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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 의도 궁금?…폼페이오에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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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매입 소동으로 시끄럽던 지난 8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 에어리어에서 활동하는 기자 케이시 톨런은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RNCC가 그린란드가 포함된 미국 지도를 새긴 티셔츠로 정치자금을 모금하고 있다: ‘미국의 성장을 도우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수고를 지원하자.’”

RNCC는 미 의회에서 공화당 의원의 숫자를 늘릴 목적으로 결성된 조직인 공화당 전국의회위원회다. RNCC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를 정치자금 모금에 최대한 활용하려고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하려 한 것이다. RNCC 트위터를 보면 티셔츠의 가격은 최소 25달러다. 이를 보도한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톨런 기자가 티셔츠 판매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자 RNCC는 관련 트윗을 계정에서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는 ‘소극(笑劇)’으로 끝날 것인가?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가 덴마크 및 그린란드 정부의 반대와 트럼프의 공식 철회로 일단락된 지 한 달이 됐지만 단순한 소동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들이 있다. RNCC의 그린란드가 포함된 미국 지도 티셔츠 소동은 그린란드 매입 욕망이 여전히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마음속에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아 덴마크 국빈방문을 전격 연기한 사실은 그린란드 매입 추진이 단순한 유머나 농담을 넘어 복잡한 지정학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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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5월 6일(현지시간) 핀란드 로바니에미의 라피 아레나에서 열린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는 이 연설에서 미국의 북극 개발에 대한 선점 야욕을 드러냈다.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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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 의도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는 새 영토 매입에 대한 미국의 오랜 바람을 드러냈다. 미국이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해리 트루먼 당시 정부는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1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앞서 1867년 러시아로부터 당시 720만 달러에 알래스카를 구입한 미국은 그린란드 매입도 추진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알래스카 매입 이후에도 영토 매입 시도는 이어졌다. 1917년 덴마크로부터 2500만 달러를 주고 버진아일랜드를 매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남의 영토를 사고파는 국가 간의 행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사실상 종식됐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식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는 시대에 뒤떨어진 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행위는 식민주의의 잔재다. 영토를 사고팔 수 있다는 생각은 인종과 문화의 위계, 즉 거주민이 유색인종이거나 유럽인이 아닌 영토는 주권의 원칙에 해당되지 않고 상품처럼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 식민주의 발상이다. 이런 근거로 과거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의 많은 영토를 식민지화했다. 이누이트족이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그린란드도 이런 관점에 비춰보면 거래대상이 될 수 있다고 트럼프는 여겼을지도 모른다. 특히 협상 당사자를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의회가 아닌 덴마크를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은 과거 인종주의에 바탕한 식민주의 시대의 사고에 머물러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린란드가 포함된 미국 지도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하려 한 시도는 이미 죽은 것으로 여겨졌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이념이 다시 등장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이념은 1840년대 멕시코 정복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고안됐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텍사스, 오리건, 알래스카 등 현재의 미국을 이루는 지역은 물론 푸에르토리코, 미국령 사모아,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괌 등 해외로까지 영토를 확장시켜왔다. 미국 역사학자 티머시 메서 크루스는 8월 27일 <카운터펀치>에 기고한 글에서 “영토 소유는 지역의 관심을 무시하고 의회와 직접 거래하려는 미국 기업들의 이상이었다”면서 “미국에 팽배해 있는 인종주의 문화가 원주민이나 비백인이 다수인 지역의 자치권이나 정치적 평등을 얻는 것을 오랫동안 막아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는 결국 그가 그동안 저질러온 숱한 엉뚱한 짓처럼 당시에는 논란이 되거나 비판을 받을지언정 결국은 잊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소동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바로 북극이 미래의 강대국 각축장이라는 점이다.

불발로 끝난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를 계기로 뒤늦게 주목받는 것이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올해 5월 6~7일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열린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한 연설이다.

