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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먼저 알아본 '한국의 서원' 9곳…어디부터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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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한국의 14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조선시대 풍광 그대로 멈춰버린 그림 같은 서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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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의 첫인상은 자연에 몸을 낮춘 듯 보인다. 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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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이번 주말엔 지난 7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한국의 서원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서원은 조선시대 향촌 선비들의 멋과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서원 대부분이 아름다운 자연 풍광 속에 자리해 있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사진 명소로도 손색없다.

한국관광공사는 가을에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된 서원 9곳을 선정해 소개했다.

주요 서원은 경북 영주 소수서원을 비롯해 Δ경남 함양 남계서원 Δ경북 경주 옥산서원 Δ경북 안동 도산서원 Δ전남 장성 필암서원 Δ대구 달성 도동서원 Δ경북 안동 병산서원 Δ전북 정읍 무성서원 Δ충남 논산 돈암서원 등이다.

아울러, 가을에 서원을 방문하면 선물을 받을 수 있다. 관광공사는 29일까지 가을 여행주간과 연계해 서원에서 찍은 인증사진을 SNS에 올리는 여행객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가을맛집사진전' 이벤트를 진행한다. 자세한 사항은 여행주간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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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액을 받은 소수서원 전경. 영주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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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들어 올리니 자연이 성큼…영주 소수서원

영주 소수서원(사적 55호)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서원이 쇠락하자, 퇴계 이황이 1549년 경상관찰사 심통원을 통해 조정에 편액과 토지, 책, 노비를 하사하도록 건의했다. 명종이 이를 받아들여 이듬해 친필 편액을 내렸으니, 조선에서 처음이다.

백운동서원은 원나라에서 성리학을 처음 들여온 안향을 모셨고, 소수서원은 그와 함께 안축, 안보, 주세붕을 모셨다. 어진 목민관으로 칭송받았던 주세붕은 백성이 산삼 공납으로 힘들어하자 소백산에서 산삼 종자를 채취해 인삼 재배에 성공하기도 했다.

소수서원은 풍광이 빼어난 죽계천 앞에 터를 잡았다.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향교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입학하는 데 자격을 두지만, 수업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없다. 학문하려는 이들에게 열린, 진정한 무상교육이다.

영주가 선비의 고장이라 불리는 데는 소수서원이 길러낸 숱한 선비와 거기서 비롯된 선비 정신이 이후 독립운동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흔적을 따라 대한광복단기념관과 무섬마을을 여행한다. 책 한 권 들고 찾기 좋은 금선정 또한 가볼 만한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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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창의 위패를 모신 함양 남계서원 전경. 함양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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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창의 숨결이 서린 '함양 남계서원'

덕유산과 지리산 줄기를 품은 경남 함양은 산천이 아름다운 고장이자 선비의 고장으로도 통한다. 예부터 '좌 안동 우 함양'이라 하는데, 안동에 퇴계 이황이 있다면 함양에는 일두 정여창이 있다.

동방5현으로 불리는 정여창의 위패를 모신 함양 남계서원(사적 499호)은 영주 소수서원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건립된 서원이며, 조선시대 서원 건축의 본보기를 제시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서원은 유생이 휴식을 취하던 풍영루와 사당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고, 기숙사인 양정재와 보인재 앞에 있는 연지가 이색적이다.

정여창의 고향이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잘 알려진 개평한옥문화체험휴양마을에는 함양 일두고택(국가민속문화재 186호)을 비롯해 100년 넘은 전통 한옥 60여 채가 남아 있다.

화림동계곡을 끼고 6.2km 이어진 선비문화탐방로 1구간은 함양 정자 문화의 진수를 맛보는 길이다. 고운 최치원이 조성한 '천년의 숲' 함양상림(천연기념물 154호)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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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옥산서원 구인당 대청에서 자옥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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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과 사색의 즐거움을 찾다, 경주 옥산서원

조선시대 유교 교육기관이자 명문 사립학교인 경주 옥산서원(사적 154호)은 풍광 좋은 안강의 자계천에서 숲과 계곡이 가장 아름다운 자리에 있다.

옥산서원은 회재 이언적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고 배향(配享)하는 곳이다. 희재는 엄격한 강학과 성현의 문화가 만나는 이곳에서 학문과 사색의 즐거움을 찾았다.

역락문을 지나 무변루, 구인당, 민구재와 암수재까지 작은 문고리 하나 무심히 지나칠 수 없을 만큼 회재의 학문적 열정이 스며들었다. 서원 앞 계곡에는 책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듯 넓고 평평한 너럭바위가 절경이다.

