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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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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치명적 합병증 부르는 자가면역 질환 원인 물질 인터페론 억제하는 약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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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웁살라 의대 '전신 염증성 질환' 전문가 좌담회

중앙일보

류머티즘 관절염, 피부근염 등 자가면역 질환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혈액 속 면역 세포가 신체 조직 곳곳을 공격하면서 다양한 이상 증상을 유발한다. 지난 17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는 ‘전신 염증성 질환에 대한 최신지견’을 주제로 ‘한림-웁살라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연자로 참석한 스웨덴 웁살라의대 라스 뢴블롬 교수와 한림대 의대 손경민·고동진 교수에게 전신 염증성 질환으로서 자가면역 질환의 개념과 치료법을 물었다.

-자가면역 질환이란.

라스 뢴블롬 교수(이하 뢴블롬)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체내 백혈구·림프구 같은 면역 세포가 출동해 이를 물리친다. 자가면역 질환은 이런 면역 세포가 외부 침입자가 아닌 정상적인 체내 조직·세포를 공격해 나타나는 병이다. 현재로서는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아 치료가 어렵다. 자가면역 질환 중 전신 홍반 루푸스는 지난 50년간 이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단 한 개만 승인받았을 정도다.

-자가면역 질환과 전신 염증성 질환의 관계는.

손경민 교수(이하 손) 정상적인 면역반응은 대개 짧은 시간에 끝난다. 감기에 걸리면 기침·고열을 앓다가도 며칠이면 낫는다. 하지만 자가면역 질환은 다르다. 고장 난 면역 시스템이 지속해서 전신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켜 다양한 만성 증상을 유발한다. 류머티즘 관절염을 예로 들면 단순히 관절이 붓고 아픈 것 외에 결막염 등 관절 외 증상과 쇠약감, 식욕부진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면역 체계 이상이 방아쇠가 돼 전신 염증성 질환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고동진 교수(이하 고) 같은 질환은 수술 등으로 원인을 제거하면 치료할 수 있다. 반면 자가면역 질환은 공격하는 면역 세포나 공격받는 조직들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원인을 없애는 것이 어려운 만큼 증상이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경우가 흔하다.

-진단도 까다로울 것 같다.

뢴블롬 전신 홍반 루푸스의 경우 구강 궤양, 신장 질환 등 11개 항목 가운데 4개 이상 해당할 때 진단한다. 같은 전신 홍반 루푸스라고 해도 나타나는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환자는 관절염과 피로감이 심한데 다른 환자는 신장·폐에 문제가 나타나는 식이다. 다른 과를 전전하다 시간을 허비하는 환자도 많다.

단지 혈액검사로는 질환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자가면역 질환은 발생 경로가 굉장히 다양하다. 그중 일부만 혈액검사로 알 수 있을 뿐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실제로 혈액검사는 정상인데 임상적으로 류머티즘 관절염에 해당하는 환자도 다수다.

각각의 질환마다 특징적인 증상과 징후가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관절이 붓고, 피부근염은 피부 발진과 근력 저하가 나타난다. 다만 일부가 아닌 전체적인 증상을 보고 판단해야 해 진단·치료에 의사의 풍부한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

-자가면역 질환이 위험한 이유는.

만성적인 염증과 자가면역 질환을 치료할 때 쓰는 스테로이드 등 약물, 생활 방식의 변화 등은 심장병·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는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가 정상인보다 두 배가량 높다. 아파서 잘 움직이지 않아 살이 찌고 지방세포가 분비하는 ‘아디포카인’이라는 물질이 염증 반응을 악화해 통증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뢴블롬 스웨덴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루푸스 환자는 뇌졸중을 앓는 비율이 20%로 평균치를 웃돌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40대 이하 젊은 층에서도 발생률이 매우 높았다는 점이다. 자가면역 질환에서 나타나는 합병증은 환경적인 영향 외에도 유전적인 소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가면역 질환은 암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쇼그렌 증후군 환자는 비정상적인 림프구 활성으로 인해 림프종 발병 위험이 일반인보다 크다. 특정 자가면역 질환은 진단 시 암 검진을 필수적으로 하기도 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을 줄이기 위해 스테로이드 혹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대부분 치료 효과는 좋지만 장기 투여할 경우 당뇨병·고혈압, 골밀도 감소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생물학적 제제다. 특정 면역 세포나 신호전달물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효과가 좋고 부작용은 적다.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2010년대부터 환자의 삶의 질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는 오랜 시간 병을 앓는 만큼 비만·우울증·수면장애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진 경우가 많다. 객관적인 수치는 나아졌어도 스트레스 등으로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환자가 적지 않다. 이 경우 약만 늘리기보다 정서적인 지지나 스트레스 해소 등 다른 원인을 찾아 관리하는 것이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

-치료법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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뢴블롬 면역 활성을 조절하기 위해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인터페론’이다. 면역 세포인 수지상 세포가 바이러스가 침입할 때 분비하는 물질로, 자가면역질환자는 이 물질이 별다른 이유 없이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인터페론이 늘면 면역 체계가 활성화해 자가면역 질환으로 인한 증상이 악화한다. 인터페론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최근 특정 인터페론(타입1)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이 개발돼 실제 전신 홍반 루푸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인터류킨(IL)이나 종양괴사인자(TNF) 등을 억제하던 기존의 생물학적 제제와 작용 방식이 다른 만큼 자가면역질환자에게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피부근염처럼 환자 수가 적은 자가면역 질환은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어렵고 제약사의 입장에서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의사의 노력과 함께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글=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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