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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던 경리단길… 미술로 심폐소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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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까지 아트&디자인 페어… 방치됐던 空室이 전시장으로

갤러리와 건물주 합심해 성사

'임대 문의'가 '작품 문의'로 바뀌었다. 방치된 상가 공실(空室)에 붙어 있던 쪽지 문구가 변하면서, 동네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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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 인근 제일시장 초입의 빈 상가 건물이 그림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경리단길 아트&디자인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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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골목 상권의 기린아였으나, 임대료 급등과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이탈) 등으로 추락한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이곳에 처음 들어선 '제1회 경리단길 아트&디자인 페어'의 가장 큰 특징은 거리 곳곳의 공실을 정돈해 팝업 전시장으로 꾸민 점이다. 서울 북촌에서 최근 경리단길로 갤러리를 옮긴 인터아트채널이 주도해 지난 20일 개막한 이 페어는 "죽어가는 상권을 미술로 살린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건물주들을 일일이 설득한 끝에 확보한 6곳의 수퍼마켓 옆, PC방 옆, 시장통 빈 공간을 관람객들은 보물찾기 하듯 다니며 작품을 구경하게 된다. 이번 페어에 신진 작가 40여명이 회화·설치작 등 280점을 내놨고, 가격대는 1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다양하다.

사람 떠난 공실은 말 그대로 폐허였다. 묵은 폐기물 처리는 기본이요, 거미 떼를 몰아내는 것도 큰일이었다. 개막 전날 갑작스레 임대 계약이 성사돼 전시장이 사라지는 난관도 겪었다. 이태원 제일시장 초입에 드로잉 등의 작품을 설치한 김동호(29) 작가는 "전시장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지만 경리단길 색채가 담긴 공간이라 특별하다"며 "창문이 벽으로 막혀 있는 등의 공간 특성을 역으로 이용해 '빛의 차단'을 콘셉트로 꾸몄다"고 했다. 8평짜리 상가를 열흘간 무상 임대해준 건물주 신모(66)씨는 "그냥 비워둘 바에는 미술품으로 채우는 게 동네 수준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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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며 전시장을 찾아다니는 관람객들. 왼쪽엔 조재 작가가 라이브 페인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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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카페·식당·가구점 등에도 작품을 걸어, 방문객들이 자연스레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때맞춰 인터아트채널(심문섭 개인전), 카라스갤러리(정복수 개인전), 아트247(데이비드 호크니 판화) 등 이곳 갤러리 10곳도 일제히 새 전시를 시작했다. 라이브 드로잉쇼를 위해 경리단길 대로변 곳곳에 흰색 캔버스(합판)도 붙여놨다. 무(無)에서 유(有)로의 변화가 실시간으로 펼쳐진다. 오는 29일까지.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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