회재가 이름을 붙인 5개 바위 가운데 세심대(洗心臺)에는 퇴계 이황이 새긴 글씨가 남아 있다. '마음을 씻고 자연을 벗 삼아 학문을 구하라'는 뜻에서 그가 이 천혜의 자연을 얼마나 아꼈을지 짐작할 만하다.

회재가 살았던 경주 독락당(보물 413호)은 건축학적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자연과 하나 된 공간 배치와 구조가 멋스러워 잠시 머물러도 힐링이 된다. 회재가 태어난 서백당이 있는 경주 양동마을(국가민속문화재 189호)의 고택들을 돌아보는 시간도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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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가 지은 도산서당을 기초로 건물이 더해져 도산서원을 이룬다. 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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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이 꿈꾼 유교적 이상향, 안동 도산서원

퇴계 이황의 제자들은 스승이 돌아가시고 딜레마에 빠졌다. 스승을 모실 사당과 서원을 지어야 하는데 스승이 세운 도산서당을 허물 수도 없고, 다른 곳에 터를 잡자니 스승이 '도산십이곡'을 지어 부를 만큼 아낀 곳을 외면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도산서당 뒤쪽에 서원 건물을 지어 서당과 서원이 어우러지게 했다.

도산서당과 농운정사, 역락서재 등 앞쪽 건물은 퇴계의 작품이요, 전교당과 동·서광명실, 장판각, 상덕사 등은 제자들이 지었다.

퇴계가 꿈꾼 유교적인 이상향인 안동 도산서원(사적 170호)은 이렇듯 스승과 제자가 시대를 달리하며 완성한 의미 있는 공간이다. 퇴계를 존경한 정조는 어명으로 '도산별과'를 실시했는데, 이는 조선시대에서 한양이 아닌 곳에서 과거를 치른 유일한 경우다.

시사단(경북유형문화재 33호)은 팔도에서 모여든 선비 7000여 명이 치른 도산별과를 기념한 곳으로, 낙동강과 어우러진 풍광이 보기 좋다.

조선 500년을 지탱한 유교 문화의 토대가 된 도산서원을 둘러본 뒤에는 퇴계의 선비 정신이 어떻게 독립운동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안동 임청각(보물 182호), 서부리 예(藝)끼마을, 이육사문학관 등을 여행하면 좋다. 달빛 고운 월영교는 저녁 무렵에 더 운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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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본 필암서원. 예의 중심인 공간으로서 서원의 구조를 잘 담고 있다. 이하 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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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다하는 공손한 마음, 장성 필암서원

전남 장성은 호남 지방의 학문과 선비 정신을 잇는 대표적인 고장이다. 공자의 위패를 모시는 문묘에 우리나라 성현 18인도 함께 봉안됐는데, 호남에서는 하서 김인후가 유일하다. 세자 시절 인종의 스승이기도 했던 그는 인종이 승하하자, 고향으로 내려와 명분과 의리를 지키며 여생을 보냈다.

장성 필암서원(사적 242호)은 하서의 위패를 모신 우동사와, 유생이 학문을 닦던 청절당, 기숙사인 진덕재와 숭의재 등으로 구성된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에도 살아남은 47곳 중 하나다. 필암서원은 유생들이 늘 사당을 바라보며 공손히 예를 표할 수 있도록 청절당, 진덕재, 숭의재 모두 우동사를 향하고 있는 독특한 건물 배치를 보이기도 하다.

필암 서원 주변엔 '옐로우 시티' 장성을 상징하는 '옐로우 출렁다리'가 있고, 편백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축령산과 아기단풍이 곱게 물든 백양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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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 도동서원 강학 공간인 중정당 마루에서 본 풍경. 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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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처럼 예쁜 기단, 계단에 새긴 꽃송이… 달성 도동서원

이황은 김굉필을 두고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며 극찬했다. 동방5현 중 가장 웃어른인 한훤당 김굉필을 기리는 서원 이름이 '도동'이 된 이유다.

낙동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자리엔 우리나라 5대 서원 가운데 하나인 달성 도동서원(사적 488호)이 있다. 서원 앞을 지키고 선 은행나무가 400여 년 세월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서원이 딱딱하고 권위적일 거라는 생각은 오해다. 수문장인 은행나무를 지나 수월루로 들어서면 소소하면서도 섬세한 공간이 마법처럼 펼쳐진다. 도포 자락 여미고 겨우 오를 수 있는 계단과 고개를 숙여야 들어설 수 있는 문이 소박하고 사랑스럽다.

