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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조국판 검사와의 대화 열린 날…현직 검사 "개혁 외치는 曺, 유승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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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참석자·내용 비공개…뭘 추구하나"
법무부 "사전 각본 없었다…자유로운 대화"

조선일보

조국 법무장관이 20일 ‘검사와의 대화’를 위해 의정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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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장관이 20일 의정부지검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검사와의 대화'를 가진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무영(56·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일시, 장소, 참석자,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 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 걸 뭐하러 하는지, 추구하는 바가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임 검사는 2003년 3월 9일 있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사 10명의 생방송 TV토론을 언급했다. 그는 "16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결과와 별개로 생방송으로 이뤄졌던 그 토론회의 경기장만큼은 공정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오늘 열리는 일선청 검사 면담이 과연 '검사와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임 검사는 "신임 장관이 취임 뒤 이야기한 형사부 기능 강화, 직접수사 축소 같은 내용은 검찰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반드시 추구해야 할 목표"라면서도 "변화가 왜 쉽지 않은지는 검찰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신임 장관이 한마디 한다고 떡하니 달성될 수 있는 게 아니다"도 적었다.

그는 "2년반 동안 이어진 적폐수사 때문에 (일선 검찰청 형사부 검사들의) 피로가 누적돼 미제는 계속 쌓인다"며 "그런 사람들을 굳이 일과시간에 불러내 꼭두각시처럼 준비된 말 읊게 만든 다음 일장 훈시나 하는 일을 지금부터 전국을 돌면서 하려고 한다니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임 검사는 "검찰 개혁은 필요하고, 아마도 어딘가에 적임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국 장관은 그 적임자가 아니다"라며 "신임 장관이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유승준이 국민들을 상대로 군대가라고 독려하는 모습 같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질의응답은 사전에 준비된 바 없고, '사전 각본'도 없었다"며 "일과시간에 꼭두각시처럼 준비된 말을 읊게 만든 다음 일장 훈시나 하는 식의 행사도 아니었다"고 했다. 행사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진솔하고 자유로운 대화와 건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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