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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만에 또 충돌 위기…늘어난 우주 물체, 아슬아슬한 지구 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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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사고’ 위험 늘어난 우주

미국 민간 우주실험실 ‘제네시스2’와 러 위성 충돌 확률 ‘20분의 1’

고도·위치 바꾸는 시스템 없이 발사하고 떠다니는 쓰레기도 많아

경향신문

수명이 다한 러시아 첩보위성과 충돌할 뻔한 우주 실험실 ‘제네시스2’. 충돌 확률은 20분의 1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비글로에어로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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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유럽우주국(ESA)은 자신들의 지구 관측 위성이 우주에서 ‘교통사고’가 날 뻔한 상황을 모면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발표했다. 추진장치를 작동해 고도를 바꾸는 긴급 회피기동을 한 것이다. 올해 5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인 스페이스X가 지구 상공을 도는 일종의 우주 기지국을 다수 띄워 전 세계에 사각지대 없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스타링크’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일환으로 발사된 소형 위성이 ESA 위성과 충돌할 뻔한 것이다.

그런데 비슷한 사고 위기가 보름 남짓 만에 또 벌어졌다. 지난 18일 미국의 우주기업 비글로에어로스페이스가 쏜 우주 실험실 ‘제네시스2’와 러시아 위성 ‘코스모스 1300’이 고도 515㎞에서 충돌 위기를 맞은 것이다. 작은 우주 파편끼리, 또는 우주 파편과 위성이 아니라 위성끼리 충돌할 뻔한 일이 또 발생했다. 덩치 큰 위성끼리의 충돌은 엄청나게 많은 작은 파편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위험성이 더 크다.

18일 충돌 위기는 여러모로 2일 때보다 심각성이 더 컸다. 무엇보다 충돌 확률이 높았다. 비글로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18일 충돌 확률은 5.6%, 대략 20분의 1이었다. 2일 ESA와 스타링크 위성의 충돌 확률은 1000분의 1이었다. 산술적인 계산으로 보면 충돌 확률이 50배 컸다는 얘기다. 과학계에선 단순히 숫자만으로 우주 교통사고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우주에서 전에 없던 수준으로 교통사고 위기가 커진 사실이 가시화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18일 충돌 위기의 또 다른 특징은 충돌 직전까지 갔지만 위기를 피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우주매체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승용차 길이에 가까운 제네시스2에는 고도나 위치를 바꿀 추진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 배로 따지면 선체는 있지만 손으로 쥐고 저을 수 있는 노나 스크루가 달린 엔진은 없었던 셈이다. 제네시스2는 2007년 발사 뒤 2년 남짓의 임무를 마치고 우주를 표류하다 대기권에 진입해 불탈 운명이었던 것이다.

충돌 위기의 다른 장본인이었던 중량 2t짜리 러시아 위성 ‘코스모스 1300’은 1981년 발사된 첩보 목적의 위성이다. 고물이어서 충돌 방지 방법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발사 뒤 불과 몇 개월 만에 사용이 중지됐고, 그 이후엔 줄곧 우주 쓰레기였다. 국내 우주과학 분야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오래된 위성의 경우 발사된 지 얼마 안됐을 때에는 위치를 바꿀 능력이 있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연료 부족으로 결국 회피기동이 불가능해지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같은 민간 기업들이 우주 개척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우주기업의 속성이 우주 물체를 많이 발사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구 궤도에서 사고 가능성을 동반한 교통체증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당장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제네시스2는 2000년대 이전에는 개념조차 없던 민간 우주기업의 생산물이다. 제네시스2의 발사 목적은 우주 실험실이었지만 부동산 재벌인 비글로에어로스페이스의 운영자 로버트 비글로는 이를 토대로 우주 호텔을 구상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연결하는 풍선형 거주 구역을 만드는 연구도 실행했다.

지난주 세계 우주 관련 기업과 단체의 조직체인 ‘우주안전연합(Space Safety Coalition)’은 고도 400㎞를 초과하는 궤도를 도는 모든 위성은 충돌에 대비한 회피기동 기술을 갖출 것을 권고했다. 지구에서는 자동차에 백미러를 반드시 장착해야 한다거나 차가 미끄러질 때 엔진 출력과 브레이크 압력을 자동 제어하는 VDC(Vehicle Dynamic Control)를 꼭 달아야 한다는 식의 강제 규정이 있다. 사고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규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주에는 이런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율적인 공감대 마련에 나선 것이다.

김한택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주 충돌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공감대가 확산된다면 국제적인 행동 지침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 충돌 방지에 관한 다양하고 잦은 목소리 제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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