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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찍히면 잘렸다···틸러슨·맥매스터·볼턴, 북한판 데스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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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협상 앞둔 지난 12일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

북, 회담 복귀→의제 공개→볼턴 해임→회담 결과 기대

싱가포르 정상회담 결정된 지난해 3월엔 맥매스터, 틸러슨 해임

공교롭게 북미 관계 변곡점서 북한의 비난화살 맞은 인물 교체

'미국 외교의 독초'로 꼽힌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위해 북한이 내건 ‘새로운 방식’(a new method)에 미국이 호응하고, 북한이 이를 평가하면서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공전된 북ㆍ미 협상의 재개가능성이 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12일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 연말까지 기다려보겠다”고 주장했는데, 5개월 여가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방식’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식이 어떤 내용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단, 23일 오후 예정된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북ㆍ미 협상과 관련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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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지난해 3월 청와대를 방문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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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에 복귀하라는 미국의 주문에 비난으로 일관하던 북한은 이달 들어 반색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식’에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20일 담화를 통해 “이제 진행되게 될 조미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회담 준비 완료’ 언급에 북한은 지난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9월말 협상에 나갈 것”이라는 담화를 밝힌 뒤, “우리의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론(논)의도 할수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미 고위 당국자들이 대북제재 언급을 자제한 가운데 회담을 촉구하자 9월말 협상 테이블 복귀(9일)→협상 의제(16일)를 밝히면서 간보기를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식을 언급하자 수석대표 공개(김명길 순회대사, 20일)라는 쪼개기 식으로 미국과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이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은 연말까지 미국의 변화를 기다려 보겠다고 했지만 연말이 다가오면서, 김 위원장의 친서와 연이은 담화로 미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며 “미국이 대북제재 등 북한이 반발하는 내용 대신 대화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보내자, 북한이 호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미 회담 진용을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교체하고 이에 따른 전략 수립에 시간이 걸렸지만 외형상으론 미국의 변화를 ‘수용’하는 듯한 태도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김 위원장의 입장을 헤아리는 듯한 ‘당근’도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9일 한미 연합훈련을 불편해하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며 “나도 거기(훈련)에 돈을 지불하는 게 싫기 때문에 나도 그것의 팬이 된 적이 없다”고 했다. 당시 한미 동맹 훼손이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한미 방위비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동시에 김 위원장을 회담장으로 나오게 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언급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정부 고위당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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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전 미 국무장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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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정체된 북ㆍ미 관계가 변곡점을 맞는 순간 북한이 껄끄러워 했던 자신의 참모를 ‘해고’하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북한은 지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책임을 수퍼 매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돌리며 연일 그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과, 대북 제재를 주창했던 인물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동시적ㆍ단계적 해법의 천적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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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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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회담 복귀를 ‘선언’(9일)한 직후인 지난 12일 그를 해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싱가포르)을 수용한 뒤인 지난해 3월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임하고, 렉스 틸러슨 국무 장관은 경질됐다. 이들은 북한의 인권이나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북 압박 정책을 주도했고, 북한은 이들의 언급에 반발하곤 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1차 북ㆍ미 정상회담 결정 직후엔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과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번 북ㆍ미 실무협상을 앞두곤 볼턴 보좌관이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한 이유로 참모를 교체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공교롭게도 북한이 거북스러워한 참모진의 교체가 북ㆍ미 정상회담이나 양국 관계의 변곡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에 찍히면 바뀐다는 데스노트(살생부)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물론 예외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용호 외무상에게 “미국 외교의 독초”라는 말을 들은 ‘과녁’이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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