장하여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번 세일 한국가곡의 밤은 오는 10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된다. 2019.09.24. photoc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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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곡은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다양한 논의에 둘러싸여 있다. 홍난파가 1920년 '애수(哀愁)'라는 제목의 바이올린곡으로 처음 선보인 이후 김형준의 시 '봉선화'가 곡에 붙은 '봉선화', 1922년 이은상의 시에 박태준의 곡을 붙인 '동무생각' 등 최초의 한국 가곡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있다. 일부에서는 친일파로 지목된 작곡가들의 가곡에 대해 문제를 삼기도 한다.

세일음악문화재단은 현재 변화의 흐름에 맞추며 100주년을 기점으로 가곡의 새 역사를 쓰고자 하고 있다. 한국가곡 영상화 사업, 세일음악문화재단 유튜브 채널 개설 등 한국가곡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예다. 10월1일 영상이 공개된다.

"우리말로 노래를 부르는 방탄소년단을 보면서 해외 분들이 한국가곡의 가사도 이해하고, 특별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영상 시대니까, 영상도 중요하게 여겼죠. 독일 리트처럼 한국 가곡도 아름답게 세계에 알려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 세일음악문화재단은 10월3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11회 세일 한국가곡의 밤'을 연다. 최승한 연세대 음대 명예교수가 지휘하고,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소프라노 강혜정(계명대 음대 교수), 테너 신상근(경희대 음대 교수), 바리톤 양준모 연세대 음대 교수 등이 출연한다. 정 감독도 무대에 직접 오른다.

올해 '제11회 한국가곡상' 수상자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과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을 역임한 작곡가 이건용이 선정됐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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