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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살 거라며? 굶어죽기 싫다면 우리 곤충을 데려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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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화성 정착의 마지막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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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별미로 여겨지는 ‘모파인’ 벌레(동그라미 안). 미래 화성 거주민들은 이런 곤충을 주요 영양공급원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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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인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화성의 강력한 모래폭풍 속에서 일시적으로 행방이 묘연해진다. 탈출을 위해 발사 대기 중인 우주선 안에 앉아 있던 동료들은 교신이 끊기자 와트니가 사망했다고 보고 비통한 심정으로 이륙을 결정한다. 하지만 와트니는 살아 있었고, 기지에 홀로 남게 된 그에게 찾아온 건 당장의 먹거리 문제였다.

물과 산소는 자급자족 가능

유기물 없는 땅, 농사 어려워

영화 ‘마션’은 동료들 인분 덕


먹거리를 만드는 가장 합리적인 방식은 농사다. 하지만 지구에선 당연하게 생각되는 농사가 화성에선 그렇지가 않다. 흙에 유기물, 즉 비료 성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게 동료들이 기지에 버리고 간 인분이었다. 대형마트의 식품 코너에서 볼 법한 주머니에 밀봉된 인분은 매우 훌륭한 비료였다. 실제로 화학공학이 발달하기 이전에 인분은 농사를 짓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다.

일론 머스크는 2017년 그가 이끄는 기업인 스페이스X의 미래 비전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화성에 100만명을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가 만드는 스페이스X 로켓을 통해 약 100년 동안 경기 고양시나 경남 창원시 수준의 인구 전체가 옮겨가는 상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먹거리다. <마션>에선 농사를 짓는 게 가능했지만 그건 요행히 얻은 인분 덕택이었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화성 인구는 와트니 본인 딱 한 명이었다. 또 감자 등 식물에서 얻는 탄수화물에만 의지해서는 균형 잡힌 영양소를 얻기도 어렵다. 근력을 일으킬 수 있는 단백질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화성 정착의 걸림돌을 분석해보면 식량 문제를 제외한 다른 사안은 해결법이 일부 나와 있거나 곧 나올 가능성이 큰 것들이다. 에너지 문제의 경우 태양광과 원자력이 대안이다. 기지를 어둠 속에서 밝히고 전자장비 사용을 가능하게 할 전기, 그리고 화성인을 추위에서 보호할 난방열을 얻을 수 있다. 석유나 석탄, 가스를 쓰지 않는 이런 형태의 기술은 이미 지구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물과 산소는 화성에 존재하는 얼음과 이산화탄소에서 추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분자 형태를 바꾸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화성에선 최근 메탄이 발견돼 메탄의 주된 배출원인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만약 정말 생명체가 있다면 이들이 액체 상태의 물을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인 과학 개념으로 볼 때 물은 생명 활동의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인간도 이 물을 나눠 마실 수 있다는 얘기다. 기지를 만들 건설자재는 화성의 흙을 활용하면 된다. 건설자재 제작 기술은 달 기지 건설이 논의되며 충분히 가속도가 붙었다.

과학계 “곤충을 주식 삼아야”

식물보다 물 적게 들고 고열량

생산 비용 낮춘 배양육도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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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이와 비슷한 외형인 ‘모파인’ 벌레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식당에서 가루로 만들어 재가공한 튀김(위 사진). ‘실험실 고기’라고도 부르는 배양육은 줄기세포를 통해 키운 조직에서 고기를 얻는다. 로이터 연합뉴스·세계경제포럼(W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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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고민해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게 바로 식량 문제다. 이런 가운데 과학계에서 미래 화성 거주민의 주식으로 ‘곤충’이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과학 학술지 ‘뉴스페이스 저널’에 이 같은 분석을 내놓은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 행성과학부 케이스 캐논 교수는 “거의 모든 연구들이 우주 비행사들에게 식물을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며 “식물 재배에는 열기와 큰 실내 공장이 필요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캐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곤충은 비교적 적은 양의 사료와 물을 사용하면서도 단위 면적당 생산되는 열량은 많다. 소나 돼지, 닭은 키우기 위해 다량의 사료와 물, 축사가 필요해 화성에서 이를 감당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정말 곤충을 식량으로 쓸 수 있을까. 극한 상황을 견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뭉친 소수의 선발된 우주인이라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100만 인구의 도시를 상정한 계획이라면 여러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보통 사람들은 곤충이 가진 징그러운 외형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미 대안이 나와 있다. 곤충을 곱게 갈아 가루를 낸 뒤 모양을 다시 만드는 재가공 작업을 거치는 것이다. 식물 잎을 따 드레싱을 뿌려 샐러드를 만드는 것과 완전히 갈아 녹즙으로 만드는 것의 차이다. 잎사귀의 아삭거리는 식감이 싫다면 액체 형태로 단숨에 마시는 대안이 있는 것처럼 곤충도 모양을 달리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달 초 로이터통신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교외에 ‘곤충 체험(Insect Experience)’이라는 이름의 식용곤충 식당이 개점했다고 보도했다. 곤충 식품을 만드는 현지 벤처기업과 함께 운영하는 이 식당의 주재료는 파리의 일종인 ‘동애등에 유충’, 송충이와 비슷하게 생긴 ‘모파인’ 벌레다. 하지만 모두 본래의 형태는 알 수 없게끔 완전히 가루로 만든 뒤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요리된다. 모파인으로 만든 튀김은 노란색 한과를 연상케 하지만 본래 모습은 어른 검지만 한 벌레다.

이외에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드는 ‘배양육’도 화성 거주민들의 식량 후보로 꼽힌다. 지구에서처럼 목축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기를 공장 또는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햄버거에 쓰일 분량의 배양육을 만드는 데는 개발 초기인 2013년에는 무려 32만달러가 들었지만 3년 만인 2016년에는 1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미 이 기술은 대규모 투자로 인해 상용화 단계로 들어섰다고 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은 전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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