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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밀착카메라] 도로 위 폐지 손수레…'아찔한'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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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로 위에서 폐지를 싣고 수레를 끄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치게 됩니다. 비키라거나 빨리가라면서 경적을 울리는 차들도 볼 수가 있지요. 아찔해보이지만 이들이 찻길로만 다녀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차량과 손수레가 한 데 뒤섞여 있습니다.

폐지를 주워 고물상으로 가는 사람들입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차도 위에서 보냅니다.

이유가 뭘까.

도로와 인도를 나누는 것은 도로교통법입니다.

리어카는 손수레, 즉 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도로 위로만 다녀야 합니다.

폐지 줍는 노인분들이 차도 위로 다니는 이유기도 한데요.

제 옆으로 노인분이 리어카를 끌고 있는데 이들이 어떤 상황을 마주할지 돌아보겠습니다.

취재진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봤습니다.

한 남성이 수레를 끌고 차도로 들어갑니다.

여러 대의 차들이 빠른 속도로 옆을 지나갑니다.

중앙선을 건너가고, 차가 오는 반대 방향으로 가기도 합니다.

법적으로 '차마'로 분류된 리어카는 다른 차와 마찬가지로 차도 위를 다니도록 돼 있습니다.

가장 바깥 차로를 다녀야 하는 자전거와는 다릅니다.

화물차가 수레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멈춥니다.

[가세요! 가세요! (위험한 거 아니셨어요?) 자기도 비켜주고 나도 비켜주고 그래요.]

방금 조금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리어카를 끄는 노인분 앞을 차량이 스치듯이 지나간 것인데요.

폐지 줍는 노인분들은 이런 상황에 하루에도 몇번씩 노출된다고 합니다.

[A씨/폐지 수거 : 판단력이 기우는데. 나이가 먹으면 그렇잖아요? 다치는 사람도 있고. 죽은 사람도 있고.]

전국적으로 폐지를 줍는 65세 이상의 인구는 6만 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일어납니다.

지난 7월 수레를 끌던 남성이 무단횡단을 하다 차량과 부딪혀 숨졌습니다.

운전자들은 불편하다고도 말합니다.

[운전자 : 부딪쳤을 때 어르신들 다칠 때 있지만 사실 운전자 입장에서도 사람을 치게 되면 부담스럽잖아요? 처벌이나 이런 게.]

[박종권/서울 행당동 : 도로로 다니는 거 보면 위험하다고 생각되죠. 그런데 왜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취재진은 수레를 끌다 사고를 당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정몽계/서울 홍제동 : 교통사고가 5월에 났어. 차가 많이 밀렸는데 여자가 쾅 뒤에서 밀고 가는 거야. 밀어버린 거야. 그래서 이 발이 이렇게 땡땡 붓고.]

[B씨/폐지 수거 : 우리 같은 약자한테는요. 통하지가 않아요. 차가 박아가지고 넘어졌는데 전화한다고 해놓고 도망가 버리는데 어떻게 해요?]

하지만 이들은 오늘도 같은 길을 오고 갑니다.

인도를 다니면 단속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인도를 오르내릴 경우에는 과태료 3만 원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차도 위가 워낙 위험하기 때문에 이렇게 인도를 다닐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있습니다.

[C씨/폐지 수거 : 좁잖아. 여기가. 계속 민원이 들어온대요. 불편하다고 다니기. 단속반에서 그런다니까요.]

이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인 걸까.

80세의 신체를 체험할 수 있는 특수장비를 입고 수레를 끌어봤습니다.

버스가 옆을 지나가고, 턱에 걸려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지금 리어카를 끄는 중입니다.

시야도 굉장히 좁고 팔다리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서 리어카를 몰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바로 옆으로 큰 차들이 계속 다니고 있어서 위태위태한 상황입니다.

70kg 무게의 리어카만 옮기기도 쉽지 않습니다.

리어카를 끌고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주로 활동하는 시간이 밤 시간이나 새벽 시간인 것을 생각하면 도로 위에서 위험한 상황은 더 많았을 것입니다.

하루 12시간을 일해 손에 쥐는 돈은 만원 남짓.

도로 위에서 하루 종일 차들과 뒤섞이며 받는 돈입니다.

[D씨/폐지 수거 : 6시서부터 시작해가지고 저녁 9시까지. 내일 아침 팔 거 이제 실어 놔야지 오늘 일과는 끝나.]

취재하는 동안 한 노인은 "차도 위에 있는 12시간 중 12시간 모두가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폐지 수거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르신들을 위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은 도로 위에서 아슬아슬한 생계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박은채)

연지환 기자 , 이완근,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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