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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송이·전어… 가을 별미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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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철 대표 별미인 전어(錢魚)에 이어 송이버섯 값도 치솟고 있다. 두 품목 모두 수확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중이다. 모두 날씨 때문이다. 수산업계에서는 서해·남해 수온이 평년에 비해 0.5~1도 낮은 것이 전어 어획량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한다. 임산업계에서는 올해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아 송이가 쑥쑥 크지 못했다고 말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전어는 집 나가고, 송이는 실종돼 버려 올핸 가을 별미를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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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산림조합 송이버섯 경매장에서 인제약초상회 조남웅씨와 현대백화점 연민호 채소 구매담당자가 송이버섯을 살펴보고 있다. /한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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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버섯 수송 작전

20일 오후 4시 30분 강원도 인제군 산림조합 송이버섯 경매장. 입구에서부터 향긋한 송이 향이 풍겼지만, 정작 내부는 휑한 모습이었다. 이날 매물로 나온 송이는 87㎏, 플라스틱 박스 11개 분량이 전부. 이 중 1등급 송이는 19㎏, 2상자뿐이었다. 한참 동안 주변 눈치를 살피던 상인들은 시험 문제 풀듯 입찰 의향서를 적었다. 이날 1등급 송이는 1㎏당 40만700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추석 직후와 비교하면 60% 정도 비싼 가격이다.

'신선 식품의 최고봉(最高峯)'으로 꼽히는 송이버섯은 올해 작황 부진을 겪고 있다. 송이버섯은 가을의 시작인 백로(白露·9월 8일)부터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寒露·10월 8일) 사이에 나오는 계절 식품이다. 올해는 '금(金)송이'를 넘어 '다이아 송이'가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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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유통을 40년 했는데, 올해 가장 비싼 가격에 낙찰받았습니다." 이날 공판장에서 만난 인제약초상회 조남웅(62) 대표는 "송이 값이 치솟으니 시끌벅적한 경매장 안이 수능 시험장처럼 바뀌었다"고 했다. 경매 참가자들이 어떤 가격을 써낼지 서로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인다는 얘기였다. 공판장에는 경북 봉화군에서 온 유통업자도 있었다. 그는 이날 2등급 송이 10㎏을 1㎏당 33만2100원에 낙찰받았다.

올해 첫 송이 경매가 열린 것은 이달 9일이다. 12일 추석 연휴에 들어가기 전까지 송이를 구할 수 있는 산지는 인제가 유일했다. 이에 사흘간 전국 유통업자들이 인제에 모여들었다. 경매 첫날 나온 1등급 송이 7.92㎏은 한 유통 대기업 오너가(家)에서 1㎏당 111만1200원에 낙찰받았다. 이튿날은 1등급 송이 12.64㎏을 현대백화점이 1㎏당 113만3300원에 구입했다.

연민호(33) 현대백화점 채소 구매담당은 "송이버섯은 백화점 식품관의 상징과도 같은 품목이어서 수송 작전하듯 물건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인제에서 낙찰받은 송이는 당일 퀵 배송으로 서울로 가져와 1㎏당 120만원에 판매했다. 지난해 추석 세트 가격(1㎏당 80만원)보다 50%나 올랐지만, 올해 송이 세트 매출은 80% 줄었다고 한다. 판매 시기가 짧고, 팔 물량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임산물유통시스템에 따르면 올가을 송이버섯은 22일 기준 18개 산지에서 6t밖에 거래되지 않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공판 시작일부터 2주)에는 이보다 10배 많은 63.2t이 시장에 풀렸다. 전(全) 등급 평균 경매가는 지난해 1㎏당 16만4000원에서 올해 23만2600원으로 42% 올랐다.

송이는 아침·저녁 일교차가 크고, 지표면 온도가 낮으며, 흙이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어야 잘 자란다. 대개 태풍이 오면 그해 송이 작황은 풍년이다. 비바람이 흙을 뒤엎어가며 수분을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닥친 태풍 '링링'은 비보다는 바람만 많이 불어 송이 생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집 나간 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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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DB




집 나간 며느리와 함께 전어도 가출(家出)한 것일까. 서울농수산공사에 따르면 이달 1~22일 가락시장의 전어 1상자(1㎏·상품) 평균 도매가는 1만696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692원보다 75% 치솟았다. 전어 금어기(5월 1일~7월 15일)가 해제돼 햇전어가 시장에 풀린 지난달에도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7540원)는 작년 8월(3405원)보다 2.2배 높았다. 지난 7월 말 전어 축제를 열었던 경남 사천 삼천포항에서는 품귀 현상으로 전어회 값이 ㎏당 4만원까지 치솟았다. 매년 이맘때쯤 판촉 행사를 열어온 대형 마트에서도 전어가 자취를 감췄다. 채소·양념과 함께 버무린 '전어 회무침' 제품만 일부 점포에서 판매하고 있다.

인제=한경진 기자(kj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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