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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겨울장사 어떡해"…화마 할퀸 제일평화시장 상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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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화재로 건물 3층 전소…연기에 타층도 피해

23시간만에 진압…"연기 냄새 밴 옷 어떻게 파나"

소방당국, 전면 출입통제…"장사라도 하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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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발생 하루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중구 제일평화시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10년 넘게 서울 중구 제일평화시장 5층에서 모피와 가죽을 팔아온 최모(56)씨는 지난 22일 시장 3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겨울옷 장사를 멈추게 됐다. 통상 9월은 가을·겨울 옷 장사가 시작되는 성수기지만 최씨는 언제쯤이면 장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화재로 연기가 4~5층까지 번지면서 3000만원 상당의 모피·가죽 옷에 연기 냄새가 뱄기 때문이다. 최씨는 “전소된 3층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층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며 “겨울 장사로 1년 먹고 사는 상인들의 사정 좀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제일평화시장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이 곳에 입주해 있는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모두 타버린 3층뿐 아니라 지하 1층부터 7층까지의 출입이 모두 통제돼 장사를 멈췄다. 심지어 연기·그을음·침수 등으로 상한 옷들을 모두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잠도 못자고 멍하니 건물만 볼 뿐…”

23일 외벽이 까맣게 그을린 제일평화시장 앞에서 만난 최모(48)씨는 생애 첫 상가를 차린 지 반 년 만에 화마를 만나야 했다. 디자이너로 20년 이상 일하다 처음으로 제일평화시장 건물 지하 1층에 가게를 차렸다는 최씨. 그는 “화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부터 잠도 못자고 멍하니 건물만 바라보고 있다”며 “옷들이 물에 젖어 버리진 않았을 지, 언제부터 출입이 가능할지 알 수 없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20년 가까이 모은 1억여원을 모두 가게에 투자했다.

3층 상인의 걱정은 더 크다. 까맣게 전소된 상가를 볼 자신이 없다는 김모(55)씨는 이제는 해탈한 상태라고 고백했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옷 장사를 하던 베테랑 김씨에게도 화재는 낯설었다. 김씨는 “해외 브랜드 옷을 수입해 파는데 대개 가격대가 높다”며 “지금 마음은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는 다짐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현재 제일평화시장 건물에 입점한 상가는 816개로, 상인은 1616명에 달한다. 아직 피해액은 추산 중이나 최대 수십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피해는 둘째치고 상인들은 하루라도 빨리 장사를 시작하길 바라고 있다. 이날 오전 소방당국은 현장감식과 동시에 상인들의 출입을 금지한 상태다. 상인연합회 측은 소방당국과 서울시 측에 출입 허가를 요구해놓은 상황이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지 않냐”며 “출입이 불가능할 시 건물 앞 야외 상점이라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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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제일평화시장 맞은편 상가에서 피해 상인 500여명이 모여 상인연합회의 화재 추후 대책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황현규 기자)




◇소방시설 사각지대…철제 외벽에 진압 어려워

전날 0시38분께 시작한 제일평화시장 불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소방당국은 23시간이 넘어서야 현장활동을 종료했다. 큰 불은 1시간여만에 진화됐지만 시장 내 원단과 의류 속에 남은 불씨를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일평화시장에 스프링클러 등의 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3층을 포함한 1~3창은 지난 1980년에 준공됐기 때문에 2015년에 증축한 4~7층과 달리 소방 안전 시설물 설치 의무 건물이 아니었다. 소방법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이후 지어진 건물에 대해서만 소방 안전 시설물 설치를 의무화한다.

심지어 외벽도 철제로 만들어진 탓에 창문도 쉽게 열리지 않아 화재 당시 소방차 진입도 쉽지 않았다. 한 소방 관계자는 “만약 유리 창문이 외벽에 설치돼있으면 쉽게 진입해 불을 껐을 텐데 철제를 뚫고 들어가는 등 화재 진압이 쉽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추후 제일평화시장의 화재시설 점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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