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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혈액형부터 틀렸었다…33년만에 실마리 풀린 `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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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만에 잡은 ‘살인의 추억’ 그 놈

축산 농가 덮친 아프리카돼지열병

조국 사건, 그리고 피의사실공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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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몽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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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사건팀은 한 주 동안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소개하고 기사에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 드리는 ‘사사건건’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영화나 드라마 많은 분야의 소재가 됐던, 그래서 우리 국민 뇌리에 가장 깊숙이 남아 있는 미제사건 중 하나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디어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과거에는 확인할 수 없었던 DNA를 검출했고, 이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아낸 것이죠. 그가 사건 발생 당시 화성 인근에 거주했었다는 사실 등도 드러나면서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고 있습니다. 게다가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라 제대로 다시 수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이번 주 사건 키워드는 △33년 만에 잡은 ‘살인의 추억’ 그 놈 △축산 농가 덮친 아프리카돼지열병 △피의사실공표 논란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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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장(경기남부청 2부장)이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33년 만에 잡은 ‘살인의 추억’ 그 놈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씨가 유력 용의자에게 건넨 말이죠. 영화 속에선 결국 미궁에 빠져 해결할 수 없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 드디어 실마리를 풀 만한 단서가 나왔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19일 브리핑을 열고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현장증거물에 대한 DNA 감정의뢰를 한 결과 3건의 증거물에서 DNA를 확보했고, 해당 DNA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이 특정한 유력 용의자는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모(56)씨. 화성연쇄살인사건 5(1987년 1월), 7(1988년 9월), 9(1990년 11월)차 사건에서 나온 증거물의 DNA와 이씨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씨는 1995년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24년째 수감 중인데요. 그동안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던 1급 모범수였다고 합니다.

이씨의 경우 현재 청주처제살인사건의 범인과 동일 인물인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한가지 물음표가 떠오르는 대목은 판결문에서 확인된 그의 혈액형이 ‘O’형이라는 겁니다. 그동안 수사과정에서 연쇄살인범의 혈액형은 ‘B’형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다른 것이죠. 하지만 경찰은 DNA 검사가 훨씬 신뢰도 높은 지표라며 이씨가 진범일 가능성이 크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DNA 검사가 틀릴 확률은 10의 23제곱 분의 1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면서 말이죠. 99.999% 이씨라는 겁니다.

이 대목에서 아쉬움이 남는 건 과거 경찰이 수사를 할 때 ‘범인의 혈액형은 B형’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서 혈액형이 다른 이씨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게다가 그가 연쇄살인이 발생하던 시기에 화성에 거주했던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그 아쉬움은 더 커졌습니다. 경찰은 그가 수사선상에 올랐던 인물인지 등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어 명확하진 않지만 정황상 눈앞에서 범임을 놓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또 유력 용의자인 이씨가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과연 진실이 명확히 밝혀질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지난 2006년 4월 2일 끝났습니다. 즉 이씨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해도 강제적인 수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재판에 넘길 수 없기에 경찰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라는 명분으로 조사를 하고 있지만, 범인이 계속해서 부인하는 이상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부디 보다 확실한 증거로 진범을 찾아내고 유족의 눈물을 닦아낼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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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금악2교차로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거점 방역초소에서 방역 담당자가 돼지 운송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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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농가 덮친 아프리카돼지열병

미제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는 좋은 소식도 있었지만, 이번 주 초 축산 농가에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바이러스성 질병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 돼지농장에서 돼지 5마리가 폐사해 검역당국에 신고를 했고 이튿날 ASF 확진 판정이 나왔습니다. 이어 연천에서도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모든 축산농가가 비상에 걸렸습니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후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는 와중에도 한국은 ‘ASF 청정국’ 지위를 유지했지만 결국 방역망이 뚫렸습니다.

ASF는 급성형의 경우 치사율이 100%인 강한 전염력의 바이러스성 질병이라고 합니다. 더 무서운 것은 아직까지 치료법이나 백신도 없다는 것이죠. 다만 ASF는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고 돼지과 동물종에게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ASF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을 안심시키려 하고 있지만 후폭풍이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이미 정육점이나 돼지고기 음식점 등에서는 ASF의 여파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ASF 발병 후 이틀 만에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40.8% 올랐다고 합니다. 소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자연히 음식점도 수익성을 위해 메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죠. 당분간 돼지고기를 찾진 않을 것 같다는 소비자들도 있는 만큼 관련 시장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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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왼쪽 네번째)이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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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건, 그리고 피의사실공표 논란

요즘 사정당국의 화두 중 하나는 ‘피의사실공표죄’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사건 당시에도 문제가 됐던 내용인데요.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수사에서 검찰이 수사 기밀을 누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피의사실공표 논란이 다시금 타올랐습니다.

피의사실공표죄는 형법에 명시된 내용인데요.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관계자가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면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한 번도 없습니다. 사실상 ‘죽은 법’인 것이죠.

최근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려할 때 피의자의 인권을 지켜주기 위해 피의사실공표를 꼭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고려할 때 과도하게 막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이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일부러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등 악용되는 소지가 있다는 게 전자의 의견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의 적정성을 감시하고 고위 공직자 등의 비위가 밝혀지는 것은 필요하다는 게 후자의 의견입니다.

다소 해묵은 논란이지만 조국 법무부가 피의사실 공표 관련 공보준칙을 개정하겠다고 나서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현재 조국 가족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정책을 펴는 것은 사실상 수사에 대한 압박 아니냐는 것이죠. 일단 조 장관은 해당 사건이 끝난 뒤 추진하겠다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지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수사기관인 경찰은 법제화를 통해 피의사실공표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위법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법으로 명확히 명시하고, 그 틀 안에서 공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훈령을 바꿔 이를 제어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법무부와는 다소 다른 생각이어서 어떻게 마무리될지 지켜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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