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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건강·다이어트 위해 마신다? 의학적 근거 없으니 과신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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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커피·흑당음료의 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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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료’라고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음료 제품들이 있다. 방탄커피와 흑당음료다. 방탄커피는 커피에 무염 버터와 코코넛오일을 넣은 것을 말한다. 흑당은 사탕수수즙이 원료인데 설탕과는 다르게 정제하는 과정(탈색·여과)을 거치지 않아 검은색을 띤다. 각각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고 건강한 당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소비자가 찾는 음료가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음료가 건강을 챙기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Δ포만감 줘 식사량 줄고 살 빠진다



방탄커피에는 무염 버터와 코코넛오일을 넣는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상 교수는 “이런 포화지방 성분이 일시적으로 포만감을 줘 식사량을 약간 줄여줄 수는 있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다이어트에 별 도움은 되지 않으며 고지방식이에 따른 부작용인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그대로 가져온다”고 말했다. 방탄커피는 탄수화물을 전체 칼로리의 5~10% 수준으로 줄이면서 지방 섭취를 70% 이상으로 늘리는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의 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탄수화물 섭취를 극히 제한하면 케톤체(지방산의 대사산물)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대사 상태가 되고 인슐린 분비는 저하돼 체내 지방 축적을 줄여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간 효과는 검증된 바 없으며 이런 식단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힘들고 요요현상과 이상지질혈증이 오기 쉽다. 방탄커피가 체중 감량에 도움된다는 광고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위 과대광고로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 업체는 ‘살 빠지는 다이어트 OO 방탄커피’ ‘저탄고지 다이어트, 마음껏 먹으면서 체중 감량’ 등의 문구로 건강기능식품의 다이어트 효능·효과를 표방했다.



X아침밥 대용으로 집중력 높여준다



방탄커피를 아침밥 대신 마시면 집중력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카페인은 짧은 시간 동안 두뇌를 깨우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건 맞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커피의 장점이다. 장기간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원활한 뇌세포 활동을 위해 혈당을 정상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아침부터 에너지원을 제때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탄커피를 아침밥 대신 마셔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것은 뇌로 가는 포도당이 줄어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단백질·탄수화물·섬유소가 풍부한 식품을 같이 먹어야 소화 흡수 과정에서 포도당이 서서히 공급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아침을 거르면 써야 할 에너지가 근육·뼈에서부터 빠져나오고 점심·저녁 식사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써야 할 에너지가 제때 들어오지 않으니 신체는 에너지를 축적하려는 방향으로 가면서 살이 찌기 쉬운 몸이 된다”고 말했다.



X설탕보다 영양 성분 많아 몸에 좋다



흑당에는 섬유질·미네랄·비타민 등 영양 성분이 있지만 극소량일 뿐이다. 흑당의 90% 이상은 당으로 이뤄져 있다. 김영상 교수는 “흑당이 비정제당이므로 상대적으로 정제당(설탕)보다 건강한 것 같지만 이를 입증한 주요 연구는 거의 없다”며 “흑당의 당 부분을 제외한 성분인 칼륨·철분·칼슘 같은 성분이 건강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양이 매우 적고 흑당도 결국 당이란 점에서 칼로리가 높은 데다 설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흑당은 설탕과 마찬가지로 소화 흡수가 빨라 체내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킨다. ‘혈당 상승→인슐린 과잉분비→체내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 당뇨병 환자나 대사질환자가 흑당음료의 당을 ‘건강한 당’이라고 믿고 마셨다가는 체내 당 수치가 상승해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흑당뿐 아니라 꿀이나 메이플시럽도 좋은 당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별반 차이가 없다. 똑같이 칼로리가 높은 당이다. 미국 당뇨병협회는 흑당·설탕·메이플시럽·아가베시럽 등 첨가당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첨가당은 식품 원재료에 추가해 먹는 당이다.



X하루에 한 잔은 매일 마셔도 괜찮다



서울시는 지난달, 시중에 판매되는 6개 브랜드의 30개 흑당 음료 제품에 들은 당 함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흑당버블티·흑당라테 등 한 컵에 든 당은 평균 41.6g이었다. 각설탕(3g) 약 14개가 들어간 분량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당류 권고량(50g)에 가깝다. 게다가 흑당 음료의 열량은 약 300~400㎉로 밥 한 공기(300㎉)와 맞먹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에 따르면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이 하루 전체 섭취 칼로리의 10%를 넘는 경우 비만·당뇨병·고혈압이 발생할 위험이 각각 39%, 41%, 66% 높아진다. 흑당 음료를 찾는 사람들은 머리가 띵할 정도로 강한 단맛이 스트레스를 풀어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하루 한 잔이라도 흑당 음료처럼 단맛이 강한 음료를 매일 섭취하면 단맛에 중독될 수 있다. 박경희 교수는 “단순당을 섭취하면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돼 행복감을 느끼는데 매일 섭취하게 되면 일종의 중독성이 생긴다”며 “단맛에 대한 역치가 높아져 좀 더 강한 단맛을 계속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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