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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의미 있는 이력... 어찌 기대하지 않겠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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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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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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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국 현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사회에 여러 문제의식을 던져주었지만, 정작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차분한 검토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법무부는 정부 부처의 하나이고 장관 한 명이 바뀐다고 그동안 하던 일의 방향이 180도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큰 신임을 받고 있던 사람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장관에 임명되었다. 본인 스스로도 분명한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고,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법무부 장관에게 힘을 몰아줄 수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장관의 임명은 중요한 사건이 된 것이다.

법무부 장관 조국은 학자 시절 다양한 정치활동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사실 대단히 성실하고 뛰어난 학자였다. 주전공은 형사법이었지만,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여성, 학생, 성소수자 등 소수자 인권 문제 등을 두루 연구해왔다. 초학자 시절 출간한 <사상의 자유>(1992)는 사상의 자유를 가장 급진적으로 정초해낸 역사적인 저술이었고, <형사법의 성편향>(2004)은 여성주의적 성찰이 형사법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치밀하게 검토했다는 점에 유의미한 문제작이었다. <절제의 형법학>(2014)는 그의 형법관이 형사법의 여러 현대적 쟁점들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작이었다.

이렇게 학자로서 펼쳐냈던 뚜렷한 소신을 법무부 장관으로서 법무행정에서 구현해 낸다면 정말 많은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그는 뚜렷한 형법관을 가진 학자였다. 형법의 활용이 '절제'되어야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시민의 자유가 확보될 수 있다는 국가관을 바탕으로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다른 한편 그는 이론법학자였다기보다는 현안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법정책가였다. 수많은 정책에 관여했고 정치인이나 행정관료와 빈번하게 교류했다. 하나마나만 고담준론을 내놓은 책상물림이 아니었다는 애기다.

실제로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그의 소신은 형사사법이 민주적으로 통제되고 상호견제의 원리에 의해 견제 받아야 한다는 국가관에서 비롯된 것이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정치적인 고려까지 겸비된 치밀한 성찰의 소산이다.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국회의 입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입법과 무관하게 할 수 있는 개혁과제들도 있고 또 입법이 되더라도 세부사항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세심하게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문제에 관하여 가장 일관되고 강력한 소신을 갖고 있던 학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었으니, 어찌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법무부의 역할은 흔히 '검찰'과의 관계 속에서 얘기되지만, 사실 법무부의 업무 중 검찰 업무는 일부에 불과하다. 일반 법무, 인권, 법조인력, 교정, 난민, 이주 등 중요한 법무행정 업무들을 두루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법무부다. 그런데 지금까지 법무부 장관은 대부분 검찰 출신이었고, 이러한 업무에는 문외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이들 부서에는 현직 검사가 잠시 머물다가 가는 관행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왔다. 하지만 다행히도 박상기 장관 시절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상당 부분 진행되어 변화를 위한 기본적인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법무부의 비검찰 법무 분야에는 중요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민생과 직접 관련된 상가임대차보호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해야 하는데 법무부가 주무부서다. 미투운동을 통한 도출된 여러 입법과제도 법무부의 몫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의 후속조치도 법무부가 해야 한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이주자 인권, 난민 인권도 법무부 관할이다. 그 외에도,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 로스쿨 등 법조인양성제도 개선, 사형제 폐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수많은 현안들이 법무부 앞에 놓여 있다. 신임 법무부 장관은 이러한 문제들을 두루 연구해온 전문가이며, 이전의 장관들과는 달리 인권친화적이고 진보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 이제 법무부의 비검찰 분야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십 년간 검찰의 지배하에 있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 더욱 퇴행했던 법무행정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몇 가지 단서들을 통해 드러난 것들은 보면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일례로 문재인 정부는 가짜뉴스 정책을 몇 차례 내놓았는데,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들을 연달아 내놓았다. 특히, 작년 가을 법무부가 제출한 '허위조작정보' 엄정 대처방안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명예훼손죄 등을 적용하여 가짜뉴스에 대해 고소/고발을 기다리지 말고 신속하게 대응하라니.....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의 표현의 자유 탄압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아예 민주당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대통령이 명예훼손 피해자라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모두 조국 민정수석 시절의 일이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대응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그랬던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이러한 기조가 달라질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다른 법무 현안에 대하여 내놓은 정책들도 모두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난민 인권 정책, 이주자 인권 정책은 이전 정부와의 뚜렷한 차이점을 찾기 어려웠고, 인권기본법이나 차별금지법 제정, 사형제 폐지 같은 의제들은 아직 시작조차 안 한 상태다. 모두 민정수석이 진두지휘할 수 있었던 과제들이었다. 당분간 검찰개혁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들 과제들에 대한 개혁이 힘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인사청문회 때 후보자가 제시한 답변들은 인사청문회라는 무대의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수세적이고 방어적이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이 되면 달라질 수 있을까?

이제 겨우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섣부른 예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법무 행정은 기대 이하였고, 그에 관한 한 민정수석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법무 행정을 '직접' 담당한다고 해서 상황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검찰개혁의 기회도 절대로 놓치면 안 되겠고, 법무행정의 혁신 과제들도 하나 같이 절박한 것들이다. 법무부 장관의 개인 역량을 믿고 마냥 지켜보자는 얘기가 아니다. 결국 개혁의 힘을 만들어내는 것은 시민사회의 몫이다. 법무부가 변할 수 있도록 추동해 내야하고, 법무부가 담당하는 인권과 정의의 이념을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최고의 가치이자 지상과제로 만들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아직 기회는 많다. 대통령 임기는 3년 가까이 남았고, 내년 총선이 기점이 될 수도 있다. 검찰개혁과 법무행정의 개혁을 원하는 시민들의 바람은 여전히 강력하다. 공정성, 정의, 인권 등의 이념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우리 시대의 화두다. 이대로 적당히 기대를 접기에는 법무부가 하는 일은 너무 중요한 과제들이다.

홍성수 기자(chr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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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식지 교회와인권 9월호에도 실릴 글입니다. 글쓴이 홍성수는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이자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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