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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가 인사이드] 삭발의 정치학...한국당 벌써 16명, 단일정당 최다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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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한국 정치사에서 '삭발·단식 투쟁'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성공보다는 실패한 경우가 더 많았다. 자유한국당은 그런 극렬한 투쟁방식을 다시금 국회로 불러들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자마자 한국당은 삭발과 단식 등 가열찬 투쟁을 펼쳐왔다. 단일 정당에서 단기간에 11명에 이르는 의원들이 삭발을 감행했다. 순서대로 나열하면 박인숙·황교안·강효상·이주영·심재철·장석춘·송석준·최교일·김석기·이만희·이헌승 의원이 '삭발 릴레이'의 주인공들이다.

이 밖에도 김숙향 자유한국당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한국당 당원)에 이어 차명진 전 국회의원(자유한국당 경기 부천시소사구 당협위원장), 박시연 자유한국당 서울 중랑갑 당협위원장,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 등도 삭발 대열에 합류했다.

삭발 릴레이의 스타트를 끊은 이언주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당에 당적을 둔 인물들이다. 한국당의 이 같은 삭발 투쟁을 두고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투쟁이 때로는 성과를 낸적이 있지만 대부분 억울함을 표출하고 끝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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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이언주 무소속 의원부터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 단체 삭발까지 모아놓은 사진이다. 2019.09.22 jellyfi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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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삭발의 원조는 박찬종 전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첫 역사적 투쟁이지만 실패로 끝났다. 박 전 의원은 1987년 대선정국을 거치면서, 김대중·김영삼 두 후보의 단일화를 위해 삭발과 단식을 감행했다. 당시 단일화는 실패했지만 박 전 의원은 이후 두 번의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내리 당선됐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처리 철회를 요구하며 머리를 밀었다. 하지만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했다.

2013년에는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단체 삭발식이 있었다. 그 해 11월 김선동·김재연 등 당시 통진당 의원들은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 반발하며 무기한 단식 투쟁에도 나섰다. 그러나 2014년 12월 19일 통진당은 결국 해산됐다.

2016년 ‘최순실 게이트’로 온 국민이 촛불을 들던 때에도 단식투쟁은 일어났다. 당시 이정현 전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전신)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국회 운영을 비판하며 정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미 최순실 게이트로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였던 만큼 이 전 대표는 역풍을 우려해 7일 만에 단식을 중단해야 했다.

올해 들어서는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경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처리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한국당 의원 및 당협위원장 5명이 다시금 바리캉을 꺼내들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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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며 사흘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학재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09.17 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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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례도 있다. 주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 투쟁은 소기의 성과를 얻기도 했다.

2007년에는 이군현·신상진·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자유한국당 전신)이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삭발투쟁에 나섰다. 이에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이들의 요구를 수용했고 재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사례다.

2010년에는 국가사업을 둘러싼 지역갈등으로 인해 삭발을 한 사례가 나왔다. 이상민·류근찬·김낙성 등 충남 지역구 의원 5명은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결사저지'를 외치며 머리를 깎았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여론이 이미 좋지 않은 상태였던 만큼 그해 6월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됐다.

20대 국회 들어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단식을 통해 선거제 개혁 관련 법안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최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당의 투쟁은 진행중이다. 과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투쟁의 성공여부는 민심에 따라 갈렸다. 때문에 한국당의 이 같은 극렬한 투쟁이 민심을 얻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jellyfi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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