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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 발작' 진화 나선 美연준...자금조달 여력 부족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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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단기 유동자금 공급에 나섰다. 연준은 뉴욕 연방은행을 통해 레포(환매조건부채권·Repo) 형태로 단기 유동자금을 공급, 초단기 금리의 일시적 급등을 막았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급한불은 꺼뜨렸지만,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져 금융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연준이 단기 금리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려면 레포를 활용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처방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일(현지 시각) 연준은 뉴욕 연방은행을 통해 레포 채권 거래를 통한 단기 자금시장 유동성 공급을 다음달 10일까지 3주간 지속한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의 소방수로 통하는 뉴욕 연은은 이날 750억달러(약 89조원3550억원)의 자금을 방출, 4일 연속 단기 자금시장 개입에 나섰다.

미국 금융권은 레포 시장에서 미 국채를 포함한 유가증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다. 단기 자금 거래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레포 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통화당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유동성 공급을 단행한 것이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및 은행권 지급준비금 축소 등 구조적 요인과 분기말 기업 세금 납부가 몰리면서 발생한 계절적 요인이 맞물린 초단기 자금시장 리스크를 진화하기 위한 복안이기도 하다.

2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는 지난주 연준의 레포 공급의 의미와 효과 등에 대해 분석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0년간 금융시스템상의 근본적인 약점을 드러낸 것으로, 상황이 좋은 시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위험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대처 없이는 갑작스러운 현금 부족으로 인해 경기 침체를 초래, 금융 시장이 더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레포 시장이란?

레포는 일정 기간 이후 되파는 조건으로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채권 거래 방식이다. 미 재무부 국채와 기관 채권, 기관 보증 채권 등이 거래 대상으로 최대 750억달러 한도다. 이는 주로 자금 시장의 유동성이 바닥나는 긴급한 상황에 쓰인다.

레포 거래는 통상 뮤추얼 펀드와 같은 대형 투자자들이 유휴 상태일 수 있는 현금을 잠깐 빌려 돈을 벌게 하고 은행과 중개업자들이 대가로 보유하고 있는 증권을 빌려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해준다.

즉 건강한 레포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전당포’와 같은 일을 하는 셈이다. 16조달러가 넘는 미국 재무 시장의 거래를 포함해 더 광범위한 거래가 더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융 시스템의 핵심인 레포 시장에서는 엄청난 양의 현금과 담보가 매일 교환된다. 그러나 지난주처럼 대규모 레포 공급이 이뤄지면 종종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진 담보 단기 대출에 해당하는 거래인 재구매 계약이 부족해진다.

실제로 지난주 대규모 레포 공급으로 재구매 계약이 부족해지면서 레포 금리(하루짜리 초단기 금리)는 2%에서 한때 10% 이상까지 치솟기도 했다. 레포 시장 참가자들의 ‘불일치’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 ‘레포 공급 카드’ 꺼내든 연준

수년 동안 전 세계 은행들은 자국의 레포 시장을 이용해 긴축 시장에서 신용을 확보하고 자금 조달 비용을 안정시켰다. 연준이 레포 시장을 통해 자금 시장을 온전히 통제하고 있고 언제든 리스크에 대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온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8년 9월 미국 레포 시장이 붕괴되면서 그 역할이 무색해졌다. 그해 금융 위기의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이후 연준은 재발을 막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고 다른 규제 기관과 협력하는 등 2013년 이후 레포 시장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이번에도 연준은 초단기 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레포 공급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레포 트레이딩 전문업체 GLMX의 최고 경영자 글렌 해블리섹은 "레포 시장은 글로벌 자본시장을 계속 회전시키는 기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리포증권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며 지난 40년 동안 자금 조달 시장에서 근무했다.

그는 "레포에서 기업들은 증권을 담보로 설정, 서로 현금을 차용하고 계약이 만료되면 차용자는 담보를 구매하고 현금을 반환하지만 실제로는 매일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는 종종 레포들을 사용해 고수익 자산 구매를 위한 자금을 대는 반면, 미국 부채 경매에서 재무부에 입찰할 의무가 있는 딜러들은 자신의 자본을 넣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레포들을 사용한다.

이 같은 레포 시장 참가자들은 금융 시스템에서 현금을 고갈시키고 레포 시장을 더 쉽게 장악하게 만들었다. 초단기 금리의 일시적 급등을 막기 위해 고안된 레포 공급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위기 시대의 통화정책과 위험 감수를 위해 고안된 금융 규제란 두가지 힘이 단순히 기술적 요소들의 결합이 아니라, 지난주 혼란의 배후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앞으로도 단기 유동성 공급을 위해 레포 시장에 개입하는 한 장기적인 문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레포 시장에 참여하던 딜러들이 철회하면서 시장이 왜곡되고 결국 전반적인 유동성도 더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제로금리 정책 종료에 이어 실시한 대차대조표 축소와 이에 따른 은행권 지급준비금 감소를 레포 시장 혼란의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했다.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에 걸쳐 자산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했던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줄이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은행권이 연준에 예치한 지준금 역시 지난 2014년 2조9000억달러에서 최근 1조3000억달러로 급감했다.

은행권의 현금 자산이 줄어들면서 단기 자금시장의 거래를 마비시켰다는 진단이다. 이 때문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양적완화(QE)를 재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연준이 단기 금리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는 곧 연준이 레포 공급을 통한 시장 통제에 나서는 것은 연준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시장에서는 연준이 은행 준비금을 늘리기 위해 채권을 다시 사들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서 "연준의 자산과 부채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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