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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경항공모함,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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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군 대형수송함 독도함이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한국형 경(輕)항공모함 건조(사업명:대형수송함-Ⅱ)가 본격화되고 있다. 22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은 이달 초 ‘대형수송함-Ⅱ 개념설계 기술지원 연구용역 제안요청서’를 작성, 배포했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업체 선정이 이뤄지는 이번 연구용역은 계약일로부터 14개월 동안 진행되며, 올해와 내년에 걸쳐 23억여원이 투입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방부가 지난달 발표한 내년도 국방예산 편성안에 경항모 건조 핵심기술 개발비 271억원이 반영된 것과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다목적 대형수송함 국내 건조가 포함된 것에 대한 후속조치다. 사업명은 대형수송함-Ⅱ지만 실질적으로는 F-35B 스텔스 이착륙 전투기 운용과 무인, 자동화 기술에 초점을 맞춘 경항모 건조를 염두에 두고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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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가 미 해군 상륙함 와스프함에 수직으로 착함을 시도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항공기 운용과 첨단 기술 활용 강조

해군이 작성한 경항모 관련 연구용역 제안요청서에는 설계에 포함할 요소 등 해군의 요구사항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은 항공기 운용이다. 선체 외형, 동력, 지휘통제, 전투체계, 상륙능력 등은 요구사항이 4~5개 항목 안팎인 반면 항공능력 요구사항은 10개에 달한다. 미래 전장 환경 및 기술 추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항도 포함됐다. 군 관계자는 “해군이 제트기 운용 경험이 없다보니 항공능력 분야에 대한 요구가 더 많아진 것 같다”며 “경항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해군이 연구용역을 통해 실질적인 연구결과와 대안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입찰제안서 작성에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형수송함 독도함과 마라도함 비행갑판은 헬기 정도만 운용 가능하다. F-35B는 헬기보다 무겁고 이착함 과정에서 고열을 내뿜는다. 내열성을 갖춘 튼튼한 비행갑판이 필요한 이유다. F-35B를 탑재할 미국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은 비행갑판의 내열성 강화 조치가 이뤄졌고, 일본 이즈모함도 같은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마라도함은 초고강도로 강화한 비행갑판을 적용, 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 항공기 2대가 뜨고 내릴 수 있다. 비행갑판 강화 과정에서 V-22의 고열을 견뎌낼 수 있는 패드를 미국에서 수입하는 대신 국내에서 개발, 도입비용을 90% 절감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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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지난해 5월 진수식을 앞두고 대기중인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독도함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개량이 이뤄졌다. 부산=연합뉴스


새로 건조할 경항모도 마라도함 건조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해외 사례를 종합해 비행갑판 설계안과 이착함 절차를 만들고, 이착함 능력을 검증할 시뮬레이션을 연구용역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항공기 유도 및 관제 개념, 항공기 비행갑판 배치방법, 정비 공간 확보, 지원설비, 항공기 이송에 필요한 승강기 설치 등도 연구하게 된다.

2030년대 초반에 진수되는 만큼 첨단 기술 발전 추세를 반영하는 작업도 포함됐다. 무인수상정과 잠수정, 무인기를 운용하는 방안과 통제 장비 소요 검토가 이뤄진다.

자동화체계를 비롯한 각 분야별 핵심기술 적용 여부도 검토 대상이다. 이는 해군 병력 부족 현상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군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미래(2019~2030년) 병력 소요를 판단한 결과, 함정에 1300여명, 항공기에 700여명, 부대 개편에 1000여명이 더 필요하다”며 정원 확대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국방개혁 2.0에 의한 병력 감축 기조가 지속되면, 정원 확대는 쉽지 않다. 해군이 자동화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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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상륙함 와스프함이 비행갑판에 V-22 수직이착륙 수송기와 F-35B 전투기를 싣고 이동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대규모 상륙 비중은 감소할 듯

제안요청서에서는 상륙군 인원, 장비, 화물, 탄약, 무장 탑재 소요 검토와 함미 및 측면 램프 크기 등과 함미에 상륙정 등을 탑재할 공간인 웰데크(well deck) 검토도 포함됐다.

