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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혐의 부인하면서도 경찰 면담 응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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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범 몽타쥬/2019-09-18(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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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56)씨가 3차 경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경찰은 마지막 10차 사건 이후 이씨가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검거되기 전까지 2년 9개월 동안 추가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중요미제사건전담팀은 18일과 19일에 이어 전날에도 전담 형사와 프로파일러 등을 이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로 보냈다. 경찰은 DNA가 일치하는 유력한 단서를 제시했지만 이씨는 ‘나와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다른 사건 증거물 DNA 감식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당시 사건 기록 등을 재검토하면서 이씨를 상대로 조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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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군 태안읍 태안파출소에 차려진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수사본부.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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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씨의 DNA가 5ㆍ7ㆍ9차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점을 근거로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했다. DNA는 과학수사 증거 가운데 가장 높은 신뢰도를 자랑한다. 사람의 DNA는 서로 다르고, 죽는 날까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DNA 신원확인 기법의 신뢰도는 ‘99.99%’로 표현된다.

하지만 뚜렷한 증거 앞에서도 이씨가 혐의를 부인하자, 이번에는 그 가 굳이 경찰 면담 요구에 응하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이미 완성(만료)돼 강제 수사 대상이 아니다. 경찰의 교도소 면담을 이씨가 거부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유다. 재판으로 유ㆍ무죄를 다툴 수도 없어, 현재 이씨를 상대로 경찰이 벌이고 있는 행위는 수사라기보다 ‘진실 규명’에 가깝다.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1995년부터 수감 중인 이씨로부터 범행 인정을 이끌어 낼 뾰족한 방법이 경찰에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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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현장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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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런 이씨의 태도 배경에 호기심과 영웅심리가 뒤섞여 있을 거라고 분석했다. 사건 용의자 입장에선 자신의 범죄가 어떻게 수사되고 있는지 관심을 두기 마련인데,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이씨에게도 호기심이 작동했을 거란 이야기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 이야기가 아주 터무니없거나 자신과 정말로 관련이 없다고 여겼으면, 이씨가 아예 경찰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아마도 경찰이 어떤 근거를 가졌는지 궁금했기 때문이 만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 교수는 “이씨는 사건을 완전범죄로 생각할 수 있고 영웅 심리도 있을 것”이라며 “경찰이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 정보를 갖고 있는지 알고 싶은 심리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이씨 주변에 대한 광범위한 탐문을 통해 그의 과거 성향, 삶의 궤적 등 각종 정보를 끌어 모은 뒤 이를 조사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관계자는 “가장 확실한 용의자의 자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조사를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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