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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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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법’ 없는 치매…5년이라도 늦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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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노인 10명 중 1명 고통…충분한 엽산 섭취, 뇌세포간 연결 늘리는 친목모임도 예방에 도움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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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에 살고 있는 이모(72) 할머니는 며칠 전 남편 송모(73) 할아버지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 자주 가는 밭에 일을 갔다 온다더니 돌아온다는 시간이 지나서도 집에 돌아오지 않다 저녁 늦게가 되서야 동네사람의 손에 이끌려 집에 돌아왔다. 송 할아버지는 갑자기 집에 돌아오는 길이 생각나지 않아 이리저리 길을 헤맸다고 한다. 다행히 할머니는 바로 알아보았지만 거의 매일 다니던 동네에서 길을 잃어버렸다는 말에 할머니는 혹시 할아버지에게 치매가 온 것이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치매는 기억력과 아울러 다른 지적 능력이 감퇴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기억력 감퇴와 함께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의학이 발달하면서 치매는 정상적인 뇌의 노화 과정이 아닌 뇌 손상에 의해 생기는 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치매란 뇌의 질환으로 인해 생기는 하나의 증상으로 기억력 감퇴뿐만 아니라 사고능력, 이해력, 계산능력, 학습능력, 판단력 등의 복합적인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치매 환자 75만명까지…절반 이상이 알츠하이머=치매는 노화와 관련이 깊다. 40~60대 사이에 발생하는 초로기 치매도 있지만 치매 환자 상당수는 60대 이후에 발생하는 노인성 치매다.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해 치매 환자도 급속하게 늘고 있다. 현재 국내 치매 환자 수는 75만명 정도로 파악되는데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는 어느 한 가지 병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뇌기능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질환이 전부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중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하는 원인 미상의 신경 퇴행성 질환이 약 50~60%를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뇌의 혈액 순환 장애에 의한 혈관성 치매가 20~30%, 나머지 10~20%는 기타 원인에 의한 치매라고 볼 수 있다.

퇴행성 뇌 질환이란 아직까지 뚜렷이 원인을 알 수 없이 신경계의 신경세포들이 소멸되어 점차 뇌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대개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시작되어 점진적으로 진행되므로 발병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두뇌의 수많은 신경세포가 서서히 쇠퇴하여 없어지고 결국 뇌 조직이 줄어들게 된다”며 “이런 퇴행성 뇌 질환은 원인을 잘 모르거나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어 구체적인 치료법이 없는데 알츠하이머병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과 같은 이상 단백질들이 뇌 속에 쌓이면서 서서히 뇌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퇴행성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유병률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혜은 부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65세 이후 매 5세가 증가할 때마다 유병률이 약 2배씩 증가 추세를 보여 80세 이상 인구의 약 40-50%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치매의 원인으로는 뇌 혈액순환의 장애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 다. 원래 뇌세포는 우리 몸의 세포 중에서도 가장 활발히 혈액 순환이 이루어져 충분한 영양분과 산소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고혈압 또는 당뇨병 등에 의해 뇌혈관이 막히면 뇌혈류가 차단되면서 뇌경색이 생기고 이것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치매가 생긴다.

신혜은 교수는 “치매는 발생 이후에는 완치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미리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규칙적인 운동, 금연, 사회활동, 대뇌활동, 금주 및 건강한 식단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사회활동과 등푸른 생선 등이 예방에 도움=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없다. 다만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매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선 두뇌활동을 많이 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학습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가 발병하는 나이가 4~5년 정도 더 늦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학습이나 사회 활동으로 뇌를 활발하게 사용하면 뇌 신경세포들 사이에 많은 연결 고리가 만들어져 뇌 회로가 강화되고 예비 능력이 생겨 뇌세포의 일부가 병이 들어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홍 교수는 “나이가 들어도 소일거리를 찾아서 일을 하고 독서, 취미 생활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좋다”며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을 해나가는 것이 뇌의 건강을 높이고 뇌의 좋은 자극이 됨은 물론 뇌 세포간 연결을 늘리는 방법이 되므로 친목모임이나 동호회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음식도 좋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기름, 등 푸른 생선, 견과류, 녹차·홍차, 베리 종류, 로즈마리 같은 것이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유해 산소는 쇠를 녹슬게 하는 것처럼 세포의 벽을 손상시켜 노화와 치매의 원인이 되는데 신선한 야채와 과일, 녹차 등에는 유해 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다.

고등어, 꽁치, 삼치 같은 등 푸른 생선에는 불포화 지방산 특히 DHA가 많이 들어 있어 유해 산소를 제거하고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기름 중에는 동물성 기름보다는 식물성 기름,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들어있는 참기름과 올리브기름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재홍 교수는 “엽산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며 “엽산이 부족하면 혈액 속에 호모시스테인이라는 물질이 높아지는데 이 물질이 혈관을 손상시켜 뇌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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