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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친구들 생각하며 군것질 참고 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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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120여개 어린이집, 15년째 '사랑의 동전 모으기'

올해는 1365만3470원 기부

"내가 제일 많이 모았다." "내 저금통이 더 무겁거든?"

조선일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열린 '사랑의 동전 모으기'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손수 만들고 저축한 우유팩 저금통을 모금함에 넣고 있다. /김지호 기자


초록색 밀짚모자를 쓴 네댓 살 어린이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이런 얘기로 목소리를 높였다. 저마다 500mL짜리 우유팩을 직접 개조해 만든 저금통을 손에 들었다. 이들은 행사 진행자의 "투하!" 구령에 맞춰 공원에 깔아놓은 초대형 노란색 돗자리 위에 '우유팩 저금통'을 던지고 갔다. 이곳엔 용산구 소재 120여개 어린이집 어린이 행렬이 오전 내내 이어졌다. 점심 무렵 우유팩 저금통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용산구 어린이집들이 결식아동과 소아암·심장병 어린이를 위해 15년째 이어오는 '사랑의 동전 모으기' 행사 현장이다.

행사장에선 오후 들어 모금액 집계가 시작됐다. 손가락에 골무를 낀 어린이집 원장 100여명이 대형 돗자리에 앉아 동전을 분류했다. 최종 집계 결과 500원짜리 7120개, 100원짜리 6만7663개, 50원짜리 1만1151개, 10원짜리 2만4162개가 모였다. 여기에 지폐 252만8000원이 더해졌다. 총액 1365만3470원. 이 돈은 용산사회복지재단에 기부된다. 복지재단 유종현 팀장은 이 자리에서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모은 돈,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행사는 약 한 달간 준비를 거쳤다. 각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원생들과 '우유 저금통'을 만들었고 '내 주위의 외롭고 아픈 친구들을 생각하며 동전을 모아보자'는 과제를 내줬다. 김홍은 용산구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아이들이 군것질을 참아 100원, 500원을 모았고 행사 취지에 공감한 엄마들이 저금통 바닥에 지폐를 두둑이 쌓아 보내왔다"고 했다. 각 어린이집들은 아이들에게 표창장도 수여했다. 보광동에서 온 김사무엘(6)군은 "먹고 마시는 거 참아서 이렇게 기부하고 상도 받아서 기분이 좋다. 아픈 친구들도 빨리 나아서 우리랑 같이 뛰어놀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뜻깊은 기부에 나선다는 소식을 들은 '동네 어른'들도 총출동해 행사장을 지켰다. 구호법인 '굿네이버스'는 두 동(棟)짜리 천막을 쳐놓고 마술·블록 쌓기 같은 활동을 통해 나눔·기부를 교육하는 시간을 가졌다.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에서도 직원 수십명이 파견을 나와 행사 진행을 도왔다.

용산구 어린이집 사랑의 동전 모으기는 2004년 처음 시작됐다. '우리 주위에 불우한 아이들이 아직도 많다'는 생각을 가진 몇몇 원장 아이디어였다. 첫해 모금액은 100만원을 넘기지 못했지만, 10년 만에 모금액이 1000만원이 넘어설 만큼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에는 어린이집 100여곳에서 1365만원을 모아 복지재단에 기부했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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