대형수송함을 표방하는 만큼 상륙전 능력도 경항모에서 중시되는 부분이다. 다만 공기부양정(LCAC)을 동원한 기존 상륙작전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규모 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 이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해병대의 지상작전 수요는 증가 추세에 있다. 미 해병대는 1960년대 베트남전쟁을 시작으로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쟁에서 지상군 역할을 수행했다.

수평선 너머에서 상륙군을 해안에 투입하는 초수평선 상륙전 개념도 효력을 잃고 있다. 지대함미사일은 표적을 스스로 탐지, 추적하면서 150㎞ 이상 떨어진 적 함정을 공격한다. 무인정찰기도 해안과 바다에서 활동한다. 강력한 방공망을 갖춘 이지스함과 상륙함이 함께 해안에 접근한 뒤 상륙작전을 펼치면, 장병들의 피로를 낮추면서 적 미사일과 해안포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상륙작전을 펼치는 게 가능하다. 유사시에는 소형 상륙정(LCU)에 상륙돌격장갑차나 전차를 실어 이동할 수도 있다. 70t의 화물을 싣고 빠르게 해안에 상륙하는 LCAC의 필요성이 낮아지는 대목이다.

한국 해병대가 지상작전과 새로운 상륙작전 개념을 수행하려면 기존 상륙돌격장갑차(KAAV7A1)보다 속도가 빠른 장갑차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2016년 방위사업청은 기존 상륙돌격장갑차를 대체할 신형 장갑차를 국내 기술로 개발, 2028년 전력화한다는 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새로 개발할 장갑차는 수상속도를 시속 13.2㎞에서 20㎞까지 높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경항모는 신형 장갑차 또는 소형 상륙정(LCU)을 탑재하면서 필요할 때 LCAC를 싣는, 강습상륙함과 유사한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사시 해병대의 해외 전개나 재난구호 등에 필요한 물자 및 장비 수납 공간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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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해군 경항모 카보우르함이 건조를 마치고 시운전을 하고 있다. 핀칸티에리 조선소


일각에서는 이탈리아 트리에스테급 상륙함(3만2000t), 카보우르급 경항모(2만7000t)나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1세급 상륙함(2만7000t)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진수돼 2022년 전력화될 트리에스테급 상륙함은 F-35B와 AW-101 수송헬기 20여대, 상륙군 600명과 LCU 4척 또는 LCAC 1척을 탑재한다. 스키점프대나 증기식 사출장치 등을 갖추지 않아 미 해군 강습상륙함에 가깝다는 평가다. 카보우르급 경항모는 해리어 전투기 8대와 AW-101 헬기 12대를 탑재한다. 항공기를 싣지 않으면 전차 24대나 장갑차 60대 또는 소형전술차량 100대를 적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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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해군 상륙함 후안 카를로스 1세함이 라스팔마스항에 대기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20여대의 항공기와 상륙군 900여명을 태울 수 있는 후안 카를로스 1세급 상륙함은 우수한 설계와 다목적성으로 호주가 캔버라급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했을 만큼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항모와 상륙작전, 재난구호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스키점프대를 설치해 해리어 또는 F-35B의 이륙이 용이하며, CH-47 등의 헬기도 탑재가 가능하다. 상륙함과 경항모를 따로 운용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 적합한 함정이라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대형수송함-Ⅱ가 참가할 작전의 비중이 변수라는 지적이다. 재해권 장악 임무를 중시한다면 F-35B 운용이 먼저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상륙작전이나 재해구호 활동 등에 투입한다면 트리에스테급이나 후안 카를로스 1세급 상륙함의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해군도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해외 유사사례에 대한 연구를 포함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를 비롯해 프랑스(미스트랄급), 미국(와스프급), 일본(이즈모급), 영국(퀸 엘리자베스급), 중국(랴오닝급) 등의 사례를 수집, 군 요구사항 및 기술적 능력을 종합해 3만t급 경항모 개념설계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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