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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빼더니… 독립운동가 광장 이름도 바꾼 구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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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용 시장, 왕산 허위 선생 이름 딴 시설 명칭 일방적으로 변경

후손·주민 강력 반발… 시민단체 "원래대로 되돌려야" 서명운동도

일부 "市長 가문의 독립지사 내세우려는 의도"… 시장 "사실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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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용(더불어민주당· 사진) 경북 구미시장이 구미 출신의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許蔿·1855~1908) 선생을 기리는 시설의 명칭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가 이를 반대하는 90대 후손에게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하며 모욕을 줘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장 시장이 같은 문중의 독립운동가를 내세우려 다른 독립운동가의 업적을 지우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장 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구미시의 새마을과를 없애려 나섰으며 최근 구미공단 50주년 홍보 영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제외하는 등 잇따라 역사를 왜곡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에 따르면, 허위 선생의 손자인 허경성(93)씨와 아내 이창숙(88)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구미시청 앞에서 2인 시위에 나섰다. 허씨 부부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조성한 구미시 산동면 물빛공원 내 '왕산광장'과 '왕산루'의 명칭을 장 시장이 일방적으로 '산동광장'과 '산동루'로 변경했다"며 "원래 명칭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산 허위(독립유공자 서훈 1등급) 선생은 을사늑약 당시 의병을 일으켜 일제에 항거하다 1908년 체포돼 사형당했다. 왕산 허위 선생 가문은 독립운동가 14명을 배출해 우당 이회영 선생 가문, 석주 이상룡 선생 가문과 함께 독립운동 3대 명문가로 꼽힌다. 왕산광장과 왕산루 명칭은 남유진 전 구미시장 때 열린 주민공청회에서 결정됐다. 가장 명망 높은 구미 출신 독립운동가라는 점에서 주민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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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허위 선생의 손자인 허경성(왼쪽)씨와 아내 이창숙씨가 지난 20일 경북 구미시청 앞에서 허위 선생을 기리는 시설의 명칭을 일방적으로 변경하지 말라며 장세용 구미시장을 상대로 시위를 하고 있다. /구미일번지


장 시장의 '남의 가문 독립운동가 지우기'는 시장 취임 열흘 만인 지난해 7월11일 시작됐다. 장 시장은 한국수자원공사 구미사업단을 찾아 "인물 기념사업은 태생지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왕산광장을 조성하고 있는 강동(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구미 동쪽으로 산동면이 포함)은 독립운동가 장진홍(독립운동서훈 3등급) 선생이 태어난 곳이라 장진홍 선생 기념사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장진홍 선생은 장 시장과 같은 인동 장씨 가문이다. 조선은행 대구지점에 폭탄을 던져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집행 전 자결했다.

당시 장 시장의 시도는 "행정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수자원공사 측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불과 8일 후 산동면주민협의회가 주민 35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왕산 허위 선생의 시설을 철회하라"고 명칭 변경을 요구했다. 장 시장은 이를 근거로 주민공청회까지 거쳐 결정된 왕산광장과 왕산루의 명칭을 산동광장과 산동루로 바꿨다.

그러자 구미경실련 등 여러 시민단체에서 항의에 나섰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장 시장이 추후 왕산 선생 대신 장진홍 기념 시설을 세우려고 명칭을 변경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참다못한 허씨 부부도 2인 시위에 나섰다. 허씨 부부는 지난 20일 오후 1시 30분쯤 장 시장과 15분 동안 면담했다. 이후 시장실 옆방인 접견실에서 쉬던 중 장 시장이 들어와 고성을 질렀다. 장 시장은 "우리 할배는 독립운동 해도 산소도 없다"며 허씨 부부에게 삿대질했다. 이 장면은 한 시민단체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확인됐다. 현장에 있었던 일부 시민은 "장 시장이 이 과정에서 '××'라는 욕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허씨는 "장 시장이 우리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고함만 질렀다"고 말했다. 심장 수술을 했던 아내 이씨는 장 시장의 고성에 혈압이 급격하게 높아져 구급차로 인근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와 구미경실련 등은 "장 시장이 어르신들의 말을 가로막고 자신의 주장만 큰 소리로 외치며 어른들께 패륜을 저질렀다"며 "명칭을 되돌리라"고 요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명칭 복원을 요구하는 서명 작업에 들어갔다. 구미경실련 측은 "민주화운동을 했다고 주장하는 시장이 대한민국 최고의 독립운동 가문을 기리는 광장과 누각의 명칭을 지우는 위선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장 시장은 "왕산광장 명칭 변경은 장진홍 의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허경성씨 내외분에게 예우를 다하지 못해 송구스럽지만 욕설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미=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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