동입서출의 규칙에도 귀여운 다람쥐가 등장한다. 12각 돌을 조각보처럼 이은 기단 앞에 서면 심장이 멎는다. 지루한 강학 공간에 보물처럼 숨겨진 장치를 하나하나 짚다 보면, 어느새 선조의 깊은 마음이 보인다.

서원 주변 볼거리로는 예쁜 한옥 카페가 있는 한훤당 고택이 있다. 품격 높은 고가에서 즐기는 전통차와 유기농 커피가 특별하다. 또 화려한 색감의 배롱나무꽃이 피어 사진 명소로 떠오른 달성 하목정(대구유형문화재 36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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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 류성룡과 그 아들 류진을 배향한 병산서원. 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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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이 휘감아 그림 같은 '안동 병산서원'

안동 병산서원(사적 260호)은 우리나라 서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서원으로 불린다. 서원 앞으로 낙동강이 휘돌아 흐르고, 낙동강에 발을 담근 병산이 푸른 절벽을 펼쳐놓는다.

아름다운 서원으로 꼽는 이유는 그림 같은 풍경을 고스란히 건물 안으로 들여놓은 솜씨 덕분이다. 만대루 앞에 서면 그 감동이 그대로 전해진다. 군더더기 없는 7칸 기둥 사이로 강과 산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마주 선 사람도 진초록 풍경이 된다.

서애 류성룡과 그 아들 류진을 배향한 병산서원은 조선 5대 서원 중 하나다. 서애는 이순신 장군을 발탁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고, 나라를 위해서라면 임금 앞이라도 주저하지 않았다. 후학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 지금의 자리로 서원을 옮긴 이도 그다.

병산서원은 요즘 배롱나무꽃이 한창이다. 수령 약 400년이 된 배롱나무 6그루를 비롯해 120여 그루가 한꺼번에 꽃 피운 행운의 순간을 누리고, 서애의 발자취를 따라가기엔 지금이 제격이다.

주변엔 하회마을(국가민속문화재 122호)이 있다. 부용대에 올라 하회마을을 감상하거나, 붉은 배롱나무꽃을 두른 체화정을 둘러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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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무성서원의 강학 공간인 강당. 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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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 품은 마을 속 서원, 세계로 나가다…정읍 무성서원

정읍 무성서원(사적 166호)은 신라 말 학자인 고운 최치원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그의 선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생사당(生祠堂) 태산사가 뿌리다.

사당은 마을을 다스리는 이의 선정을 찬양하기 위해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부터 제를 올리는 사당을 뜻한다. 이후 태산서원으로 불리다가, 1696년 사액을 받으며 '무성'이란 이름을 얻었다.

마을에 터를 잡아 소박해 보이지만,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에도 화를 면한 내공 있는 서원이다.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외삼문 역할을 하는 현가루와 강학 공간인 강당, 기숙사인 강수재, 사우 태산사 등이다. 서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태산사에는 최치원과 정극인 등 7인을 모셨다.

무성서원을 품은 원촌마을엔 우리나라 최초 가사 작품 '상춘곡'을 남긴 불우헌 정극인의 묘가 있다. 최치원이 거닐었다는 정읍 피향정(보물 289호)도 놓치면 아쉽다.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오롯이 품은 정읍 황토현 전적(사적 295호)과, 동학농민혁명기념관도 정읍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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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논산 돈암서원 응도당. 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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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和), 미(美), 예(禮)를 다시 보다...논산 돈암서원

논산 돈암서원(사적 383호)은 사계 김장생 사후 3년 되던 1634년(인조 12) 그의 후학들이 창건했다. 김장생은 율곡 이이의 학풍을 이어받은 기호학파로, 무엇보다 예를 중시했다.

돈암서원은 본래 지금의 자리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있었으나, 1881년(고종 18) 홍수 피해를 우려해 옮겼다. 서원이 이전하면서 여느 서원과 다른 건축 배치를 보이지만, 서원의 진정성은 동일하다.

예를 중시하던 김장생과 후대의 교육 정신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진다. 창건 당시 강당인 응도당(보물 1569호), 도담서원의 역사가 쓰인 원정비, 제향 공간인 숭례사와 내삼문의 꽃담 등 꼭 봐야 할 곳들이 많다.

돈암서원에서 조선 시대를 만났다면, 계백장군유적지에서 백제 시대도 만나보자. 백제군사박물관, 계백장군기념비와 묘, 충혼공원 등이 조성됐다. 또 주변에 볼거리로는 선샤인랜드와 서바이벌체험장과 밀리터리체험관이 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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