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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휩쓴 아프리카 돼지 열병에 소비자·농가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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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르는 돼지고기 가격, 8년만에 가격 상승률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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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 전역을 휩쓸면서 중국이 돼지고기 가격 폭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ASF의 여파로 지난 8월 중국의 돼지 수가 작년 동기보다 39% 감소했고, 돼지고기 가격도 지난 8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6.7%나 뛰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9일 국경절을 앞두고 국가비축 돼지고기 1만t을 방출하는 등 가격 안정화에 나섰지만, 서민 불안을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매일 올라가는 돼지고기 가격……. 가격 상승률 8년 만에 최고

2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ASF가 중국에서 발병하기 직전인 지난해 7월 28일 기준 중국 22개 성 돼지고기 평균 가격은 1㎏ 당 21.06위안이었지만, 지난 9월 6일 36.61위안까지 치솟았다. 거의 1년여 만에 15.55위안이 오른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SF가 최초 발견된 8월 3일 언저리에는 1kg당 20위안 정도를 유지했다. 11월 9일 20.92위안, 12월 7일 20.78위안으로 대체로 안정적인 가격대를 이어갔다. 그러다 올해 들어 3월부터 돼지고기 가격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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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 21.74위안을 기록했던 돼지고기 가격은 이후 3월 22일 22.10위안, 6월 7일 24.01위안, 7월 12일 25.08위안을 기록하며 매달 가격을 갱신했다. 특히 지난 8월 들어와 돼지고기 가격은 급상승하게 되는데, 8월 16일 31.24위안을 기록하고, 지난 8월 30일 36.05위안을 찍으면서 1kg당 36위안을 넘겼다. 홍콩 명보는 지난달 26일 중국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기존 최고치인 1kg당 21위안(약 3568원)을 이미 넘어섰고, 지난 21일 전국 농산물 도매시장에서도 1kg당 평균 가격이 30.56위안(약 5192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격 폭등은 지난 1년간 ASF가 무차별 확산하면서 중국 내 돼지 수가 약 3분의 1이 급감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물량이 딸리면서 가격이 자연스럽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는 지난해 5600만t이었지만 줄어든 공급 때문에 올해는 5200만t으로, 내년에는 4800만t으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돼지고기 가격도 덩달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8월 돼지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46.7%나 뛰었다. 7월에 27% 오른 데 이어 가격 상승률도 8년 만에 최고로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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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중국 정부는 국가비축분 방출이라는 특단 대책을 발표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11일 정부 부처 합동 기자회견에서 19일부터 냉동 돼지고기 비축 물량을 방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국경절 연휴나 내년 초 춘제와 같은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앞서 국가비축분을 풀면 시장 공급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정부 각 부처와 지방 정부는 돼지고기 생산량 증대를 위한 보조금 지급과 수입 확대 등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남부 광시성 난닝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상한과 구매량 제한 조치도 도입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비축분이 돼지고기 가격 상승을 막기에는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ASF가 중국 내에서 발명하고 있어서다. 특히 줄어든 생산량을 보충하기 위해 중국이 돼지사육을 장려할 경우 ASF가 또다시 확산할 우려도 있다.

◆지난해 8월 3일 랴오닝성 최초 발견……. 1년여만에 중국 전역 휩쓸어

ASF는 돼지에만 감염되는 바이러스다. 감염 이후 1, 2주 만에 폐사 확률이 100%에 이른다고 한다. 돼지와 멧돼지 사이에 전파된다. 감염 경로도 다양하다. 확산 차단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열과 낮은 온도에서 생존 가능하고, 돼지 사체, 배설물, 돈육 등에서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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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가 중국에서 최초 발견된 것은 지난해 8월 3일 동북 지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다. 이후 보름만인 8월 14일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발견됐고, 다음 날인 15일 장쑤(江蘇)성 렌윈강(連雲港)에서도 발명했다. 이후 중국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지면서 지난 8월과 9월에는 윈난

(雲南)성과 닝샤후이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 등지에서도 확인됐다. 불과 1년여 사이에 중국 전역으로 퍼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에서 가져온 음식 잔반을 돼지 먹이로 쓴 탓에 ASF가 중국에 전파됐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 전역에서 152차례 확진 판정이 내려졌고, 도살 처분된 돼지도 1억 마리가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돼지고기는 중국 서민들이 가장 즐겨먹는 식품이다. 중국은 세계최대의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돼지 사육두수만 4억3000만 마리에 이른다. 중국인들은 ‘고기’라고 하면 으레 ‘돼지고기’를 떠올린다. 그만큼 서민 경제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식품이다. 따라서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따라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과학전문 매체인 사이언스 매거진은 지난해 8월 ASF가 중국에서 최초 발병한 지 20일 만에 4개 지역으로 퍼진 사실을 거론하면서 “세계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인 중국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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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처럼 ASF 확산에 제대로 대체하지 못했던 것은 정보 통제로 상황의 심각함이 제대로 농가에 알려지지 않았고, 농민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기사에서 1년을 넘어가는 미·중 무역전쟁과 15주째 이어지는 홍콩 사태보다도 돼지고깃값 상승이 중국 정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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