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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짐싸는 이삿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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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이삿짐센터. 사무실 한쪽에 붙은 '9월 이사 일정표'는 절반 가까이 빈칸이었다. 이사 수요가 몰리는 주말에도 일감이 세 건뿐이었다. 이 업체를 운영하는 김인수(61) 대표는 "2~3년 전만 해도 한 달 평균 80건씩 있던 이사 일감이 올해는 10~15건 수준으로 줄었다"며 "가을 이사철인데도 일감이 너무 적어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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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일정 곳곳에 빈칸 - 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이삿짐센터에서 김인수 대표가 9월 이사 일정을 적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맞았지만 곳곳에 빈칸이 보인다. 김 대표는 "일감이 크게 줄어 하루 1건만 일해도 다행인 상황"이라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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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체는 일감을 받기 위해 가격도 크게 낮췄다. 5t트럭 1대 기준 100만원 정도이던 이사 가격을 지금은 75만원만 받는다. 남자 인부 2명에게는 하루 15만원, 여자 인부는 12만원, 운전기사의 경우 16만원을 주는데, 이렇게 임금과 식대 등을 주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고 한다. 김 대표는 "주차비라도 아껴보려고 최근 5t 트럭 두 대 중 한 대를 팔았다"며 "차라리 퀵서비스 쪽으로 업종을 바꿔볼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주택 거래량 줄며 이삿짐센터 직격탄

9·13 부동산 정책 등의 영향으로 1년 새 주택 매매량이 급격하게 줄면서 이사 업체, 도배·장판 업체 등 영세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가을 이사철 대목을 앞두고도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가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업체들은 "강남 부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내놓은 정책에 우리 같은 영세업체가 먼저 죽게 생겼다"고 하소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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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8월 주택 거래량은 44만8000여건으로 작년(56만7000여건) 대비 21% 감소했다. 2014~2018년 5년 평균(66만5000여건)보다는 32.6% 줄어든 수치다.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더 감소 폭이 컸다. 올 1~8월 지방 거래량이 9.1% 감소할 때, 수도권 거래량은 31.1% 줄어들었다. 전국 전월세 거래는 전년 대비 6.5%(8만여건) 늘었지만 줄어든 매매량을 상쇄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최근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발표까지 겹치며 당분간 주택 경기 침체는 계속될 전망이다.

집을 사고팔지 않으니 이사하려는 사람도 줄었다. 업체들은 이사 건수가 적게는 20~30%씩, 많게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직원 수를 줄이고 사장이 직접 이사 현장에 나가거나 아예 문 닫는 곳도 늘었다. 서울특별시이사화물주선사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62건이던 서울 지역 이사 업체 폐업 건수는 2018년 122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도 9월 현재 93건의 업체가 문을 닫았다. 협회 관계자는 "이사량이 절반 가까이 줄면서 다들 거의 원가 수준으로 일을 맡으며 겨우 버티고 있다"고 했다.

◇직원들은 일감 찾아 철거 시장으로

서울 송파구에서 포장이사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65)씨는 지난달 딱 4일 일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0일에야 첫 일감을 얻었다. 김씨는 "작년 초만 해도 한 달에 많으면 40~50건씩 일했는데, 요즘엔 손 없는 날 4~5일만 겨우 일이 있다"며 "아파트 포장이사를 주로 맡았는데 요즘은 너무 일감이 없어 원룸 이사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의 한 이사 업체는 "예전엔 방향제 서비스, 스팀 청소 등 이런저런 서비스를 같이 해주는 업체도 많았는데, 요샌 가격이 워낙 내려가 그런 서비스는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 관계자는 "이사 수요가 줄면서 대형 업체들에만 일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던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은 상가 폐업 정리 업체로 떠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죽으니 오히려 폐업 철거업체는 호황이 된 것이다. 한 업체는 "우리 가게에서 일하던 몽골 사람들도 다들 철거업체로 옮겨갔다"며 "예전엔 일당이 12만원 정도였는데, 요새는 15만원을 줘야 겨우 사람을 구한다"고 했다. 일감이 매일 있을 땐 일당을 조금 적게 줘도 사람을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돈이라도 많이 줘야 이사 일을 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도배·장판 업체, 공인중개사도 타격

도배·장판 업체 등 이사 수요가 있어야 일거리가 느는 곳도 매출이 줄긴 마찬가지다. 서울 마포구의 한 도배업체는 "올해 들어 견적 문의 자체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부동산 경기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공인중개업소 역시 폐업은 늘고 신규 개업은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1만1286건이던 개업은 올 상반기 9147건으로 줄었다. 지난 6월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폐업 숫자가 신규 개업 숫자를 앞질렀다.

성유진 기자(betr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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