북극이사회에서 드러난 ‘폼페이오 독트린’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는 1996년 설립돼 2년마다 열린다. 공식 회원국은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 8개국이다. 13개국이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인도, 이탈리아, 일본, 싱가포르와 함께 2013년 옵서버가 됐다. 독일·네덜란드·폴란드·영국은 1988년에, 프랑스는 2000년에, 스페인은 2006년, 스위스는 2017년에 각각 옵서버가 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쪽 바라보기: 미국의 북극 주목 분명하게 하기’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미국의 북극권 선점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폼페이오는 연설 초반부에 북극 지역이 권력과 경쟁의 각축장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첫 20년 동안 북극위원회는 과학 협력, 문화 문제, 환경 연구 같은 중요한 주제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면서 “우리는 북극과 북극의 부동산, 북극에서의 우리의 모든 이해관계에 새로운 위협을 갖춘, 북극에서 전략적 개입의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새로운 시대는 북극의 막대한 천연자원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 지정학적 대결이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폼페이오는 미국이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북극에는 전세계 미채굴 원유의 13%, 천연가스의 30%, 막대한 우라늄과 희토류, 금, 다이아몬드 등이 매장돼 있다”고 말했다. 또 북극의 중심부인 북극해는 북극 해빙이 녹아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세계 교역에도 중요한 곳으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2008년에 펴낸 보고서 ‘북극 주변 자원 평가’에 따르면 북극권에는 세계 미채굴 원유와 천연가스의 3분의 1가량이 매장돼 있다. 특히 화석연료의 보고인 북극바다는 북극 5개국인 미국,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러시아의 향후 자원 전쟁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1994년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연안국에 해안선으로부터 200해리까지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들은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도 주장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인 BP, 엑손모빌, 로열 더치 셸, 가스프롬은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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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것은 북극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경고였다. 그는 북극을 시장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존중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경고했다. 중국은 2013년 일대 일로 구상을 제시한 이후 2017년 북극항로를 통해 아시아와 북유럽을 연결하는 ‘해양 실크로드’ 개념을 제시했으며, 러시아는 올해 4월 북극항로를 중국의 해양 실크로드에 연결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폼페이오는 중국을 겨냥해서는 북극 지배권에 대한 비북극 국가의 역할 주장에 반대를 표명했다. 폼페이오는 이 회의가 열리기 바로 직전인 5월 2일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중국의 군사와 안보 발전’ 연례보고서를 인용했다. “민간 연구활동이 북극해에서 중국 군대 주둔을 뒷받침할 수 있다. 이는 핵공격 억지활동을 위해 그 지역에 잠수함을 전개하는 것을 포함할 수 있다.”

러시아를 겨냥해서는 북극항로 통과 시 허가를 받도록 하고, 러시아 도선사의 탑승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군사력을 쓸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을 다른 나라에 대한 불법적인 요구라고 하면서 2014년부터 증가하고 있는 북극권에서의 군사 전개도 경고했다. 폼페이오는 러시아가 북극권에 475개 군사기지와 16개 심해항구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도 그린란드 튤레를 비롯해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 노르웨이 트론드하임 등 북극권 3곳에 기지를 운영 중이다.

폼페이오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북극에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며, 할 것이며, 할 의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군사훈련과 같은 안보 노력과 외교적 노력도 병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연설 마무리 부분에서 “더 큰 경계와 협력,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때”라면서 “우리는 이사회가 북극 또는 비북극 국가의 손에 전복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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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연설이 북극에서의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경고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미국의 북극 자원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폼페이오는 10월 11~13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리는 북극권의회(Arctic Circle Assembly)에서 릭 페리 에너지 장관이 북극 자원 접근에 관한 미국의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극권의회는 북극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북극권 국가의 정치인과 기업인, 과학자, 활동가, 환경운동가 등 다양한 이해집단이 참가해 해마다 개최되는 국제회의다. 페리 장관은 이 회의에서 ‘미국의 북극 에너지 비전’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북극 자원 접근에 관한 미국의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마이클 클레어 미국 햄프셔대 교수는 9월 10일 <톰디스패치>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 5월 연설에 담긴 폼페이오의 생각이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를 넘어선다고 보고 ‘폼페이오 독트린’이라고 명명했다.



북극 개발 기회는 기후변화가 낳은 역설


폼페이오는 연설에서 북극의 자원 및 전략적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이 같은 변화를 초래한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실제로 그는 당시 회의에서 “기후변화가 북극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기술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협정문 서명을 거부해 1996년 북극이사회 출범 이후 첫 협정문 채택이 무산됐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방출은 지구온난화를 가져와 북극 빙하를 녹이게 되고, 이는 북극의 자원 개발을 가속화하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할수록 북극 개발이 속도를 낼 것이 뻔하다. 클레어 교수는 “많은 과학자들은 2050년이 되면 산유국이 집중된 중동의 여름 낮 평균기온이 48.9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허리케인이나 열대성 폭풍우가 대서양과 멕시코만의 수온을 올려 연안 시추작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북극은 화석연료의 원천으로 자원을 통제하려는 투쟁이 격렬해지는 곳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북극 개발은 기후변화가 낳은 역설의 결과다.

조찬제 선임기자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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